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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광주매일] 따뜻한 손 -

신춘문예 무명............... 조회 수 1237 추천 수 0 2005.05.25 14: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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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광주매일신춘문예동화  
      
  나는 올해 아홉 살짜리인 민소망이라고 해요. 아직까지 서울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순 촌뜨기랍니다.
개울물에서 가재도 잡고 논으로 툼벙 들어가 몽글몽글 물컹한 개구리 알을 두 손으로 들어올리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요.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 고 작은 눈을 속이고 올챙이를 병에 담아 ‘집에서 길러야지´하면서 가져오다가 땅바닥에 쭈르르 그냥 쏟아 버릴 때도 있어요.
개구쟁이 소망이를 만나고 싶다고요. 내가 사는 시골에 오세요.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제가요 비밀 소굴도 알려 드리겠어요.
대숲의 동굴!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런 우리 꼬마 친구들의 놀이 장소도 있어요. 그 속에 뭐가 있을 것 같아요? 헤헤 말해도 될는지. 딱지가 한 바구니, 쓰다버린 닳은 빗자루, 이 빗자루는 우리들의 총이랍니다. 풍뎅이 집도 만들어서 키우고 있고요 그리고 날개 달린 여왕 개미도 한 마리 갖다 놨어요. 우리 대장 민식이 형 자리 밑에는 갖가지 보물들이 많이 숨겨져 있어요. 손댔다가는 혼나요.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몰라요.
한 가지 비밀을 더 알려 드릴게요. 며칠 전에 민식이 형이 집 처마 밑에서 제비알을 몰래 꺼내 왔어요. 어른들이 알면 혼난다고 이건 정말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밀짚모자 속에 마른 풀을 깔고 알을 넣어 주고는 비닐로 잘 덮어 주었어요. 알을 깨고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춥지 않게 말예요. 이렇게 우리 비밀 창고는 항상 벅적거려요. 언제쯤 제비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지 생각만 해도 울렁거려요.
요즘엔 학교에서 곧장 이 동굴로 온답니다. 아무도 없을 때 비닐을 들추고 구슬보다 조금 더 큰 제비알을 꺼내 안아주기 위해서이죠. 형들이 알면 혼 날까봐 한 걸음 일찍 와서 몰래 꺼내 보는 거예요. 오늘은 알을 꺼내서 귀에 대 보았어요. 새끼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려고요. 손톱으로 톡톡 두들겨도 봤어요. 그리고 마구 흔들었어요. 아직 깨려면 멀었나 봐요, 지지지 소리가 나지 않네요. 다시 비닐을 잘 덮어 주고 나왔어요.
우리 집을 갈려면 민식이 형네 집 앞을 지나야 된답니다. 나는 아주 조심조심 그 앞을 지나갑니다. 왜냐고요? 제비 때문이예요. 민식이 형 집 주변을 돌며 엄마 제비, 아빠 제비가 얼마나 지지배배 하는지. ‘알 동굴에 있어´ 금방이라도 큰소리로 가르쳐 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너무 불쌍해요. 자꾸만 내 마음이 다투고 있어요. ‘알을 갖다 줄까? 말까?´ 하지만 우리들의 비밀을 터뜨릴 수가 없어서 아주 조용히 그 집 앞을 지나치고 만답니다.
학교 갈 때는 어떻게 가는지 아세요. 실은 내가 오줌싸개 늦잠꾸러기라 맨날 지각이예요. 그래서 아침에 제비소리 보다 더 큰 발소리를 내며 쿵쾅쿵쾅 형네 집 앞을 달려갈 때가 많지요. 그러면 제비가 ‘야 소망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하면서 막 내 곁으로 날아오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지요. 에라! 눈 딱 감고 학교까지 뛰어 갔는데 글쎄 또 지각이네요.
뒷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푹 숙이고 혀를 쏙 내밀면서 내 자리까지 왔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나를 불렀어요. 흐흠! 나는 깜짝 놀랬죠.
“민소망! 앞으로 나와!”
내 얼굴이 빨개졌어요.
“다음부터 안그러겠어요.”
풀이 죽어 코를 실룩거리며 말했어요.
나는 오줌싸개 늦잠꾸러기 민소망! 왜 일찍 일어날 수 없을까요? 잠깐 귀좀, 실은요 우리 엄마도 어렸을 때 오줌싸개였대요. 그래서인지 엄마는 나를 야단치시지는 않아요. 오줌싸개라고 스스로 주눅들면 안 된데요.
엄마 어렸을 적에 핑경소리 딸랑딸랑 울리며 가는 꽃상여 행렬이 많았대요. 엄마는 상수리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상수리 열매보다 더 작아진 가슴으로 만장깃발의 펄럭거림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집에 갔대요. 그런 날 밤이면 엄마는 요 위에다 어김없이 그림지도를 펼쳤다나요. 후후!
“민소망!”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나를 크게 불렀어요.
“예, 예!”
아주 조심히 교탁 옆으로 나갔어요. 많이 혼날까 봐 조마조마 했지요.
오늘은 선생님께서 내가 오줌싼 걸 알아 버리셨을까?
우리 엄마는요. 키 쓰고 소금 얻으로 가 보았대요. 외할머니가 엄마의 작은 머리에 키를 씌우고 옆집에서 소금을 얻어 오라고 대접을 주었대나요. 어땠을 것 같아요? 그냥 소금을 얻어 왔다고요? 아니면, 소금이 없어서 안주었다구요? 아니예요, 다 틀렸어요. 엄마가 대접을 내밀면서 “소금” 하니까 “아나~ 소금” 하면서 물을 막 뿌리더래요. 우리 엄마가 얼마나 놀랬겠어요.
“자 우리 모두 소망이에게 박수!”
엉! 박수라니요. 지각대장도 박수를 받나요? 정말 어리둥절했어요.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부드럽게 야단을 치시다니! 정말 말도 안돼요. 우리 선생님 이래봬도 호랑이 선생님으로 소문난 선생님이시라구요.
난 정말 영문도 모르고 아이들만 빤히 쳐다보고 멀쑥한 표정만 짓고 있었어요.
“우리 소망이가 ‘가족사랑 전국 어린이 동시대회´에서 소망상을 받게 됐어요.”
소망이가 소망상! 한 달 전에 우리 반에서 동시를 쓴 적이 있었죠. 가족에 대한 동시를 선생님께서 쓰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반 아이들이 모두 써서 선생님께 드렸는데 아마 그거 말씀하시는 건가 봐요.
덩달아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쳐주었어요.
아휴! 한숨 논거지 뭐예요. 나는 정말 기뻤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동네 조무래기들, 그리고 아! 그래요. 동굴 속 제비알에게도 알려야겠어요.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그 시를 보여 달라고요, 그냥 쓴 건데 부끄러워요.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가 셋, 그리고 나, 아들 민소망. 우리 누나들은 광주 작은 아빠 댁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나랑 떨어져 살아요. 대학생, 고등학생이니까요. 근데 나, 민소망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엄마랑 아빠랑 함께 살지요.
실은 동시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사실대로 내 마음을 적어 본 거라고요.

