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돌돌이는 자유공원 맥이더 장군 동상 밑에 사는 개미입니다.
잔 잣나무 가지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 올 때면 돌돌이는 드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장군의 머리 위에 올라가 바다를 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센 바람에 날려 떨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돌돌이는 잠에서 깨자마자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요. 하늘은 파랗게 개어 있었답니다.
´야! 오늘은 잘하면 바다를 볼 수 있겠는데.´
장군의 목에 날아갈 듯이 매인 스카프도 오늘만큼은 풀이 죽어 보였습니다.
돌돌이는 이내 장군의 큰 발 위로 기어 올랐습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의 그윽한 눈길은 퍽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히히, 장군님. 오늘은 제가 모자 위에 올라가 바다 구경 좀 해야겠어요.˝
부지런히 돌돌이는 기어 오릅니다.
파란 봄 하늘에서 쨍한 햇빛이 돌돌이의 까만 등을 따스하게 비춰 주었습니다. 어느새 돌돌이의 이마와 등허리에서는 땀방울이 흐르는 듯 반지르르 윤이 났습니다.
˝휴우, 꽤나 힘이 드는 걸.˝
돌돌이는 가느다란 앞발을 들고 쓱쓱 이마를 훔쳤습니다.
어디선가 상큼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왔습니다. 바지런히 기어오른 덕분에 장군의 어깨까지 올랐습니다. 멋있는 견장이 달린 어깨를 지나 장군의 목을 지날 때였습니다. 턱이 얼마나 가파르고 매끄러운지 몇 번이나 미끄러졌습니다.
˝으히, 이거 큰일 나겠는데. 어디로 해서 올라가지?˝
서너 번을 미끄러지던 돌돌이는 가슴께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해 보았습니다.
´아하, 저 곳이면 올라갈 수 있겠는데.´
돌돌이가 발견한 곳은 귀 밑 부분이었습니다. 턱 부분보다 훨씬 경사가 완만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지런히 발을 옮겨 귀 밑까지 갔을 때였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작은 소리가 바람결에 스치듯 들렸습니다.
˝으응, 누구일까?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돌돌이는 걸음을 멈추고 이리저리 돌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다시 기어 오르려 할 때 좀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저 좀 보세요.˝
˝누구예요? 나를 불렀어요?˝
˝네, 그래요. 여기는 장군님의 귓속이에요.˝
돌돌이는 급히 귓바퀴를 돌아 장군의 귓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하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구죠? 나를 부른 당신은?˝
˝네, 민들레 꽃씨예요.˝
그러고 보니 하얀 솜털을 가진 작은 민들레 꽃씨였습니다.
˝아니,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돌돌이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난 작년에 이곳으로 왔지요. 내 소원은 바다가 보이는 훤히 보이는 언덕에 꽃을 피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바람에 날려 날아다니다가 잘못해서 이 곳으로 그만 떨어졌어요.˝
민들레 꽃씨는 잔털을 사르르 움직이며 살며시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곳에서 겨울을 보내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여기에 만약 꽃을 피운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마음껏 보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뭐라고요? 어떻게 이 곳에다 꽃을 피운단 말예요?˝
돌돌이는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곳은 뿌리를 내릴 만한 흙이 없는데 말입니다.
˝전 이 곳에서 겨우내 기다렸어요. 이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저는 죽고 말아요. 도와주세요.개미님은 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
민들레 꽃씨는 까맣고 작은 엉덩이를 안타까운 듯 살짝 들었다 놓았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말인지...... .˝
돌돌이는 안달하는 꽃씨를 바라보며 눈만 깜박거렸습니다.
˝저, 개미님의 친구들을 전부 모아 이 곳에다 흙을 날라다 주는 겁니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옳아, 그렇게요? 하지만 그것은 꽤 어렵겠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는 먹이를 날라야 하거든요. 저처럼 노는 친구는 거의 없으니까요.˝
돌돌이는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할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민들레 꽃씨는 안타까운 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보송보송한 솜털을 자꾸 흔들어댔습니다.
돌돌이는 문득 꽃씨가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바다가 보고 싶어 이 곳까지 올라오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요, 바다란 참 좋은 곳이지요. 넓고 시원하고. 그 곳을 보고 있으면 가슴까지 탁 트이는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힘써 볼게요.˝
돌돌이는 앞발을 들어 꽃씨의 솜털을 만지작거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부탁입니다.˝
돌돌이는 민들레 꽃씨와 눈인사를 하곤 부지런히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 봐.˝
돌돌이의 부름에 열을 지어 먹이를 나르던 친구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왜 그래? 너 또 바닷병이 생겼구나. 그까짓 바다 자꾸 보면 뭐 하니? 우리들은 그저 일이나 해서 먹이를 많이 저축해야 돼.˝
바지런히 일을 잘해서 발발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저, 너희들 이번만날 도와주면 내 열심히 일할게.˝
돌돌이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친구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민들레 꽃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민들레 꽃씨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우리가 그 많은 흙을 나르자면 오늘 하루는 꼬박 걸릴 텐데.˝
착한 마음씨로 소문난 얌전이었습니다.
