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2001대한매일] 다락방 친구 -

신춘문예 공지희............... 조회 수 1650 추천 수 0 2005.05.15 19:25:49
.........
2001년도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우리집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장미연립 오 층,맨 꼭대기집이다.
밖에서 보면 오 층 건물 지붕 위에 더 높이 뾰족한 빨간 지붕이 솟아 올라 있다.그 뾰족한 부분은 다락방이다.
엄마는 다락방을 창고로 생각한다.안 쓰는 물건을 잔뜩 갖다 놓고 청 소는 하지 않아서 언제나 먼지가 풀풀 날린다.하지만 나는 이 곳을 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한다.
다락방엔 나만의 비밀공간이 있다.책장과 커다란 상자가 쌓여 있는 뒤쪽에 있다.나는 거기다가 하나하나 귀중한 물건을 모아 두었다.
미니카,딱지 모은 것,구슬통,미니게임기.그리고 비밀일기장까지 숨겨두었다.
만화책은 꼭 다락방에서 본다.그래야 더 재밌다.일기도 물론 여기서 쓰면 더 잘 써진다.
처음에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가끔 다락방엘 올라 왔었 다.
한 번 올라오고 두 번 올라오고,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지 화가 나 지도 않고 속상하지도 않은데 다락방엘 올라 오고 싶어졌다.
나는 다락방이 자꾸만 좋아졌다.
다락방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생각을 차분하게 모아주기도 하고, 또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했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 하늘이 그렇게 예쁜지 나는 이 다락방에서알게 되었다.또 지붕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이 다락방에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이 다락방을 뺏길지도 모를 일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아버지가 갑자기 내 다락방에 올라 왔다.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때 미니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게임기를 보면서,“나도 한 번 해 보자.” 했다.
아버지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게임을 했다.
다음날,아버지는 또 다락방에 올라왔다.
아버지는 내가 읽고 있던 만화책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잔뜩 긴장을 하면서 아버지 눈치만 살폈다.내가 만화책을 보는 것을 싫어할 것 같아서였다.그런데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 려 내 옆에 앉으면서 “재밌니?”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러자,아버지는 다른 만화책을 한 권 꺼내 바닥에 엎드려서 보기 시작했다.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버지는 ‘큭 큭!’ 웃기까지 했다.
나는 놀라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재밌어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날,아버지와 나는 한참 동안 만화책을 함께 보았다.
나는 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언제나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가 요즘은 왜 이렇게 일 찍 들어올까? 늘 피곤해 하던 아빠가 지금은 안 피곤할까? 집에 오면 거의 아무말도 없고 신문이나 텔레비젼만 보는 아버지가 이제는 신 문이나 텔레비젼이 재미 없어진 걸까?’
궁금했지만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왠지 가까이 느껴지지가 않고 남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언제나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었다.
그 날 밤,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버지 회사에 큰 일이 생긴거다.가끔 들었던 ‘부도’ 라는 것이 아 버지의 회사에도 일어났단다.엄마는 눈물을 흘렸고,아버지는 긴 한숨 을 쉬었다.
다음날,비가 왔다.
나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생각했다.
‘오늘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올까?’
집에 와 보니 아버지는 벌써 다락방에 올라 와 있었다.
정말 이러다가 아버지가 다락방을 혼자 쓰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아버지는 다락방 창문 앞에 앉아서 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너머로 들판이 보였다.막 추수를 끝 낸 논이 쓸슬해 보였다.아버지는 더 멀리에 얕으막한 소나무 언덕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붕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같이 들렸다.
“두둑 두두둑!”
오늘 같은 날은 다락방에 있기가 더 좋은 날이다.
아버지도 그걸 알았나 보다.
“야! 희동이 다락방 최고다.”
아버지는 감탄스런 목소리로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이제는 아버지에게 다락방을 내 놓아야 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희동아! 여기가 좋으니?”
“네”
아버지는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했다.
“나는 다락방이 싫었어.”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너 만할 때 다락방에서 살았거든.”
“정말이요?”
“그래.아버지 살던 산동네 집은 아주 좁았단다.어머니 아버지,그리 고 할머니,그리고 사 남매가 함께 살았지.”
