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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동화] 바닷가 아이들

권정생동화 권정생............... 조회 수 2005 추천 수 0 2005.09.20 19:32:39
.........
며칠 동안 내리던 궂은비가 개자 날씨는 산뜻하게 눈이 부시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게 높게 올라갔고 들판의 풀잎과 나무들이 진초록빛으로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동수는 낮전에 순이와 함께 붉은 고추를 따느라 힘들었던 것도 말끔히 풀어졌습니다. 점심밥을 금방 먹고 났기 때문인지 뿌듯하게 새로운 힘이 솟았습니다.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뭍으로 떠난 어머니는 장을 보고 저녁녘에야 돌아오실 것 입니다.
˝순이야, 너 혼자 쉬고 있어. 난 저쪽 바닷가에 잠깐 다녀올게. ˝
˝오빠 마음대로 하려무나. 난 마루에서 낮잠이라도 잘테다. ˝
˝그래, 한잠 푹 자거라. ˝
동수는 말을 마치고 나서는 얼른 골목길로 뛰어나갔습니다. 나지막한 돌담이 구부정 휘어진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면 이내 포플러 나무가 섰는 들판길이었습니다.
동수는 지금 저기만큼 야트막한 산모퉁이 한적한 바닷가로 나가는 길입니다.
뭐 커다란 비밀은 아니지만, 동수는 이따금 외진 바닷가로 흔자 나가서 조용히 앉아 있고 싶은 것입니다. 바닷가엔 조그만 바위가 움푹 패인 보금자리 같은 장소도 있습니다. 거기기 비스듬히 누워 있으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갈매기 소리도 들을 수 있어 꿈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동수는 산모퉁이를 돌아 이윽고 조용한 그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새등지 같은 바위 구멍이 저기만큼 보였습니다.
˝휘 익 ‥‥‥‥
동수는 버룻대로 휘파람을 불면서 바위 구멍 가까이로 뛰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 바위 구멍에 낮모르는 애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상고머리가 깨끗한 사내아이는 꼭 동수만한 나이 또래였습너다.
˝어엉 ?˝
동수는 바위 앞에 멈추어 서서 어리등절 낮선 애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애도 역시 놀라서 그런지, 약간 겁이 난 듯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수를 마주 쳐다보았습니다. 코는 약간 펑퍼짐했지만 씩씩하게 뻗은 눈썹이 무척 사내아이다웠습니다.
˝저어, 넌 누구야?˝
동수가 물었습니다.
˝나, 강태진이란다. 여기가 어디니 ?˝
그 애는 여전히 겁난 낯빛을 하면서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여기는 자라섬 이야. ˝
˝자라섬이 어디야 ? ˝
˝어딘 어디야. 여기가 바로 자라섬이라니까.˝
˝그게 아니고 자라섬이 어느 나라 땅인가 물어 본 거야˝
˝어느 나라라니 ? 대한민국 경기도 땅이지. ˝
˝뭐라고 ? ˝
그 애가 눈이 더욱 커지면서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놀라니 ? ˝
˝아니야, 그냥‥‥‥ 나 돌아가야겠어.˝
더듬거리면서 그 애는 몹시 허등거렸습니다. 바위 구멍에서 나와 일어서니까 동수 키하고 똑같았습니다.
˝어디로 돌아가니? ˝
˝‥‥‥˝
그 애는 우물우물 대답을 못 했습니다.
˝니네 집이 어디야? ˝
˝묻지 말어 ! ˝
그 애가 갑자기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고는 얼른 달려가 수북히 쌓인 모래무덤을 파헤쳤습니다.
동수는 그 애의 뒤로 뛰어가 궁금하게 서서 보았습니다. 노란 런닝 샤쓰의 등도 흙투성이이고 남색 반바지도 때가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수북히 쌓인 모래무덤을 부지펀히 파헤치니까 놀랍게도 조그만 거룻배 한 척이 나타났습니다.
˝그 배 어디서 났니 ? ˝
동수가 바싹 다가가며 물었습니다.
그 애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너 훔친 것 아냐?˝
동수는 그 애가 모래를 헤치고 있는 팔을 잡아 낚았습니다.
˝이 팔 놔 ! ˝
그 애가 획 소리쳤습니다.
˝안 놓는다. ˝
˝놔! ˝
그 애는 붙잡고 있는 동수의 손쓸 다른 쪽 손으로 떼내며 잡힌 팔을 뿌리쳤습니다. 무척 힘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 배, 훔친 게 아니면 어디서 났니 ? ˝
˝우리 거야 ! ˝
그 애가 너무도 세차게 버티었기 때문에 동수는 찔끔 놀랐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손수 만든 거야. 난, 훔치지는 않아.˝
그 애는 동수를 잔뜩 노려보며 덧붙여 말했습니다.
