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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일학년 나무

창작동화 박명희............... 조회 수 1336 추천 수 0 2005.05.25 14:43:37
.........
96대표동화동시
      
  햇살이 짜랑짜랑 내리쬡니다.
하늘이 너무 맑고 파랍니다.
˝가을 하늘은 호수 같아.˝
공원의 긴 의자에 앉아 하늘을 보면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을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모과나무는 하늘같다는 호수를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저 바람에게 듣는 이야기로 호수가 어떻게 생겼나 상상할 뿐입니다.
그것도 오래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열매가 익어야하니까 요즘은 아주 바쁩니다.
모과나무는 작년에 아기나무로 이 공원에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 열매를 세 개 열었습니다.
시청에 있는 아저씨들이 모과나무라고 쓴 이름표를 달아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모과나무인지도 몰랐습니다.
처음 이름표를 달던 날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모과나무는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모과나무 가지에 매달린 이름표를 보고
“너도 일학년이구나.”
하던 아이 때문입니다.
“넌 성이 모고 이름이 과나무니?”
그러면서 그 애는 깔깔 웃었습니다.
“안녕! 일학년 나무야” 하고 인사를 합니다.
올 봄에 처음 꽃을 피웠을 때 수민이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꽃이 폈네!”
그때 모과나무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모과나무는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다섯 장의 꽃잎을 활짝 열었습니다.
“넌 참 향기로운 꽃이야.”
바람은 모과꽃 향기를 공원에 날려주었습니다.
“하나,두울,셋......여섯 송이 피었어.”
수민이는 모과꽃잎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습니다.
모과나무는 수민이에게 향기를 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제 곧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릴거야. 그럼 넌 부지런해져야 해.”
정말 바람말대로 꽃이 떨어져나간 곳에 작은 열매가 열렸습니다.
“아주 귀여운 열매들이야. 다섯 개나 열렸어.”
“꽃은 여섯송이였는데...”
모과는 모든 꽃이 열매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니 그뿐이 아닙니다.아무리 열매가 맺혔어도 모두가 끝까지 나무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란 걸도 알게 되었습니다.
태풍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공원을 지나간 날, 그 날은 모과에게 너무나 슬픈 날이었습니다. 두 개의 열매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떨어져 나간 열매들을 생각하며 모과는 엉엉 울었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며 슬퍼하기만 하면 넌 남은 열매를 또 잃어버릴거야.”
바람의 말에 모과는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세개의 열매를 위해 모과나무는 부지런히 햇살을 모았습니다.뜨거운 여름 햇살에도 열매를 나뭇잎 뒤에 숨기지 않았습니다.
소나기가 내릴 때도 모과는
“자,씩씩하게 어려움을 견디자.”
하면서 열매들이 빗줄기에 떨어질까봐 꽉 붙들어 주었습니다.
또 다시 열매를 잃어버리는 슬픔을 겪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호수가 보고 싶어도, 밤이면 별이 뜬다는 호수를 상상하고 싶어도 열매를 생각해서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과나무는 또다시 큰 실망에 빠졌습니다. 아주 슬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더니....”
“그래, 정말 못났어.”
모과나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아, 과일 망신을 모과가 시킨다는 말,정말이야?”
바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네 열매를 겉모습만 보고 하는 소리야.넌 아름다워.”
“그러니까 겉모습은 밉단 말이군. ”
“겉만 아름다우면 뭘해.너처럼 향기로운 열매는 어디에도 없어.”
바람이 위로의 말을 해줬지만 모과나무에겐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슬프기만 했습니다.
다음 날 모과나무는 늦잠을 잤습니다.
“웬일이야,부지런쟁이가?”
바람이 잠을 깨웠습니다.
“부지런해서 무얼 해?”
모과나무는 물을 빨아올리고, 잎새에 햇살을 모으던 것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저 잎으로 못생긴 열매를 감추기만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열매를 떨구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네 가치를 알게 돼.참고 견디어야 해.”
바람은 안타까워 말했지만 모과나무는 못들은 척했습니다.
“으응?아직 안 익었네.햇볕을 못봐서 그래.”
수민이가 와서 잎을 들추고 열매를 볼 때는 화가 났습니다.
‘내 부끄러움을 들춰내다니, 넌 친구가 아냐.’
그날 수민이는 모과나무가 애써 잎으로 감춘 모과 열매를 모두 잎 밖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런 수민이가 미워 모과는 바람이 지나가는 틈을 이용해 가지로 수민이의 볼을 꼭 찔렀습니다. 그래도 수민이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빨리 익어,모과야.”
하고 손을 흔들며 돌아갔습니다. 바람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과나무는 더 이상 열매를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모과는 가을 햇볕 아래서 노랗게 익었습니다.
“야! 이 향기 좀 맡아봐.모과 향기는 정말 좋아.”
“도시의 공원에서 이런 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모과향기가 있는 가을 공원,정말 멋지군.”
사람들은 모과나무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수민이도 아빠랑 엄마랑 모과냄새를 맡으러 왔습니다.
“이 모과가 일학년 나무니?”
“보세요.이름표를 달았잖아요.”
수민이는 모과나무에 매달린 나무패를 가리켰습니다.
수민이 엄마가 입을 가리고 웃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에 향기로운 열매가 세 개나 열렸으니, 이 나무는 백점짜리 나무로구나.”
수민이 아빠 말에 바람이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그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따라 모과향기가 공원에 솔솔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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