“일곱 식구였네요?”
“그래.집은 좁은데 식구는 많았지.방이 모자라서 아버지는 작은아버 지랑 다락 방을 함께 썼어.”
나는 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아서 아버지와 함께 비 오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낮고 부드러워졌다.
“서서 허리도 펴지 못할만큼 천장이 낮았어.동생이랑 둘이 누우면 꽉 찰 만큼 좁고… 다락방이 참 싫었어.”
나는 머리속으로 아버지의 다락방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다락방에 누워서 잠을 잘 때면 빨리 커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 했지.그러면 천장이 높은 내 방 하나를 갖는 거야.커다란 창문 앞에 반지르르 칠을 한 멋진 책상을 놓고 싶었어.그러면 저절로 공부가 잘 될 것 같았지.”
아버지의 옆 얼굴을 보는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락방이 그리워.”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가면서 다락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마치 그립 다던 그 다락방에 다시 온 것 같은 얼굴이었다.나는 가슴이 조마조마 해졌다.
‘그럼 다락방이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아버지는 다행히 나에게서 다락방을 뺏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다락방에 올라와 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나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아버지와 다락방에 같이 있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온 뒤로 재밌는 일이 많았기 때문 이다.
만화책을 아버지랑 같이 보니까 혼자 보는 것 보다 더 재밌다.
게임도 역시 둘이 번갈아 하니까 더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혼자라서 할 수 없었던 놀이를 하는거다.
딱지치기나,구슬치기는 아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했다.아버지가 딱 지를 접는 솜씨도 정말 예술이었다.
과자도 같이 먹고,라면을 끓여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또 좋은 게 있다.아버지가 놀이를 하면서 들려주는 옛날이야 기이다.
이 옛날이야기는 옛날에 옛날에… 하는 전래동화가 아니다.아버지가 들려주는 아버지 어릴적 이야기다.
“아버지 어릴 적에는 말야….”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재밌 다.
작은아버지랑 고모들이랑,친구들이랑 놀던 이야기들이다.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에 웃음이 활짝 핀다.
아버지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아버지 이야기도 재 밌지만 아버지가 웃는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제는 아버지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다락방에 올라온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락방에 올라올 때 마다 점점 어린아이 같아 졌다.
‘혹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아닐까? 아니 아예 나이를 뚝,떼어 버리고 올라 오는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어떨 때는 형 같이 느껴졌다.그러다가 어떨 때는 꼭 친구 같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일기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도 나를 따라서 공책을 펴고 엎드렸다.
“나도 이제부터 일기 좀 써야지.”
이 다락방에서는 내가 아버지를 따라하고,아버지가 나를 따라하는 일 이 많았지만,아버지가 일기를 쓰는 것까지 나를 따라 한다는 게 어쩐 지 어색해 보였다.
아버지는 공책의 하얀 종이를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십오 년 만에 일기를 쓸라니까 뭘 써야할 지 모르겠네?”
“십오 년만이라고요? 정말?”
내가 이 세상에 태어 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다 더 긴 시 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아버지가 일기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니.그만큼 바빴 던 걸까?
아니면 여유가 없었던 걸까?
“희동아! 너는 뭘 쓰는데? 좀 보여줘라.”
아버지는 어린애처럼 졸랐다.
우리는 일기를 다 쓰고 바꿔 보았다.
나는 일기를 이렇게 썼다.

제목: 다락방 친구
요즘 새 친구가 생겨서 너무 신난다.
다락방에서 같이 노는 친구다.
나이도 많고 늙었지만,마음은 나와 똑 같은 열 한 살 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놀았으면 정말 좋겠다.
나는 다락방 친구가 너무 좋다.
아버지는 일기를 편지처럼 썼다.

내 아들 희동아.
우리 희동이 많이도 컸구나.참 자랑스럽고 기쁘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었는데 희동이가 함께 있어줘서 참 든든하단다.
희동이하고 다락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다.
내가 이 곳에서 너와 함께 있는 동안 뭘 찾았는지 가르쳐 줄까?
