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1999국제신문] 노오란 이불 이야기 -

신춘문예 강영선............... 조회 수 1420 추천 수 0 2005.09.20 19:26:20
.........
99국제신춘문예당선동화

장롱 속에 있는 노오란 이불의 이야기입니다.
차곡차곡 엎드려 있는 이불 중에서 덩치가 가장 작은 이불이었습니다. 아기를 덮어주는 이불이거든요.

이불 속에는 햇살이 간지럽다고 조잘대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기는 이 이불을 야옹이 이불이라고 불렀습니다.

아기 이름은 예님이었어요.

˝예님아,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솜이불이야. 따뜻하지? 어어? 야옹야옹 야옹이들이 예님이한테 인사하네. 야옹야옹˝
엄마는 태어난 지 삼 개월밖에 안 된 예님이가 꼭 알아듣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치뜨기도 합니다.

˝아유, 엄마는 정말 수다쟁이야. 아기는 하루종일 잠만 자는걸 .˝
노오란 이불 속에서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첫째 고양이가 말합니다.

˝모르는 소리. 아기는 원래 잠을 많이 자야 쑥쑥 크는 거라구. 좀 있다 일어날 거야. 응가할 때가 됐거든.˝
노오란 이불 속에서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는 둘째 고양이가 아는 체를 합니다

˝얘들아, 잠간! 예님이를 좀 봐. 아기가 이상한걸.˝
노오란 이불 속에서 야구 장갑을 낀 셋째 고양이가 머리를 갸웃거립니다. 이불 속에 다섯 고양이들은 야구 모자를 쓰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야구 장갑을 끼고 공을 던지고 달리기를 하며 아기를 쳐다봅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누워 자던 아기가 한 쪽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눈은 꼭 감은 채, 제 힘에 버거운지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는 힝, 힝 ,힝 힘겹게 숨을 뱉어 냅니다.

˝아기가 왜 저러지? 어디 아픈 거 아냐?´
노오란 이불 속에서 공 던지기를 하는 넷째 고양이가 걱정스럽게 말합니다.

˝쉿! 아기는 지금 뒤집기를 하는 거라구. 영차, 영차. 예님아, 조금 더 힘을내!˝

뒤집기?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합창을 합니다.
어느 새 아기는 몸을 반쯤 돌려 누웠습니다. 그런데 팔과 다리가 영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입니다.
낑, 낑, 낑 뒤집어질 듯 말 듯 아기 얼굴이 번데기처럼 주름 투성입니다.

˝아유, 이렇게 말이야. 나처럼 획 ! 하면 되잖아˝
야구 모자를 쓴 첫번째 고양이가 안타까워합니다.

˝뒤집기가 처음이라 힘들 거야. 예님이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있어 .˝
야구 방망이를 든 둘째 고양이가 점잖게 한마디 합니다.

˝내가 아기 등을 좀 밀어줄까나?´
야구 장갑을 낀 셋째 고양이가 아기에게로 다가갑니다.

˝안 돼! 뒤집기는 아기 혼자 힘으로 해야돼, 기다려주자.˝
공 던지기를 하는 넷째 고양이는 참 어른스럽습니다.

˝예님아, 힘 내. 힘을내라구. 으싸, 으싸!˝
달리기를 하는 다섯째 고양이가 손마이크로 크게 응원합니다.

어어-, 아기를 보세요.
물방개처럼 바둥거리던 아기 몸이며 팔다리가 획 ! 돌아누웠네요.
저도 놀라운지 아기가 눈을 반짝 떴습니다.

만세! 만세! 드디어 해냈어!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박수를 친다 발을 구른다 좋아서 아주 야단들입니다. 노오란 이불이 들썩거립니다.

˝어머 ! 우리 아기 좀 봐. 뒤집기를 했네. 놀라워라!˝
옥상에 기저귀를 널러 갔던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뒤집기를 한 예님이가 대견스러워 몇 번이나 뽀뽀를 합니다. 아유 이뻐 !