˝훔치지 않았으면 왜 도망치려 하니 ? ˝
이번에는 그 애가 찔끔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얼굴을 똑바로 들었습너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집으로 가려는 거야. ˝
˝집이 어디냐니까? ˝
동수도 맞장구치듯 야무지게 물었습니다.
˝황해도 해주야. ˝
˝뭐라고 ? ! ˝
˝왜, 겁나니 ? ˝
˝너, 미쳤니 ? 거짓말 말어.˝
˝믿지 못하면 그만두려무나.˝
그 애는 파헤친 모래 속에서 들어낸 거룻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간다니까 ! ˝
˝황해도 해주까지 말이니 ?˝
˝그렇다니까. ˝
˝너 이름이 강태진이랬지 ? ˝
동수는 무척 안타까운 듯이 물었습니다.
˝그래, 아까 가르쳐 됐잖니 ?˝
그 애, 태진이는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태진아, 그러지 말고 좀 자세히 얘기해 봐.˝
˝더 얘기할 것 없어.˝
˝정말 그렇다면 난 신고할 테다. ˝
˝무슨 신고를 한다는 거야 ? ˝
˝간첩 신고 ! ˝
˝간첩 신고라니 ? ˝
˝넌 이북에서 온 간첩이니까 신고를 하겠다는 거야. 이제 겁나니? ˝
˝흥 ! 신고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신고하면 너는 잡혀가고 나는 상금을 탈 거야.˝
˝상금? ˝
˝그래. ˝
˝그게 몇 푼이나 되는데 ?˝
˝몇 푼이라니 ? 그렇게 업신여기지 말어. 자그만치 커다란 집 다섯 채는 살 수 있는 돈이야.˝
동수는 어느새 태진이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집을 다섯 채나 해서 뭘 할 테야?˝
태진이는 여전히 피웃는 투로 말했습니다.
˝집 다섯 채면 우린 부자가 되는 거야.˝
˝넌 사람을 팔아 부자 되는 게 그리도 좋으냐?˝
태진이는 정말 비웃었습니다.
˝사람하고 간첩하고는 달라. ˝
동수는 어쩐지 태진이한테 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 변명하듯 말했습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간첩을 팔아 부자 되는 사람도 사람 아니다. ˝
˝…… ˝
갑자기 동수는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잡아갈 테면 잡아가! ˝
태진이가 동수 가까이로 다가섰습니다.
동수는 태진이의 노란 런닝 샤쓰 앞가슴을 움켜 쥐었습니다.
˝너 정말 혼나고 싶니? ˝
˝을러 대지 말고 빨리 잡아가! ˝
태진이는 머리를 동수 턱밑으로 들이밀었습니다. 동수는 할수없이 잡았던 멱살을 풀었습니다.
˝그렇게 큰소리 친다고 누가 그만둘 줄 아니 ?˝
˝왜 멱살을 놓는 거야? 어디 손을 묶을 수갑이라도 갖고 다니니 ? ˝
˝내가 언제 잡아간댔니? 그냥 신고하겠다고 했지.˝
˝그럼 어서 신고하러 가! 나 여기 서 있을게.˝
동수는 태진이가 어쩌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고 안 할 거면 난 집으로 돌아갈 테다. ˝
태진이는 돌아서서 거룻배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태진이는 거룻배의 모서리 앞에서 털쌕 주저 앉았습니다. 동수가 궁금하게 바라보는데, 태진이는 얼굴을 거룻배의 바닥에 묻으며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동수는 뛰어갔습니다.
˝태진아 ! ˝
동수는 흐느끼는 태긴이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태진아, 내가 잘못했어. 네 말대로 난 사람이 아니야. 조그만 너를 간첩으로 신고를 하려했으니까말야˝
˝ …… ˝
동수는 어쩐지 따라서 울고 싶어졌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너무도 엄청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태진이는 고개를 돌려 동수를 쳐다보았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 ˝
태진이는 몹시 지친 듯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당당하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최동수야. ˝
동수는 갑자기 태진이가 가엾어졌습니다. 이북에서 왔거나 어디서 살거나 그런 건 아무런 상관없이 다만 가엾다는 마음이 든 것입니다.
