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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다 히로스케
넓은 들 한복판에 밤나무가 있었습니다. 밤나무 구멍 속에는 아기찌르레기와 아빠찌르레기가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가을도 저물어 가는 어느 날, 아빠찌르레기는 솜같이 하얀 갈대 이삭을 하나 물고 왔습니다. 이삭은 마치 솜이불같이 폭신하고 따뜻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바깥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기찌르레기는 엄마가 그리워졌습니다.
엄마찌르레기는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그런 줄도 모르고 아기찌르레기는 엄마가 먼 곳에 가 있는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엄마는 언제 돌아와?˝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습니다.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뜨고 아기찌르레기에게 나직이 말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된단다.˝
˝지금쯤 바다를 건너오고 있을까?˝
˝응, 그래.˝
하고 아빠찌르레기는 정답게 대답했습니다.
˝이젠 산을 넘었겠네?˝
한참 있다가 아기찌르레기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그래.˝
대답하는 아빠찌르레기의 모습은 처량해 보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더 이상 물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엄마찌르레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밤중에 아기찌르레기는 문득 잠이 깨었습니다. 가까이서 무엇인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가만히 들어보니, 마치 구멍 근처에서 무엇이 날개를 스치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빠 아빠, 엄마가 돌아왔어!˝
아빠찌르레기는 얼결에 눈을 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아니다, 바람 소리다. 어서 잠이나 자자!˝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엄마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빠찌르레기 몰래 바깥으로 기어 나가 보았습니다. 과연 아빠찌르레기의 말대로 찬 바람이 누런 나뭇잎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아빠 말이 옳구나!´
실망한 아기찌르레기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의 품속같이 따뜻하던 이불 속은 반쯤 식어 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몸을 기대고 잤습니다.
이윽고 날이 밝았습니다. 따스한 햇빛이 부드럽게 비쳤습니다 그러나 밤나무 구멍 속 찌르레기의 보금자리는 안개 속으로 비치는 햇살같이 희미할 뿐, 여전히 어둡기만 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나무의 다른 가지는 잎이 하나도 없이 다 떨어졌는데, 구멍 입구의 한 가지에만 나뭇잎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몸을 바싹 기대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밤중에 잠이 깨었습니다. 어제와 같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다시 희미하게 들려 왔습니다. 낮에 보았던 그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그 소리가 마치 엄마찌르레기의 날개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때는 엄마찌르레기가 무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나뭇잎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불현듯 엄마찌르레기가 그리워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또 날이 밝았습니다. 그 날도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에 나가 보았습니다. 하나뿐인 나뭇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빨리 집 안으로 들어와 털을 하나 뽑아 물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그 털로 가지에 나뭇잎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센 바람이 하나밖에 안 남은 잎을 어딘지 멀리멀리 실어 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을 거야.´
둥지로 돌아오자 아빠찌르레기가 물었습니다.
˝너, 밖에 나가 뭘 하고 왔니?˝
아기찌르레기는 나뭇잎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 날 밤, 아기찌르레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디서 몸이 하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집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찌르레기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낮에 아빠찌르레기가 바라보던 대로 애처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흰 새에게 매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흰 새는 어디론지 포르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아기찌르레기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말똥거리며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짙은 어둠만 가득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나뭇잎에는 흰 가루를 뿌린 듯 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어젯밤 꿈에 본 새가 바로 이 눈에 덮인 흰 이파리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날개를 파닥여, 이파리에 쌓인 눈을 털어 주었습니다. *
넓은 들 한복판에 밤나무가 있었습니다. 밤나무 구멍 속에는 아기찌르레기와 아빠찌르레기가 정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가을도 저물어 가는 어느 날, 아빠찌르레기는 솜같이 하얀 갈대 이삭을 하나 물고 왔습니다. 이삭은 마치 솜이불같이 폭신하고 따뜻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바깥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기찌르레기는 엄마가 그리워졌습니다.
엄마찌르레기는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그런 줄도 모르고 아기찌르레기는 엄마가 먼 곳에 가 있는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빠, 엄마는 언제 돌아와?˝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습니다.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뜨고 아기찌르레기에게 나직이 말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된단다.˝
˝지금쯤 바다를 건너오고 있을까?˝
˝응, 그래.˝
하고 아빠찌르레기는 정답게 대답했습니다.
˝이젠 산을 넘었겠네?˝
한참 있다가 아기찌르레기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그래.˝
대답하는 아빠찌르레기의 모습은 처량해 보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더 이상 물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엄마찌르레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밤중에 아기찌르레기는 문득 잠이 깨었습니다. 가까이서 무엇인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가만히 들어보니, 마치 구멍 근처에서 무엇이 날개를 스치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빠 아빠, 엄마가 돌아왔어!˝
아빠찌르레기는 얼결에 눈을 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아니다, 바람 소리다. 어서 잠이나 자자!˝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엄마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빠찌르레기 몰래 바깥으로 기어 나가 보았습니다. 과연 아빠찌르레기의 말대로 찬 바람이 누런 나뭇잎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아빠 말이 옳구나!´
실망한 아기찌르레기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의 품속같이 따뜻하던 이불 속은 반쯤 식어 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몸을 기대고 잤습니다.
이윽고 날이 밝았습니다. 따스한 햇빛이 부드럽게 비쳤습니다 그러나 밤나무 구멍 속 찌르레기의 보금자리는 안개 속으로 비치는 햇살같이 희미할 뿐, 여전히 어둡기만 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나무의 다른 가지는 잎이 하나도 없이 다 떨어졌는데, 구멍 입구의 한 가지에만 나뭇잎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아빠찌르레기에게 몸을 바싹 기대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밤중에 잠이 깨었습니다. 어제와 같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다시 희미하게 들려 왔습니다. 낮에 보았던 그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그 소리가 마치 엄마찌르레기의 날개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때는 엄마찌르레기가 무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나뭇잎 소리를 들을 때마다 불현듯 엄마찌르레기가 그리워져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또 날이 밝았습니다. 그 날도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에 나가 보았습니다. 하나뿐인 나뭇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빨리 집 안으로 들어와 털을 하나 뽑아 물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그 털로 가지에 나뭇잎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센 바람이 하나밖에 안 남은 잎을 어딘지 멀리멀리 실어 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을 거야.´
둥지로 돌아오자 아빠찌르레기가 물었습니다.
˝너, 밖에 나가 뭘 하고 왔니?˝
아기찌르레기는 나뭇잎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찌르레기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 날 밤, 아기찌르레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디서 몸이 하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집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찌르레기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낮에 아빠찌르레기가 바라보던 대로 애처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흰 새에게 매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흰 새는 어디론지 포르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순간, 아기찌르레기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말똥거리며 사방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짙은 어둠만 가득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기찌르레기는 바깥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나뭇잎에는 흰 가루를 뿌린 듯 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어젯밤 꿈에 본 새가 바로 이 눈에 덮인 흰 이파리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기찌르레기는 날개를 파닥여, 이파리에 쌓인 눈을 털어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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