아기는 자랑이라도 하듯 옹알옹알 옹알이를 합니다.
그랬어? 엄마가 말대답을 합니다. 아기는 신이 나는지 자꾸 옹알거립니다. 다음에 또 뒤집기를 할 거라구? 엄마가 깔깔깔 웃습니다.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박수를 치다 말고 발을 구르다 말고 조용히 엄마와 아기를 지켜봅니다.
아무도 못 알아듣는 말을 엄마는 잘도 알아듣습니다. 엄마와 아기가 꼭 한몸 같습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엄마와 아기가 노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참 평화롭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어느 날,
엄마는 노오란 솜이불을 네모 반듯하게 개더니 장롱 깊숙이 넣었습니다. 따뜻한 봄 날씨에 솜이불은 필요가 없으니까요.
다섯 고양이들은 슬펐습니다.
˝장롱 속은 어둡고 침침해. 정말싫어 !˝
˝고소한 예님이 냄새를 이젠 맡을 수가 없어. 어쩌지?´
˝우리가 없을 때 예님이가 혹시 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엄마는 정말 너무해. 이렇게 빨리 장롱 속에다 우릴 가두다니.˝
´몇 밤을 자야 예님이를 다시 볼까?´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예님이와 헤어지면서 투덜거립니다. 정말 몇 밤을 자야 예님이를 다시 볼까요? 다섯 고양이들은 한숨을 내쉽니다.

쾅-.
엄마가 장롱 문을 닫자마자 시커먼 어둠이 보자기처럼 노오란 이불을 덮었습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어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홀렀을까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어느 새 낙엽이 포르르 땅으로 눕는 가을이 왔습니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장롱 문이 열리더니 노오란 이불은 엄마 손길을 따라 옥상 빨랫줄에 널렸습니다

˝아이 눈부셔. 해님, 반가워요.˝
노오란 이불 속에서 야구 모자를 쓴 첫째 고양이가 인사를 합니다.

˝이것 좀 봐. 장롱 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지 내 털이 다 구겨졌어. 속상해 정말.˝
야구 방망이를 든 둘째 고양이가 구겨진 털을 훅훅 붑니다.

˝아기 예님이는 얼마나 컸을까? 지금은 아장아장 걸어다니겠지?˝
야구 장갑을 낀 셋째 고양이가 가슴 위로 두 손을 모은 채 말을 합니다.

˝다른 장난감이랑 논다고 우릴 잊지는 않았을까?´
넷째 고양이가 공 던지기를 하며 말합니다.

˝머리카락은 많이 자랐을까? 얘들아, 너희들 기억나니? 예님이는 까까 대머리였잖아.˝
달리기를 하는 다섯째 고양이 말에 고양이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예님이 머리에 몇 가닥 숭숭 나 있는 머리카락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빨리 예님이가 보고 싶습니다.
민둥머리에 머리카락이 몇 개 더 났나 세어도 보고 복숭아 같은 뺨에서 고소한 살냄새도 맡아보고 발가락이 얼마나 길어졌나 재어보고도 싶습니다. 다섯 고양이들 마음은 햇살 받은 솜이 불과 함께 등등 부풀어 을랐습니다.
저어기 옥상 위로 엄마가올라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엄마는 노오란 이불을 다시 접더니 장롱 속으로 넣어 버렸습니다.

˝햇볕이 너무 좋은 날이야. 아직 솜이불은 이른 것 같애. 추울때 다시 꺼내야겠네.˝
룰루루 콧노래까지 부르며 장롱 문을 제꺽 닫아버리는 거였습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다시 어둠의 보자기에 싸였습니다. 가을 해님이 원망스럽습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눈가에 얼룩얼룩 눈물을 머금은 채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 날 밤이었어요.
아앙앙-.
아기 울음 소리가크게 들렸습니다.
장롱 속에서 잠자던 다섯 고양이들은 울음 소리에 놀라 잠이 깼습니다.