˝최동수라면 우리 반 동수하고 이름이 같구나.˝
태진이가 다시 밝아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반에도 동수란 애가 있니?˝
그때, 동수의 눈에 찔끔 눈물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걸 얼른 손등으로 문질렀습니다.
˝그래, 성은 다르지만 동수야. 임동수.˝
˝몇 학년이니? ˝
˝4학년이야, 4학년 2반.˝
˝얼래, 나도 4학년인걸.˝
동수는 발그레 웃었습니다.
˝동수야. ˝
˝응˝
˝나 지금 배고파. ˝
태진이는 또다시 얼굴을 떨구었습니다
˝너, 언제 집을 나왔니?˝
˝벌써 사흘 전에 나왔어.˝
˝이북 해주에서 말이지?˝
˝그래, 해주 근처의 바닷가야. 아버지 몰래 나 혼자서 배를 타고 놀다가 이렇게 떠내려온 거야.˝
˝그럼, 사흘 동안 줄곧 바다에서만 지냈단 말이니? ˝
˝응, 오늘 아침 가까스로 여기 이 낯선 바닷가에 닿은거야. ˝
˝그동안 쭉 아무것도 못 먹었니? ˝
˝그래. ˝
태진이의 얼굴은 그때서야 핏기 없는 얼굴이 뚜렷해졌습니다.
˝그럼, 우리 집에 가자.˝
˝너회 집 ? ˝
˝그래, 가서 밥도 먹고 마루에서 푹 쉬어.˝
˝안 돼!˝
태진이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괜찮어. 아무한테도 네가 이북에서 왔다는 말 안 할게.˝
˝그래도 안 돼. 너희 집에 먹을 게 있으면 이리로 갖다 줘.˝
동수는 태진이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쩐지 가슴이 찡하게 더워겼습니다.
˝그래,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절대 어디 가면 안돼.˝
˝빨리 돌아와야 해. 저 바위 구멍에서 기다릴게.˝
˝꼭 기다려야 해.˝
동수는 꼭꼭 다짐을 하면서 바쁘게 뛰었습니다.
포플러 나무숲까지 와서 잠간 돌아보고 다시 뛰었습니다.
˝오빠, 뭘 하다가 이제 오는 거야?˝
순이가 늦게 왔다고 투덜거렸습니다.
˝낮에 먹던 감자 남은 것 어디 뒀니?˝
동수는 순이가 묻는 말엔 대답 않고 바로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것, 엄마 돌아오시면 드릴 거야.˝
순이가 부엌으로 따라오며 말했습니다.
동수는 부뚜막에 놓인 커다란 양재기에 덮인 보자기를 헤쳐 보았습니다. 한 그릇이나 되는 삶은 감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동수는 그걸 모두 보자기에 쏟아 담았습니다. 얼른 보자기 네 귀퉁이를 오므려 손에 꼭 틀어뷔었습니다.
˝나, 얼른 갔다 올게. ˝
동수는 훔쳐서 달아나듯 밖으로 뛰었습니다.
˝오빠, 또 어디 가-는 거야?˝
순이가 볼멘소리로 물었지만 역시 못 들은 척 달리기만 했습니다.
태진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이것 감자야. 어서 먹어.˝
태진이는 감자 보자기를 받아 들고 잠간 동수를 쳐다보았습니다.
˝고맙다. ˝
그러고는 감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태진아.˝
˝응?˝
˝저쪽에 가서 물을 좀 마셔야 하지 않겠니?˝
˝아냐, 괜찮어. ˝
태진이는 다시 몸을 도사리며 동수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태진아, 날 믿어 줘.˝
˝…… ˝
˝너하고 나하고는 남이 아니잖니? ˝
˝넌 아까 나한테 간첩이라 했잖?˝
˝그건 깜빡 잊어버리고 그랬던 거야.˝
˝무얼 잊어버렸다는 거니?˝
˝…… ˝
동수는 그걸 어떻게 말배야 할지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가르쳐 주었단다.´
이런 것을 어떻게 태진이한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넌 점점 이상한 말만 하고 있잖니?˝
태진이가 다그치듯 말하고는 한 입 베어먹던 감자를 땅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태진아, 너도 마찬가지잖니 ? 처음부터 날 믿지 않았잖니 ? 왜 내 말이 너한테 이상하게 들리니?˝
˝몰라, 그건‥‥‥ 네가 날 못 믿어서 그런 거야.˝
˝아니야, 난 태진이를 믿어.˝
˝나도 동수를 믿기 때문에 이렇게 기다렸다가 감자를 먹고 있잖니? ˝
˝그래, 그러니까 날 끝까지 믿어 달라는 거야.˝
태진이는 말없이 눈을 조금 감았다가 떴습니다.