내가 어릴 적 살았던 다락방에서 품었던 꿈을 찾았단다.
이제 아버지는 힘이 막 솟아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희동이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 뒤로 우리는 늘 다락방에서 붙어 있었다.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와 서 우리를 막 불러 내야만 마지 못해 내려왔다.
난 이제 아버지가 조금도 무섭지 않다.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섭섭하게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오는 일이 뜸해졌다.
다시 일을 하게 되어 바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잠깐이라도 다락방에 올라간다.
나는 아버지랑 예전처럼 놀지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락방에는 아버지랑 같이 놀았던 기억이 가득하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8 창작동화 [창작동화] 어느 술항아리의 꿈 강숙인 2005-05-25 1979
337 창작동화 [창작동화] 일학년 나무 박명희 2005-05-25 1332
336 창작동화 [창작동화] 작은 꽃나무 이야기 무명 2005-05-25 1729
335 창작동화 [창작동화] 줄래아저씨 홍계숙 2005-05-25 1207
334 신춘문예 [8회 눈높이문학] 미술관 호랑나비 김현화 2005-05-25 1573
333 창작동화 [창작동화] 파란 능금 초롱이 신충행 2005-05-25 2128
332 신춘문예 [2001광주매일] 따뜻한 손 - 무명 2005-05-25 1237
331 외국동화 [일본전래동화] 엄지동이 무명 2005-05-25 2277
330 기타 [구연동화] 보리꽃 백승자 2005-05-21 2871
329 기타 [구연동화] 코뿔소에게 안경을 씌워주세요 이윤희 2005-05-21 1755
328 기타 [구연동화] 별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사쿠라이 2005-05-21 1790
327 창작동화 [창작동화] 할아버지의 조끼 최인선 2005-05-21 2191
326 창작동화 [창작동화] 황금팽이 허은순 2005-05-21 2162
325 신춘문예 [1999조선일보] 12월의 동물원 - 김정옥 2005-05-16 1739
324 신춘문예 [1998동아일보] 삼색 나비목걸이 -김정옥 김정옥 2005-05-16 1153
» 신춘문예 [2001대한매일] 다락방 친구 - 공지희 2005-05-15 1650
322 신춘문예 [2000매일신문] 아버지의 열쇠고리 - 김영옥 2005-05-09 1441
321 창작동화 [창작동화] 모래마을의 후크 선장 안선모 2005-05-09 1811
320 외국동화 [외국동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곰 린드 워드 2005-05-09 1591
319 기타 [인형극대본] 팥죽할멈과 호랑이 무명 2005-05-09 8158
318 창작동화 [창작동화] 복 없는 아이 소중애 2005-05-09 1354
317 창작동화 [창작동화] 산골 아이 황순원 2005-05-07 1916
316 창작동화 [창작동화] 너하고 안 놀아 현덕 2005-05-07 1558
315 창작동화 [창작동화] 선생님은 왜 저만 미워해요? 조대현 2005-05-07 1837
314 창작동화 [창작동화] 안개와 가스등 김요섭 2005-05-07 1403
313 외국동화 [일본동화] 희망을 파는 가게 스기 미키코 2005-05-07 1753
312 권정생동화 [권정생동화] 오소리네 집 꽃밭 권정생 2005-05-07 2765
311 신춘문예 [2002청주문학] 보석 두 개 문진주 2005-05-07 1351
310 외국동화 [인디언동화] 밤하늘에 별이 총총 뜨게 된 얘기 신정민 2005-05-07 1204
309 외국동화 [외국전래동화] 누가 제일 거짓말쟁이일까? 신정민 2005-05-07 1709
308 외국동화 [외국전래동화] 달님의 외투 신정민 2005-05-07 2223
307 창작동화 [창작동화] 수박 먹은 아기도깨비 이규원 2005-04-19 2679
306 창작동화 [창작동화] 숲속의 왕관 이규원 2005-04-19 1415
305 창작동화 [창작동화] 산타가 된 아기 쥐 이규원 2005-04-19 1580
304 창작동화 [창작동화] 노란별의 약속 이규원 2005-04-19 1304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