˝어어? 예님이잖아 무슨 일일까?´
˝불에 데었나?´
˝체했는지도 몰라,˝
˝열이 펄펄 나는 건 아닌가?´
˝순둥이 예님이가 왜 저러지? 아이 답답해.˝
다섯 고양이들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예님이의 울음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었습니다.

˝아가야, 울지 마라. 엄마 있네, 엄마. 멍멍 멍멍이 오라고 할까? 싫어? 그럼, 엄마가 업어줄까? 이것도 싫어? 어쩌지? 둥개둥개 아가야 울지마.˝
수다쟁이 엄마가 예님이를 달래느라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목디 쉬도록 울기만 합니다.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야구 모자를 찾아쓰고 야구 방망이를 찾아 들고 공을 던지고 달리기를 합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우는 소리에 마음만 답답할 뿐이니까요. 그리고는 장롱 문에 귀를 바짝 갖다댑니다. 장롱 문 틈새로 눈도 바짝 붙여봅니다. 아기가 보일까 아기소리가 들릴까.

˝어머머, 우리 아기 열이 펄펄 나네. 큰일이야. 어떡하지?´
무얼 찾는 걸까요? 엄마는 방 안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립니다

´맞다! 솜이불이 있었지. 가만 있자·.˝
엄마가 박수를 짝! 치며 장롱 문을 갑자기 열어 젖혔습니다.
어구구.

장롱 문 앞에 바짝 붙어 있던 다섯 고양이들은 노오란 이불과 함께 털썩 방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이구 허리야, 아이구 내 꼬리 다쳐!
방바닥에 곤두박질 쳐진 다섯 고양이들은 하마터면 소리까지 지를 뻔했습니다. 예님이는 어디 있는 거야?

아, 저기 !
예님이가 보입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뻘밭처럼 뒤죽박죽입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눈까지 비벼가며 예님이를 봅니다.

예님이도 다섯 고양이들을 쳐다봅니다. 시끄러운 고양이 소리를 들었을까요? 왕왕 울던 울음도 뚝 그쳤습니다. 눈물 방울이 아직 예님이 눈에 맺혀 있습니다. 다섯 고양이들도 야구 모자를 쓰고 야구 방망이를 들고 야구 장갑을 끼고 공을 던지고 달리기를 하며 예님이를 반갑게 쳐다봅니다.

아하하!
갑자기 예님이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을 꼭 끌어안습니다.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도 예님이를 끌어안습니다.
다섯 고양이들은 예님이 볼에 코를 킁킁 대보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을 당겨보기도 합니다. 꼬리털로 발바닥을 문질러봅니다.

아하하. 까르륵.
예님이가웃습니다. 간지럽다고 자꾸 웃습니다.
야옹야옹-.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도 불러봅니다. 반갑다고 자꾸 부릅니다.

˝세상에! 우리 아기 울음을 뚝 그쳤네.야옹이 이불이 우리 예님이 친구였구나. 엄마가 몰랐어. 미안미안.˝
엄마도 기분이 좋은지 노오란 이불을 끌어안습니다.

예님이의 눈꺼풀이 자꾸만 감기려 합니다.
반쯤벌어진 예님이 입에서 침이 두어 방을 홀러내립니다.
다섯 고양이들 솜털 위로 쪼르르 미끄러집니다.
다섯 고양이들이 간지럽다고 낄낄거립니다.
˝쉬이잇-. 아기가 잠이 들었어.˝
˝아, 고소한 아기 냄새-. 나도 잠이 오는걸.˝
˝저길 봐. 엄마도 잠이 들었어.˝
˝얼마나 피곤했으면‥‥ 쯧쯧 ˝
˝입 벌리고 자는 모양이 엄마나 아기나 똑같애!˝
쉬이잇-!
노오란 이불 속 고양이들은 야구 모자를 소리없이 벗습니다.
야구 방망이도 조용히 내려 놓습니다.
야구 장갑도 얌전히 벗습니다.
공 던지기도 그만둡니다.
달리기를 하던 두 다리도 보기좋게 오므립니다.
아기가 놀랄까, 엄마가 깰까 소리없이 살살 움직입니다.
아기 숨소리만 쌕쌕 들리는 조용한 밤입니다.
다음 날 아침, 노오란 이불 속 다섯 고양이들은 엄마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습니다.