˝그래, 그렇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하면 될 거야. 개미의 역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잖니? 부탁한다. 우리 힘으로 피운 민들레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거야.˝
돌돌이는 앞발을 모아쥐고 친구들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래, 한번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이 기회에 우리도 돌돌이처럼 바다도 구경하고 말이야.˝
덩치가 큰 개미가 한 마디 하자,
˝에이, 까짓 그러지 뭐.˝
여기저기서 찬성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야호!˝
돌돌이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 소리를 질렀습니다.
친구 개미들은 일제히 흙덩어리를 입에 물고 맥아더 장군 동상 위를 기어올랐습니다.
돌돌이는 가장 큰 흙덩어리를 입에 물고 앞장 섰습니다. 힘에 겨웠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이 가벼웠습니다. 반가워할 민들레 꽃씨를 생각하자 저절로 힘이 솟았습니다.
부지런히 기어서 꽃씨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어머, 고맙군요. 고마워요.˝
민들레 꽃씨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다음 번에 오실 때는 젖은 흙으로 날라 오세요. 그래야 내가 싹을 틔울 수 있거든요.˝
하는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다른 개미들도 모두 도착해서 꽃씨와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아름다운 꽃을 피워 여러분을 기쁘게 해 드리겠어요.˝
민들레 꽃씨는 너무 기뻐서 개미들이 애써 날라 온 흙 속에 포옥 파묻혀 울고 말았습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맥아더 장군의 귓바퀴 안은 개미들이 날라 온 흙으로 가득 찼습니다.
돌돌이와 개미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동상 위에서 내려 왔습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섞인 바람이 한자락 불어 왔습니다.
˝끈적끈적한 걸 보니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
얌전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야기했습니다.
˝글세, 비가 오면 좋을 텐데.˝
다른 때 같으면 비 오는 것을 가장 싫어할 텐데도 오늘만큼은 비가 와주길 모두 바랐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민들레 꽃씨가 싹을 잘 틔워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고맙게도 그날 밤은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민들레 꽃씨가 묻힌 곳에도 장군의 머리를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살살 모여들었습니다.
개미들은 땅 속 집에서 잠을 자면서도 봄비 오는 소리를 기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날 밤은 모두들 노오란 민들레가 활짝 핀 꿈을 꾸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정말 민들레는 파란 싹을 틔웠습니다. 장군의 귀 밖으로 파란 잎이 하늘거리는 것을 보면 돌돌이는 앞발을 쳐들어 인사를 했습니다.
돌돌이는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날랐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공원 안에 가득했습니다. 때 맞춰 비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큰일이 생겼습니다. 민들레가 막 노오란 꽃봉오리를 맺고 나서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야 한 열흘쯤 비가 오지 않는다고 그리 큰일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워낙 얕은 곳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는 야단났습니다.
뿌리가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줄기와 잎은 축 늘어져 곧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싱싱하게 하늘거리던 파란 잎이 시들해진 것을 보고 돌돌이도 안타까웠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지? 이대로 민들레는 죽고 말 거야.´
돌돌이도 친구들도 모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하루 맑은 하늘만 올려다보며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러나 개미들의 힘으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풀죽은 민들레를 올려다보며 가슴만 졸일 뿐이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어어! 저것 좀 보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공원을 관리하는 아저씨였습니다. 장군의 귓바퀴 안에서 자란 파란 민들레를 본 모양이었습니다.
˝쯧쯔, 장군님의 귀가 얼마나 간지러우실까?˝
아저씨는 곧 사다리를 가져와 민들레를 쑤욱 뽑아 버리려고 했습니다.
˝아니? 다 시들어 가네. 하필이면 이런 곳에다 꽃을 피우려 하다니. 내가 좋은 곳에 다시 심어 주어야겠군.˝
아저씨는 마음씨가 좋은 분이었습니다. 두 손으로 가만히 뽑아 올려 공원 가에 심으시고 물까지 주셨습니다.
밑에서 이 모양을 지켜보던 개미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민들레 주변으로 몰려 갔습니다.
˝정말 다행이야. 우린 네가 죽는 줄 알았다고.˝
돌돌이가 히죽이 웃자 민들레도 허리를 쭈욱 폈습니다.
그리고는 뿌리에서 맛난 영양분을 쪽쪽 빨아올렸습니다.
˝내가 너무 허황된 꿈을 가졌나 봐요.˝
민들레는 부끄러운 듯 꽃봉오리를 살짝 오무렸습니다. 돌돌이는 그런 민들레가 우스워 깔깔 웃었습니다.
