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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징검다리

창작동화 이영............... 조회 수 1520 추천 수 0 2006.01.22 22:33:17
.........
장마가 주춤하자,날씨는 복달임질을 했다.
대장간의 쇳덩어리같이 벌겋게 달궈진 해가 하늘 한복판에 붙박혀 있었다.
쏟아지는 불볕은 개울물까지도 바닥낼 듯했다.
하나,둘,셋.
사내아이 셋이 개울의 징검다리를 막 건넜다.걀쭉한 개울을 건넌 아이들은
이내 산기슭의 억새숲에 파묻혔다.
뒤따르는 두 아이는 고만고만한 키였지만 앞서 오르는 아이는 숙성했다.
아이들은 메밀 모서리같이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어깨에 걸친 빈 쌀자루가 치렁거렸다.
온 산은 제철을 만난 매미들의 노랫소리에 묻혀 있었다.
산 중턱까지 오른 아이들은 아름드리 산밤나무 그늘에서 멈췄다.
구슬땀을 들이기 위해서였다.쌀자루를 깔고 너부죽이들 엎디었다.
비리척지근한 풀냄새가 물씬했다.
˝야,오긴 정말 오는 거야, 회사 사람들?˝
산 아랫자락에 성냥갑처럼 붙어 있는 세 칸짜리 학교를 내려다보던
대평이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오잖고.지난 졸업식 때 우리들한테 약속했잖아,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곧바로 데릴러 오겠다고.˝
커다란 덩치에 까까머리의 만복이가 땀띠투성이 손등을 득득 긁으며 대답했다.
˝와,와,와야 오,오는 거지 뭐.˝
콧잔등에 주근깨가 감작감작 앉아 있는 충구가 비쌔며 말을 더듬었다.
˝야 임마,네가 제일 가고 싶다고 했잖아.˝
만복이가 눈을 빗뜨며 쏘아붙였다.
˝그,그거야,거,거기엔 나같은 마,마,말더듬이를 고치는 곳이 있다니까......˝
충구는 여전히 볼멘 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헛수고 같애,머루 따러 가는 거 말야.˝
까마무트름한 얼굴의 대평이가 일어나 앉으며 툴툴거렸다.
˝넌 항상 네 잇속만 차리더라.˝
가리트는 대평이에게 만복이가 한 마디 했다.
˝그래,난 나밖에 모른다.자매학교는 무슨 자매학교야,이 더운 판에.˝
대평이의 비아냥거림은 산을 오를 때부터 여기까지 주욱 이어졌다.
˝찾아오는 손님들한테 선물 좀 하자는데 무슨 불평이 그렇게 많니?
우리를 도와 주는 사람들인데.˝
만복이는 빈정거리는 대평이가 얄밉상스러웠다.
˝선무울? 흥.˝
대평이가 콧방귀를 던졌다.
˝흥아라니.˝
만복이가 벌떡 일어나며 가드락거리지 말라는 투로 대평이를 을렀다.
˝그래,흥이다.봄이면 산나물,가을엔 밤자루,여름엔 머루,개구리.
쳇,겨울엔 안 오길 다행야.˝
대평이는 만복이쯤 아랑곳하지 않고 깨죽거렸다.
˝낯도 두꺼운 사람들야.고작 소풍 때 동화책 몇 권,운동회 때 연필
몇 다스 달랑 보내 놓구선......그래도 자기네들은 자매학교를
도왔다고 우쭐대겠지.˝
˝짜식이,듣자듣자 하니까......˝
참다 못한 만복이가 오른손에 움켜쥐고 있던 쌀자루를 갈마쥐었다.
대평이의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일 기세였다.
˝차,차,참아,마,마,만복아.˝
굵은 돼지감자만한 만복이의 주먹을 충구가 냉큼 부여잡았다.
˝흥,잘들 해 보라구.만복이 넌 반장이구,충구 넌 그 사람들
빽으로 말더듬이 교정학원에 가야 할 테니깐.˝
대평이는 연신 비웃적거리며 가풀막진 산길을 도로 내려갔다.
˝째마리 같은 짜식.˝
오리나무 사이로 사라지는 대평이에게 만복이가 욕을 퍼부었다.
˝충구 너도 가고 싶으면 가.˝
만복이는 애먼 충구에게 화풀이를 했다.
˝해해,해해해.˝
충구가 만복이의 비위를 맞추며 졸랑졸랑 따라 나섰다.


물푸레나무의 미끈한 허리통이 희끗희끗 눈앞에 어렸다.