˝세상에! 우리 아기 좀 봐. 이가 났어. 이가. 절구통같이 튼튼한 어금니가 두 개나 솟았다구. 예님아, 정말 잘했어요.˝

엄마 목소리가 씩씩한 나팔 소리 같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8 창작동화 [창작동화] 아기 소나무 윤태규 2006-02-11 2816
407 창작동화 [창작동화] 새를 날려 보내는 아저씨 [1] 손춘익 2006-02-11 1218
406 유아동화 [유아동화] 이슬이의 첫 심부름 쓰쓰이 2006-02-11 2244
405 신춘문예 [2003강원일보] 감자꽃 -이남영 이남영 2006-02-11 1088
404 창작동화 [창작동화]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무명 2006-01-22 1744
403 창작동화 [창작동화] 개미 나라 개미 김목 2006-01-22 1914
402 창작동화 [창작동화] 주문이 많은 요리점 마야자와겐지 2006-01-22 1116
401 창작동화 [창작동화] 못난이 사과의 꿈 민현숙 2006-01-22 2206
400 창작동화 [창작동화] 개미와 민들레 원유순 2006-01-22 2077
399 창작동화 [창작동화] 신발을 신고 다닌 원숭이 김문기 2006-01-22 1611
398 창작동화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 작은동산 2006-01-22 1139
397 창작동화 [창작동화] 너 밖에 없군 김문기 2006-01-22 1564
396 창작동화 [창작동화] 징검다리 이영 2006-01-22 1520
395 신춘문예 [2006동아일보] 착한 어린이 이도영 -강이경 file 강이경 2006-01-01 2197
394 신춘문예 [2006한국일보] 황금빛 울타리 - 배덕임 2006-01-01 1401
393 창작동화 [창작동화] 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 임정진 2005-12-30 1543
392 창작동화 [창작동화] 호랑이를 위한 재판 임정진 2005-12-21 1895
391 창작동화 [창작동화] 꼬르륵 꼴꼴꼴꼴 임정진 2005-12-18 1584
390 신춘문예 [2003샘터상 동화당선작] 장승과 도라지꽃 남연화 2005-11-10 2476
389 창작동화 [창작동화] 대장의 눈물 원유순 2005-09-20 1198
388 창작동화 [창작동화] 강아지 쉬야 원유순 2005-09-20 1850
387 권정생동화 [권정생동화] 바닷가 아이들 권정생 2005-09-20 1993
386 외국동화 [외국동화] 벌의 지하철 여행 미상 2005-09-20 1868
385 외국동화 [외국동화] 아기 찌르레기의 꿈 [1] 하마다 2005-09-20 1666
384 외국동화 [외국동화] 이고쳐 선생과 이빨투성이 괴물 봅루이스 2005-09-20 1985
383 창작동화 [창작동화] 그날 아침 강영선 2005-09-20 1468
» 신춘문예 [1999국제신문] 노오란 이불 이야기 - 강영선 2005-09-20 1420
381 창작동화 [창작동화] 일본인이 아니라 네 교장선생님이다 신충행 2005-08-09 1730
380 창작동화 [창작동화] 괭이밥 먹으면 괭이가 되나요? 원유순 2005-08-09 1547
379 창작동화 [창작동화] 우산장수 할아버지 김철수 2005-08-09 1829
378 창작동화 [창작동화] 내 짝궁 최영대 채인선 2005-08-09 2424
377 창작동화 [창작동화] 할아버지의 방 안선모 2005-08-09 1939
376 신춘문예 [1997국제신문] 놀부 할아버지의 땅 - 최혜진 2005-08-09 633
375 창작동화 [창작동화] 잔디의노래 원유순 2005-07-24 1789
374 창작동화 [창작동화] 문제아 박기범 2005-07-24 1832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