˝난, 태진이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내 말을 믿고 따라 줘.˝
태진이는 커다란 결심을 한 듯이 ˝그래, 그럴게.˝ 하면서 일어섰습니다.
둘은 감자 보자기를 들고 포플러 나무숲의 개울로 갔습니다. 개을 옆 언덕 밑에 샘물이 졸졸졸 흘렀습니다.
태진이는 샘물을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동수가 언제나 엎드려 입을 샘물에 대고 마시듯이 태진이도 그렇게 엎드려 마신 것입니다.
둘은 감자를 먹고 물을 마시고 나서 다시 아까 그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정말 거기는 호젓하고 외진 곳이어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태진아, 우리 함께께 헤엄칠까?
˝그럴까. ˝
태진이는 이제서야 기운이 나고 마음이 트인 것 같았습니다.
둘은 옷을 벗었습니다. 웃옷을 벗고 바지를 벗고 팬티를 벗었습니다.
알몸뚱이사 되자 누가 먼저 그랬는지 서로의 몸뚱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태진이의 배 한가운데에 배꼽이 있고 배꼽 밑의 사타구니엔 고추가 있고 불알이 있고, 둘은 새삼스러운 듯 놀라며 바라보았습니다.
˝태진아, 우리 함께 오줌 눠 볼까?˝
˝그래.˝
둘은 발가벗은 채 나란히 서서 쭈르르 오줌을 뒀습니다.
˝똥도 누자.˝
이번에는 태진이가 제의를 했습니다.
˝그래. ˝
둘은 또 나란히 앉아서 똥을 뒀습니다. 구린내가 났습니다. 누구의 구린내도 다만 구린내였습니다.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풍덩풍덩 헤엄을 쳤습니다. 태진이도 동수도 바닷가에서 나서 자랐기 때문인지 헤엄도 잘 쳤습니다.
둘은 오래전부터 사귀어 온 동무처럼 깔깔 웃으며 물놀이를 했습니다.
물 묻은 몸으로 밖에 나오니, 벌써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동수는 집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까 순이한테 금방 다녀오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늦어 버린 것입니다.
태진이가 그런 동수의 걱정을 눈치챈 듯이 물었습니다.
˝동수야, 이젠 집에 가야 하지 않니?˝
˝하지만 넌 어쩌고?˝
˝나도 어서 돌아사야지. 한 가지 부탁하면 들어주겠니?˝
˝뭔데? ˝
동수는 어떤 부탁인지 궁긍하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집에 갈 때까지 먹을 양식을 구해 줘.˝
˝쌀 같은 거 말이니?˝
˝쌀은 아니고, 그냥 먹을 수 있는 거라야 해.˝
˝그냥 먹을 수 있는 건, 미숫가루면 되니?˝
˝그래, 미숫가루면 돼. 그리고 물도 가지고 가야지.˝
˝알았어. 집에 가서 가지고 올게. 저녁까지만 기다리고 있어. ˝
˝응 ˝
둘은 발가벗은 몸을 한 채, 마주 보고 다시 한 번 웃었습니다.
˝너희네 집에선 무얼 먹니 ? ˝
˝밥하고 김치하고, 떡도 먹어.˝
태진이가 얼른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하고 같구나. ˝
˝너회도 그런 것 먹니? ˝
˝그럼. ˝
˝고추장도? ˝
˝그래. ˝
˝새우젓도 멸치젓도 먹니 ?˝
˝그럼. ˝
태진이는 거듭 묻다가 할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번에는 동수가 물었습니다.
˝너횐 아버지가 계신댔지? ˝
˝ 응˝
˝어머니도 계시고? ˝
˝그래, 어머니하고 누나하고 할머니도 계셔. ˝
˝할머니도? ˝
˝그래, 동수네는 할머니 안 계시니 ?˝
˝안 계셔. 그리고 아버지도‥‥‥˝
˝ ‥‥‥ ˝
˝풍랑으로 돌아가셨어. ˝
˝ ‥‥‥ ˝
˝그래서 어머니하고 동생 순이하고 셋이 살어.˝
˝그래도 괜찮어. 난 이만큼 컸고 순이도 아주 착하거든.˝
태진이는 동수 가까이 가서 맨몸으로 꼭 안았습니다.