명과나무 가시가 둘의 손등을 할퀴었다.참나무 회초리가
사정없이 얼굴을 갈겼다.풀쐐기들이 팔뚝을 쏘아댔다.
얼키고 설킨 칡덩굴과 댕댕이덩굴에 걸려 몇 번이고 고꾸라졌다.
˝마,마,만복아.아,아,아,아직 멀었냐?˝
충구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고무장화 속의 알종아리가 뜸질을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힘드니?˝
뒤돌아선 만복이가 손을 뻗어 충구를 끌어올렸다.
땀이 흘러 등이 끈끈했다.
˝어우,그 꼬,꼬,꽁초 냄새 지,지,지독하다.˝
충구가 코를 내둘렀다.
˝그래야 뱀들이 얼씬도 못해.산을 한두 번 타 봤니?˝
장화 뒤꿈치에 매달은 담배 꽁초 주머니를 내려다보며
만복이가 빙시레 웃었다.
둘은 또 얼마를 기어올라갔다.
이젠 학교도 마을도 보이지 않았다.산내림한 낙엽송
토막들이 뒹구는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조심해,여기서부턴 뱀이 득실대는 곳이니깐.˝
만복이가 어른스럽게 주위를 주며 낙엽송 토막에 걸터앉았다.
˝배,배,뱀이라구?˝
충구가 만복이 옆으로 바투 앉으며 두리번거렸다.
˝살모사라도 한 마리 잡혔으면 좋겠다.˝
˝사,사,사,살모사아?˝
충구는 섬뜩한 느낌이 왔다.
˝그래,제 어미도 잡아먹는 독사래.˝
˝지네 어,어,엄말? 어이쿠야.˝
˝약에 썩 좋대.잡히면 김계장님 드릴 거야.˝
만복이가 어울리지 않게 재잘거렸다.
˝에이,지,지,징그러워라.˝
˝징그럽긴,일부러 사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마,마,만복이 넌 기,기,기,김계장님이 그렇게 좋니?˝
˝그래.몸은 약하지만 시골을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애.
그리고 내가 편지 할 때마다 꼬박꼬박 답장을 해 주셔.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카드도 보내 주셨어.˝
˝나,나,난 그 학원에 빨리 좀 갔으면 좋겠다.
기,기,김계장님이 도와 주시면 식은 죽 먹길 텐데.˝
손바닥으로 턱을 고인 충구의 모습이 가년스러웠다.
˝방송국하구 신문사를 구경시켜 준댔는데,
그까짓 것쯤 문제 없을 거야.˝
만복이가 충구를 안심시켰다.
꽁초주머니를 단단히 동여맨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 저기가 머룻골이잖아.˝
동굴 왼쪽 후미진 골창을 가리키며 충구의 손을 잡아 끌었다.
˝산삼이라도 튕겨져라.˝
썩은 참나무 등걸을 걷어차며 만복이가 쫑알거렸다.
˝그게 아니면 가,가,가,가,강삼이라도.......˝
충구가 맞장구치며 강기침을 했다.
재넘이가 제법 시원했다.
계곡의 물이 증류수보다도 맑았다.
˝히야,머,머,머루다!˝
충구는 신바람이 나서 소리쳤다.
거무죽죽한 머루알들이 소담스러웠다.
만복이와 충구는 머루 송이를 훑어 씨 채 삼켰다.
입술이 거무스름해질 때까지 엄청나게도 먹어댔다.
시큰시큰한 이를 맞부닥뜨리며,둘은 쌀자루 주둥이를
벌리고 머루를 따 넣기 시작했다.
끄윽,충구가 트림을 했다.
˝히히히,트림할 땐 안 더듬는구나.˝
만복이가 놀렸다.달려드는 왕퉁이 떼들을 쫓으며
부지런히 머루를 따 넣었다.
˝더,더,더덕이다!˝
제 키와 맞먹는 더덕풀 뒤에서 충구가 소리쳤다.
˝뿌릴 캐!˝
흥이 난 만복이가 소리쳤다.
˝무,무얼루?˝
난처해진 충구는 사방을 살폈다.
˝그러게 호미나 괭이를 가져오랬잖아.˝
만복이가 핀잔했다.
멈칫거리던 충구는 손가락으로 황토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익 웃던 만복이가 쌀자루를 들어봤다.아직도 갭직했다.
그 때.
별안간 온 산이 어두어 왔다.
번개가 하늘을 거북이등처럼 갈랐다.
우르릉,탕! 천둥이 울었다.청개구리들이 목청을 돋구었다.