˝이 공원은 아주 좋은 곳이군요. 이렇게 마음씨 고운 여러분과 또 좋으신 아저씨가 있는 곳에 꽃을 피우게 되다니 나는 참 행복해요.˝
민들레는 활짝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돌돌이와 개미 친구들은 민들레의 노란 꽃이 열리자 짝짝 박수를 쳤습니다.
˝비록 바다는 볼 수 없지만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어 좋아요.˝
어디에선가 상큼한 바닷바람이 불어 오자 노란 민들레는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
잔 잣나무 가지 사이로 바닷바람이 불어 올 때면 돌돌이는 드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장군의 머리 위에 올라가 바다를 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센 바람에 날려 떨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돌돌이는 잠에서 깨자마자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요. 하늘은 파랗게 개어 있었답니다.
´야! 오늘은 잘하면 바다를 볼 수 있겠는데.´
장군의 목에 날아갈 듯이 매인 스카프도 오늘만큼은 풀이 죽어 보였습니다.
돌돌이는 이내 장군의 큰 발 위로 기어 올랐습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의 그윽한 눈길은 퍽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히히, 장군님. 오늘은 제가 모자 위에 올라가 바다 구경 좀 해야겠어요.˝
부지런히 돌돌이는 기어 오릅니다.
파란 봄 하늘에서 쨍한 햇빛이 돌돌이의 까만 등을 따스하게 비춰 주었습니다. 어느새 돌돌이의 이마와 등허리에서는 땀방울이 흐르는 듯 반지르르 윤이 났습니다.
˝휴우, 꽤나 힘이 드는 걸.˝
돌돌이는 가느다란 앞발을 들고 쓱쓱 이마를 훔쳤습니다.
어디선가 상큼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왔습니다. 바지런히 기어오른 덕분에 장군의 어깨까지 올랐습니다. 멋있는 견장이 달린 어깨를 지나 장군의 목을 지날 때였습니다. 턱이 얼마나 가파르고 매끄러운지 몇 번이나 미끄러졌습니다.
˝으히, 이거 큰일 나겠는데. 어디로 해서 올라가지?˝
서너 번을 미끄러지던 돌돌이는 가슴께를 이리저리 왔다갔다해 보았습니다.
´아하, 저 곳이면 올라갈 수 있겠는데.´
돌돌이가 발견한 곳은 귀 밑 부분이었습니다. 턱 부분보다 훨씬 경사가 완만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지런히 발을 옮겨 귀 밑까지 갔을 때였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작은 소리가 바람결에 스치듯 들렸습니다.
˝으응, 누구일까?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돌돌이는 걸음을 멈추고 이리저리 돌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다시 기어 오르려 할 때 좀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세요. 저 좀 보세요.˝
˝누구예요? 나를 불렀어요?˝
˝네, 그래요. 여기는 장군님의 귓속이에요.˝
돌돌이는 급히 귓바퀴를 돌아 장군의 귓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하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구죠? 나를 부른 당신은?˝
˝네, 민들레 꽃씨예요.˝
그러고 보니 하얀 솜털을 가진 작은 민들레 꽃씨였습니다.
˝아니,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돌돌이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난 작년에 이곳으로 왔지요. 내 소원은 바다가 보이는 훤히 보이는 언덕에 꽃을 피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바람에 날려 날아다니다가 잘못해서 이 곳으로 그만 떨어졌어요.˝
민들레 꽃씨는 잔털을 사르르 움직이며 살며시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곳에서 겨울을 보내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어요. 여기에 만약 꽃을 피운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마음껏 보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뭐라고요? 어떻게 이 곳에다 꽃을 피운단 말예요?˝
돌돌이는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곳은 뿌리를 내릴 만한 흙이 없는데 말입니다.
˝전 이 곳에서 겨우내 기다렸어요. 이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저는 죽고 말아요. 도와주세요.개미님은 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
민들레 꽃씨는 까맣고 작은 엉덩이를 안타까운 듯 살짝 들었다 놓았습니다.
˝글쎄요. 어떻게 도울 수 있다는 말인지...... .˝
돌돌이는 안달하는 꽃씨를 바라보며 눈만 깜박거렸습니다.
˝저, 개미님의 친구들을 전부 모아 이 곳에다 흙을 날라다 주는 겁니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옳아, 그렇게요? 하지만 그것은 꽤 어렵겠는데요. 왜냐하면 우리는 먹이를 날라야 하거든요. 저처럼 노는 친구는 거의 없으니까요.˝
돌돌이는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할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민들레 꽃씨는 안타까운 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보송보송한 솜털을 자꾸 흔들어댔습니다.
