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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괭이밥 먹으면 괭이가 되나요?

창작동화 원유순............... 조회 수 1547 추천 수 0 2005.08.09 22:40:32
.........
  여름 방학을 맞아 진아는 시골 큰아버지 댁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 해마다 명절때가 되면 부모님과 함께 큰집에 가지만, 겨우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다 오는게 고작이었어요. 그런데 이 번에는 사정이 좀 달랐어요. 부모님이 멀리 해외로 여행을 가시게 되어 진아는 큰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야 했거든요.

진아는 마음이 들떴어요. 냇가에서 멱도 감고, 원두막에서 참외와 수박도 먹을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을 만큼 방학이 기다려졌어요.

큰아버지 댁에는 진아보다 한 살 많은 진수가 있었어요. 진아에게는 진수가 사촌 오빠였지요.

˝진수야, 진아하고 잘 놀아라. 진아는 시골 풍습을 모르니까 데리고 다니면서 모르는 건 가르쳐 주고.˝

진아 아버지는 전화로 진수에게 당부를 하셨지요.

진수는 진아가 오면 풀잎 방석도 만들어 주고, 꽃반지도 만들어 주리라고 생각했어요.

드디어 진아가 왔어요.

진아는 멋진 모자를 쓰고, 예쁜 옷과 구두를 신고 왔어요. 그리고 동화책과 장난감인형, 전자오락기도 잔뜩 가지고 왔어요. 진수는 웬지 공주처럼 차리고 온 진아가못마땅했어요.

˝칫, 저런 걸 가지고 놀려면 그냥 서울에 있지 뭐하러 이 촌에까지 온담?˝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진수는 진아의 오락기가 부러웠어요.

그래서 진아의 오락기를 가지고 움직여 보았어요.

˝바보! 그렇게 하는 거 아냐.˝

진아는 게임을 잘못해서 번번히 죽고 마는 진수에게 바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진수에게 게임기를 빼앗아 제가 척척 해냈어요. 진수는 약이 올랐어요.

그래서 진아가 가지고 온 동화책과 인형들을 마구 흐뜨러 놓았어요. 그러자 진아는 아기처럼 앙앙 울었어요.

˝이녀석. 왜 진아를 울리고 그러니? 동생을 잘 데리고 놀지 않고...... .˝

진수 어머니는 무조건 진아 편만 드는 거에요.

´칫, 엄살쟁이.´

진수는 속상하고 분했어요.

그래서 울고 있는 진아를 내버려 둔 채 냇가로 멱을 감으러 갔어요. 여름 해가뜨거웠어요.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웃통을 훌훌 벗어 던지고 멱을 감고 나니화가 났던 마음이 가라 앉았어요. 그래서 슬슬 집으로 향했어요. 화가 나셨던 어머니의 마음도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집 가까이 오니 진아가 밭둑에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뭘 하고 있지? 개미 굴이라도 발견했나?´

진수는 진아에게 개미굴을 파헤쳐 여왕개미를 보여 주리라 생각했어요. 진수는 살금살금 진아 옆으로 다가갔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진아는 풀잎을 헤치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어요. 진아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얼굴이 아침해처럼 환했어요.

˝진아야. 뭐 하니?˝

진수는 진아에게 물었어요.

˝히힛. 난 참 행복해. 이것 봐. 이렇게 네잎 클로버가 많이 있잖아. 아빠가 그러는데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대.˝

진아가 가리키는 풀을 본 진수는 그만 픽 웃음을 터뜨렸어요.

진수의 웃음이 이상했던지 진아는 진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봤어요.

˝오빠, 왜그래? 이것 봐. 네잎 클로버. 이거 다 오빠 줄까?˝

진아는 풀잎을 한움큼 뜯었어요. 그리고 진수에게 풀잎을 내밀었어요.

˝와하하하. 이 바보야. 이건 토끼풀이 아니야. 잘 봐. 토끼풀도 모르면서.˝

진수는 갑자기 고소한 마음이 들었어요. 진아가 전자오락기를 가지고 진수에게 바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진아를 마구 비웃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껏웃어 제꼈지요.

˝그...럼, 이건 뭐야?˝

진아가 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진수에게 물었어요.

˝에구, 이 바보. 이건 괭이밥이다, 임마.˝

진수는 진아의 머리에 알밤을 콩 먹이며 말했어요. 그런데 여느 때 같으면 진아는 아기처럼 앙앙 울음을 터뜨렸을 텐데 묘하게 진아는 울지 않았어요. 대신 진수에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물었어요.

˝괭이..밥? 괭이라면 고양이?˝

˝그래, 맞아, 아쭈 제법인데..... . 바로 고양이밥이다.˝

진수가 말했어요.