˝아이, 간지러워.˝
그러나 동수는 태진의 맨살이 가슴에 닿자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나, 어서 가서 먹을 것 갖고 올게.˝
동수는 태진이를 떼어놓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뭍으로 나갔던 어머니도 돌아와 있었습니다.
˝넌 무얼 하다 이제야 오니 ?˝
˝잘못했어요. 바닷가에서 누워 있다가 여태 자 버렸어요˝
동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얼었습니다.
˝쯧쯧, 내일 갑식이 아버지가 함께 배 타고 바다로 나가자더구나. 갑식이도 같이 간다더라.˝
˝예, 가겠어요. ˝
그러나 동수는 건성으로만 대답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어머니 눈을 피해 부엌에 가서 찬장 구석에 들어 있는 미숫가루를 훔칠 수 있을까 눈치를 봤습니다.
˝순이야, 어서 저녁 지어 먹어야지.˝
˝응. ˝
순이가 부엌으로 들어가고 어머니도 따라서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수는 애가 티 습니다. 괜히 안절부절하면서 부엌 앞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어느새 해가 저물자 마당에 거적이 깔리고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동수는 저녁밥을 한 숟갈 뜨다 말고는 ˝나 조금 있다가 먹을 테야.˝ 하면서 밥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별일이야. 낮에 뭘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니 ? ˝
어머니는 다른 생각은 없이 그렇게만 갈했습니다.
˝오빠, 낮에 엄마 몫으로 둔 감자 혼자 다 먹었어.˝
순이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 않은 게로군.˝
동수는 어머니와 순이가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부엌 찬장문을 살며시 열고 미숫가루 자루를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플라스틱 물통을 찾아냈습니다.
잠깐 생각하다가 소금을 꺼내어 비닐 봉이에 쌌습니다. 그걸 모두 보자기에 싸고 자기 몫의 밥도 함께 쌌습니다. 그러고는 숟가락 한 개와 찬장에 있는 마늘 장아찌를 찾아내어 보자기에 쑤셔 담아 들고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수는 부엌 모퉁이를 살짝 돌아가서 뒤껼 허물어진 담을 뛰어넘고는 그대로 달려갔습니다. 숨이 몹시 헐떡 거렸습니다.
사방은 어둡고 아흐렛달이 흐릿하게 구름에 가리어져 있었습니다.
동수는 개울 가 샘터에서 물을 물통에 가득 채웠습니다. 보따리와 물통을 양손에 들고 다시 뛰었습니다.
바닷가에서 태진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태진이니! ˝
˝동수야! ˝
태진이는 초조하게 기다리느라 가슴을 졸이다가 단숨에 확 마음이 놓였습니다.
˝자, 이 밥부터 먹어.˝
동수는 가지고 온 보자기에서 밥그릇과 마늘 장아찌를 꺼내었습니다.
˝넌 저녁 먹었니? ˝
˝그래. ˝
동수는 얼른 대답했습니다.
태진이는 밥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나중까지 잊지 않고 이 은혜 갚을게.˝ 했습니다.
˝이게 무슨 큰 은혜가 되니? ˝
˝넌 나한테 아주 고맙게 베풀어줬어.˝
˝우린 같은 단군 할아버지 자손인걸.˝
˝그래, 그러니까 동수하고 나하고는 형제야.˝
˝그만 하고 어서 떠날 준비 해야지.˝
˝준비 다 됐어.˝
둘은 손을 꼭 잡았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동수가 물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금방 달려올게.˝
˝그래, 그때 다시 만나자 ! ˝
˝다시 만나서 함께 헤엄도 치고 고기도 잡고 그래.˝
˝꼭 와야 해. ˝
˝응.˝
태진이는 잡았던 손을 놓고 배를 탔습니다.
˝미숫가루,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어야 한다. 물도 아끼고.˝
˝그래, 고맙다, 동수야.˝
동수가 깊은 바다까지 배를 밀어 넣었습니다. 이내 태진이는 노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잘 가, 태진아 ! ˝
˝잘 있어, 동수야 ! ˝
태진이의 거룻배는 점점 바다 저쪽 북쪽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태진아‥‥‥ ! ˝
구름 속에 가리어졌던 달이 빠져 나와 바다를 비추었습니다.
태진이의 배는 이제 보이지 않고 망망한 바다에 파도소리만 밀려왔습니다.
´하느님, 우리 태진이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셔요. 그리고 어서 속히 만나게 해주셔요.´
동수는 바닷가 모래 위에 털색 주저앉았습니다. 무릎을 모두어 머리를 묻었습니다. 눈자위가 더워지며 눈물이 자꾸 쏟아져 내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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