이윽고 완두콩만한 빗방울들이 머루잎을 후두둑 갈겼다.
˝비,비,비다!˝
충구가 놀란 토끼눈으로 황급히 외쳤다.
만복이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장구름들이 다투어 몰려오고 있었다.
빗발이 굵어지며 떡갈잎을 가리가리 찢었다.
˝젠장......˝
만복이는 부랴부랴 머루자루를 들쳐멨다.
˝충구야,동굴로 피해!˝
동굴로 냅다 뛰며 소리쳤다.
동굴 안은 어둠침침했다.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매가 쪼아먹다 버린 산비둘기 썩는 냄새 같았다.
동굴 안으로 들어온 만복이는 머루자루 주둥이를 깔고 앉았다.
빗발은 아우성을 치며 맞은편 산꼭대기로 몰려갔다.
머리를 풀어 헤친 나무들은 하늘을 비질했다.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의 충구가 동굴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손에 쥔 더덕 뿌리에서 흘러내린 황토물이 장화 코빼기에 뚝뚝 떨어졌다.
˝에이,시.시.신경질 나.˝
머루부대와 더덕 뿌리를 내동댕이치며 충구가 불뚝거렸다.
˝......˝
멋쩍어진 만복이는 제 코를 한번 비틀었다.
충구는 낡아빠진 메리야스를 훌렁 벗어서 얼굴이며 머리털을 문질렀다.
물먹은 메리야스를 꽈배기 모양 비틀어 빗물을 짜냈다.
후줄근한 메리야스를 목에 다시 끼울 때,가슴팍 빈대젖 밑의
갈비뼈가 오그르 드러났다.
빗줄기는 장대같이 굵어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억수로 퍼부었다.
산돌림이겠거니 했던 만복이는 은근히 불안해졌다.
충구는 멀거니 동굴 밖을 내다보고 앉아 있었다.
오디 씹은 입술처럼 얼굴이 푸르죽죽했다.
만복이는 머루 몇 알을 꺼내 오물오물 씹었다.
심심하기도 했지만 충구가 원망하는 말이라도
할까 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기,기,김계장님네들 오긴 오는 거니?˝
아니나 다를까,지르퉁해 있던 충구가
착 갈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난 꼭 믿고 있어.˝
만복이는 충구의 마음을 달래듯 대답했다.
˝오,올 사람들 같았으면 버,버,벌써 왔을 거야.
바,바,방학한 지도 열흘이 지났잖아.˝
˝그 동안 장마가 졌잖니.˝
만복이가 억지로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충구는 만복이의 어정쩡한 대답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만복이가 내미는 머루알들을 한입에 털어 넣고 오도독 깨물었다.
˝난 기,기,김계장님들이 안 와도 좋아.˝
충구가 머루 껍질을 뱉아 내며 여전히 갈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그게 무슨 말이니?˝
만복이는 머루알을 씹다 말고 충구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너무 바,바,바, 바라기만 하잖아.
고,고,공짜로 말더듬는 걸 고치려고 말야.
야.그러니깐 난 얌채라구.그리구 그 사람들
안 올 것 같애.올 사람들이면......˝
충구가 고개를 내저었다.
˝믿어야 돼.우릴 속일 사람들이 아냐.˝
만복이가 충구의 어깨를 짚고 흔들었다.
˝아우,졸려.˝
충구가 가슴츠레한 눈으로 하품을 했다.
˝나두......˝
만복이도 덩달아 하품을 토했다.
비는 더 세차게 쏟아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마,만복아!˝
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충구가 만복이를 뒤흔들었다.
˝왜 그래,충구야?˝
벌떡 일어난 만복이는 얼떨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저,저,저기 저거......˝
백짓장같이 하얗게 질린 얼굴의 충구가 동굴 입구를 손가락질했다.
˝흑!˝
순간,만복이의 얼굴이 납덩이처럼 굳어졌다.
머리카락이 서릿발처럼 뻗쳤다.
뱀,뱀이었다.마치 동강난 짙은 회색 허리띠 같은
뱀들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비켜.˝
정신을 가다듬은 만복이가 충구를 제 등 뒤로 밀쳤다.
그러고는 장화에 묶인 담배 꽁초 주머니를 잽싸게 끌렀다.
˝너도.....˝
만복이의 말에 충구도 잽싸게 끌렀다.
온 몸에 검은 동전 모양의 무늬가 박힌 살모사들이었다.
세모난 머리통 양옆의 산초씨 같은 눈에선 독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도에 그려진 세 갈래 강줄기 모양의 혓바닥들을 연신 날름대며
꿈틀꿈틀 기어들어왔다.