우리 가족

우리 가족은
여섯 명이지요.

엄마, 아빠, 나
시골에 살고
누나 셋은
도시에서 학교에 다녀요

누나 따로,
나 따로,
떨어져 있지만
몸과 마음은
언제나 같이 있지요

비가 와도 햇살은
우리 가족 마음까지
따스하게 비춰 주고

바람도 시원시원
그때 그때 불어 주어

우리 가족 마음속엔
웃음꽃이 풍선처럼
가득 모여 있지요.

어때요? 이 동시가 소망상이래요. 서울에 가서 상을 받아 와야 한대요.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갈 거예요. 동굴에 들렀다 늦게 집에 가곤 했는데 오늘은 아니예요. 엄마한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거든요. 근데요. 상을 받고 나니깐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저절로 시가 떠오르지 않겠어요.

집에 가는 길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영식이와 함께
재잘재잘 참새가 되어
집으로 간다.

학교 오는 길에 보았던
나무와 다리
그리고 냇물

집에 가는 길에
또 보지만
그래도 나는 좋아 좋아

삐끄덕거리는 대문소리에
“소망이 왔냐”
어머니가 기다리는
쫑쫑 집으로 가는 길

역시나 엄마가 제일 좋아 하셨어요. 엄마를 닮았대요. 엄마는 오줌싸개도 시 쓰는 것도 모든 것이 다 엄마를 닮았다고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고 쪽쪽쪽 뺨에 뽀뽀도 하셨어요. 그러시는 엄마에 대한 시도 짓고 싶은데요. 아빠가 알면 서운해 하실까 봐 그만둘래요.
비밀 장소에 가 보았어요. 먼저 온 아이들 때문에 제비알을 꺼내 보지 못했어요. 얼른 알을 까고 나오는 걸 보고 싶어요. ‘언제 나올 꺼니? 내가 시를 써주면 그때 나올려구?´ 나는 비닐도 열지 못하고 밀짚모자 옆에 귀를 대고 한참이나 있다가 그냥 집으로 와 버렸어요. 제비알이 심심했을 거예요. 우리 엄마가 나를 껴안은 것처럼 꼭 껴안아 주어야 빨리 알을 깨고 나올텐데. 내일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 동굴로 올 꺼예요. ‘소망아. 나는 네가 제일 보고 싶어. 내일은 빨리 와!´ 제비알이 그렇게 나에게 말하는 것 같거든요.´
우리 시골 동네로 놀러 오세요. 민소망이가 사는 이곳 말예요.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요. 시인이 따로 없대요. 내가 사는 이곳에서 풀소리, 나무소리, 바람소리, 풀무치소리,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바위와 흙의 소리를 귀 열어 들으면 다 시인이 된데요. 그래서 엄마도 시인이라고 막 웃으세요.
오고 싶지요? 언제 올 꺼예요? 나 있을 때 와야 해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나들이할 때 오면 안 돼요. 비밀 장소를 못 찾잖아요.
나는 이제 순 시골 촌뜨기가 아니예요. 지금 서울 가거든요.
서울역서 내렸는데요. 엄마는 엄마 손만 꼭 잡고 따라 오라고 하시네요.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이 있어요. 서울역 노숙자 아저씨들, 텔레비에서만 보았는데.
그들 옆에는 밥과 빵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도 있어요.
이 작은 손은 올챙이를 건져서 함부로 땅에 부어 버리기도 하고 민식이 형이 몰래 꺼내 온 제비알을 엄마제비가 있는 제비집에 도로 갖다 넣어 주지 못하고 맨날 만지작거리며 놀았는데... 왜 내 마음이 찡해질까요?
나는 시상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다시 세 번째 시를 썼어요

따뜻한 손


난 손을 보았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착한 손도 보았고
옷을 덮어 주는
따뜻한 손도 보았다.

나도 그런
따뜻한 손을 갖고 싶다.


시골로 내려가면 제일 먼저 우리의 비밀 소굴로 달려갈 거예요. 비닐로 덮어놓은 제비알을 이번엔 꼭 제비집에 넣어 주어야겠어요.
그런 소망이의 손을 보고 엄마제비, 아빠제비도 시를 짓겠지요.

따뜻한 손 보았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지.지.배.배.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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