˝그럼, 이게 고양이...밥이야?˝

진수는 갑자기 진아를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진아야, 이것 봐. 여기 열매 있지?˝

진수는 길쭉한 괭이밥 열매를 뚝 따서 진아에게 보였어요. 괭이밥 열매는 강낭콩 열매를 십분의일로 줄여 놓은 것 같았어요.

˝어? 정말. 이게 괭이밥 열매야?˝

˝응, 이 열매를 고양이가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쥐를 잘 잡고, 사람이 먹으면 고양이가된단다.˝

˝정... 정말?˝

갑자기 진아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어요. 하얗게 질리는 진아의 얼굴을 본 진수는 더욱 재미있었어요.

˝그래, 실제로 우리 동네에 나비라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실은 이 나비는 사람이야.˝

˝뭐...뭐어?˝

진아의 입이 반쯤 벌어졌어요. 겁에 잔뜩 질려 눈은 화등잔만해졌고요. 진수는 속으로 키득키득 웃으면서말을 이어갔어요.

˝나비는 낮에는 사람이 되고 밤만 되면 고양이가 되어 쥐를 잡는단다. 그 사람은 누구냐아하면은....... .˝

여기까지 말하고 진수는 진아의 얼굴 가까이 자기의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어요.

진아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어요.

˝바아로... 나닷!˝

진수는 진아에게 소리를 꽥 질렀어요.

˝엄마야!˝

진아는 벌러덩 뒤로 나자빠졌어요.

˝야아옹!. 냐아옹!˝

진수는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며 진아에게 가까이 다가갔어요.

˝오... 오빠!˝

진아는 울지도 못하고 겁에 질려 뒷걸음질쳤어요. 진수는 그 모습이 우스워 배를 잡고 웃었어요.

˝와하하하. 바보. 진아는 정말 바아보!˝

진수는 까르르 웃으며 진아를 마구 놀렸어요. 그제서야 속은 걸 안 진아는 분해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앙앙앙, 난 몰라. 오빠는 나빠.˝

진아의 울음 소리를 듣고 진수 어머니가 나오셨어요.

˝진수 이놈! 동생을 왜 그렇게 못살게 구냐?˝

진수 어머니는 진수에게 야단을 치셨어요. 야단을 맞으면서도 진수는 자꾸 우스워 싱글싱글 웃었어요.

˝이놈 보게. 왜 자꾸 웃어? 이따 아빠에게 혼좀 나야겠다.˝

어머니 말씀에 진수는 그제서야 웃음을 거두었어요. 아무래도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무서웠거든요. 게다가 이상한 말로 진아를 골려준걸 아시면 화를 내실게 뻔했거든요.

˝큰엄마. 사람이 괭이밥을 먹으면 정말 고양이가 돼요?˝

느닷없는 진아의 물음에 진수 어머니는 눈을 둥그렇게 뜨셨어요.

˝웬 뜬금없는 소리냐?˝

진수 어머니는 잠시 진수와 진아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진수에게 눈을 흘겼어요.

˝이녀석, 진아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하시더니 진아를 보고 빙긋 웃으셨어요.

˝진아야, 진수 오빠가 널 골려 주려고 허튼 소리를 했구나. 괭이밥은 고양이가 먹는게 아니고 사람이 먹는 나물이란다.˝

˝오빠가 그러는데 고양이가 먹으면 눈이 밝아져서 쥐를 더 잘 잡는다는데요.˝

˝글세, 이름이 왜 괭이밥인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 괭이밥을 안 먹는단다. 다만 사람은 먹을 수 있지.

어머니의 말에 진아는 다시 겁 먹은 얼굴을 했어요. 아직도 사람이 먹으면 고양이가 된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의아한 것 같았어요.

˝이런, 우리 진아가 단단히 겁에 질렸구나. 자, 봐라. 고양이가 되나 안 되나.˝

진수 어머니는 괭이밥풀을 뜯어 입으로 가져 갔어요.

˝앗! 안 돼요. 큰 엄마.˝

진아가 큰 소리로 말렸어요. 하지만 이미 진수 어머니는 괭이풀을 입에 씹고 계셨어요.

˝헤헤, 진아야. 오빠가 잘못했다. 사실은 괭이풀은 새콤해서 날로 먹어도 맛있어. 너도 한 번먹어 봐.˝

진수도 괭이밥 이파리를 한 줌 뜯어 입에 넣었어요. 새콤한 즙이 입 안에 흘렀어요.여전히 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서있었어요.

˝냐아옹! 냐아옹!˝

갑자기 진수가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었어요.

˝엄마야!˝

진아가 그 자리에 털퍼덕 주저 앉았어요.

˝에끼, 녀석!˝

진수 어머니가 진수의 머리에 알밤을 콩 먹였어요.

˝헤헤헤!˝

진수가 알밤을 맞은 머리통을 만지며 웃었어요. 그러자 진아도 후훗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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