˝충구야,겁먹지 마.별것 아냐.˝
만복이는 담도 크게 뱀들 앞으로 다가갔다.
몇 놈이 머리를 쳐들고 만복이를 노려봤다.
˝......´
식은 땀이 만복이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까치알 줄게 물러가라! 꿩알 줄게 물러가라!˝
만복이가 주문을 외우며 꽁초 주머니 두 개를 뱀들 앞으로 던졌다.
충구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뱀들이 우뚝 멈추었다.그러나 뭉그적대기만 할 뿐 동굴 밖으로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개구리 줄게 물러가라! 들쥐 줄게 물러가라!˝
만복이는 또 주문을 외며 들고 있던 주머니 두 개를 마저 던졌다.
그러자 한참 쭈삣거리던 뱀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기어나갔다.
˝마,마,만복아,괘,괘,괜찮니?˝
충구가 얼어붙은 입술을 달싹였다.
˝빨리 빠져나가자.˝
만복이가 이마의 비지땀을 씻어 내며 서둘렀다.
˝살모사한테 물리면 직사야 직사.˝
˝어이구,시,시,심장 떠,떠,떠,떨려.˝
둘은 다시 꽁초 주머니를 뒤꿈치에 매달았다.
머루 자루를 후딱 들쳐멨다.빗속을 뚫고 깎아지른 산비탈을 굴러 내렸다.
뱀들이 기를 쓰고 따라오는 것 같아 고개도 한번 안 돌렸다.


학교 울타리의 수양버들이 체질을 하고 있었다.
빗방울은 좀 가늘어졌다.빗물로 얼룩진 유리창 너머로 여자애들이
아직도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다.김계장네들이 오면 보여 준다면서
날달걀을 깨 먹으며 노래 연습을 했다.
공주 역을 맡은 현숙이의 얼굴이 분결 같았다.
기웃기웃 구경을 하던 만복이와 충구는,창피한 꼬락서니를
들킬까 봐서 단걸음에 교문을 빠져 나왔다.
어깨가 축 늘어지고 발걸음은 천 근이었다.
등에 멘 머루자루에서 검으칙칙한 머루물이 흘러내렸다.
만복이의 등짝에 보라색 칠을 했다.
충구는 더덕 뿌리를 바톤처럼 쥐고 있었다.
돌뿌리가 치솟은 곁길을 걸으며 둘은 개울 건널 일이 걱정되었다.
집에 가자면 개울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었다.
개부심(장마때 한동안 쉬었다가 내리는 비) 때문에
징검다리는 흔적도 없을 터였다.
터벅터벅 개울가에 다다랐다.
요행 징검다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
붉덩물을 버티며 꿋꿋이 서서 윙윙 울고 있었다.
개울은 하마 같은 입을 벌린 채 골짜기의 물들을 삼켰다 뱉곤 했다.
둘은 꽁초주머니를 떼어 개울물에 내던지고 장화를 다시 고쳐 신었다.
만복이가 한 발을 징검다리에 걸쳤을 때였다.고슴도치 모양으로 몸을
잔뜩 웅크린 아이 하나가 마주 건너오고 있었다.
대평이,대평이였다.
가빠 쪼가리를 뒤집어쓴 대평이와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째마리 같은 짜식!˝
만복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의,의,의,의리없는 새.......˝
팔뚝을 걷어붙이고 대든 건 말더듬이 충구였다.
˝야,참아.˝
만복이의 팔뚝이 충구를 막았다.
˝......미안해.˝
대평이가 고개를 떨구었다.
˝이장님네로 시외 전화가 왔대.˝
대평이가 멋쩍어 하며 말했다.
˝뭐라구?˝
˝그,그,그게 저,저,정말이니?˝
만복이와 충구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서로를 봤다.
˝내일 관광버스를 대절해 가지고들 온대.˝
˝후아!˝
˝그것 봐,꼭 올 거라구 했잖아.˝
충구와 만복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 지금 학교로 알리러 가는 길야.˝
가빠 쪼가리를 만복이와 충구의 등에 걸쳐 주며 대평이가 미소지었다.
˝그래,빨리 갔다 와.˝
만복이와 충구가 비켜 섰다.
미워하던 마음도 어느 새 사라져 버렸다.
서쪽 하늘의 먹구름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충구야!˝
˝마,마,만복아!˝
두 아이는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았다.핑그르,눈물이 돌았다.
산은 비안개 옷을 벗으며 푸르름을 되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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