돌돌이는 문득 꽃씨가 안쓰럽게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바다가 보고 싶어 이 곳까지 올라오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요, 바다란 참 좋은 곳이지요. 넓고 시원하고. 그 곳을 보고 있으면 가슴까지 탁 트이는 것 같아요. 제가 한 번 힘써 볼게요.˝
돌돌이는 앞발을 들어 꽃씨의 솜털을 만지작거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부탁입니다.˝
돌돌이는 민들레 꽃씨와 눈인사를 하곤 부지런히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 봐.˝
돌돌이의 부름에 열을 지어 먹이를 나르던 친구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왜 그래? 너 또 바닷병이 생겼구나. 그까짓 바다 자꾸 보면 뭐 하니? 우리들은 그저 일이나 해서 먹이를 많이 저축해야 돼.˝
바지런히 일을 잘해서 발발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저, 너희들 이번만날 도와주면 내 열심히 일할게.˝
돌돌이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친구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민들레 꽃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민들레 꽃씨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우리가 그 많은 흙을 나르자면 오늘 하루는 꼬박 걸릴 텐데.˝
착한 마음씨로 소문난 얌전이었습니다.
˝그래, 그렇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하면 될 거야. 개미의 역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잖니? 부탁한다. 우리 힘으로 피운 민들레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거야.˝
돌돌이는 앞발을 모아쥐고 친구들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래, 한번 그렇게 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이 기회에 우리도 돌돌이처럼 바다도 구경하고 말이야.˝
덩치가 큰 개미가 한 마디 하자,
˝에이, 까짓 그러지 뭐.˝
여기저기서 찬성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야호!˝
돌돌이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워 소리를 질렀습니다.
친구 개미들은 일제히 흙덩어리를 입에 물고 맥아더 장군 동상 위를 기어올랐습니다.
돌돌이는 가장 큰 흙덩어리를 입에 물고 앞장 섰습니다. 힘에 겨웠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이 가벼웠습니다. 반가워할 민들레 꽃씨를 생각하자 저절로 힘이 솟았습니다.
부지런히 기어서 꽃씨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어머, 고맙군요. 고마워요.˝
민들레 꽃씨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다음 번에 오실 때는 젖은 흙으로 날라 오세요. 그래야 내가 싹을 틔울 수 있거든요.˝
하는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다른 개미들도 모두 도착해서 꽃씨와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꼭 아름다운 꽃을 피워 여러분을 기쁘게 해 드리겠어요.˝
민들레 꽃씨는 너무 기뻐서 개미들이 애써 날라 온 흙 속에 포옥 파묻혀 울고 말았습니다.
해거름이 되어서야 맥아더 장군의 귓바퀴 안은 개미들이 날라 온 흙으로 가득 찼습니다.
돌돌이와 개미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동상 위에서 내려 왔습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섞인 바람이 한자락 불어 왔습니다.
˝끈적끈적한 걸 보니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
얌전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야기했습니다.
˝글세, 비가 오면 좋을 텐데.˝
다른 때 같으면 비 오는 것을 가장 싫어할 텐데도 오늘만큼은 비가 와주길 모두 바랐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민들레 꽃씨가 싹을 잘 틔워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고맙게도 그날 밤은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민들레 꽃씨가 묻힌 곳에도 장군의 머리를 타고 흘러내린 빗물이 살살 모여들었습니다.
개미들은 땅 속 집에서 잠을 자면서도 봄비 오는 소리를 기쁜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날 밤은 모두들 노오란 민들레가 활짝 핀 꿈을 꾸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정말 민들레는 파란 싹을 틔웠습니다. 장군의 귀 밖으로 파란 잎이 하늘거리는 것을 보면 돌돌이는 앞발을 쳐들어 인사를 했습니다.
돌돌이는 친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먹이를 날랐습니다.
따스한 봄기운이 공원 안에 가득했습니다. 때 맞춰 비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큰일이 생겼습니다. 민들레가 막 노오란 꽃봉오리를 맺고 나서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땅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야 한 열흘쯤 비가 오지 않는다고 그리 큰일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워낙 얕은 곳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는 야단났습니다.
뿌리가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것 같았습니다. 줄기와 잎은 축 늘어져 곧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싱싱하게 하늘거리던 파란 잎이 시들해진 것을 보고 돌돌이도 안타까웠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지? 이대로 민들레는 죽고 말 거야.´
돌돌이도 친구들도 모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하루 맑은 하늘만 올려다보며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러나 개미들의 힘으로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풀죽은 민들레를 올려다보며 가슴만 졸일 뿐이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어어! 저것 좀 보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공원을 관리하는 아저씨였습니다. 장군의 귓바퀴 안에서 자란 파란 민들레를 본 모양이었습니다.
˝쯧쯔, 장군님의 귀가 얼마나 간지러우실까?˝
아저씨는 곧 사다리를 가져와 민들레를 쑤욱 뽑아 버리려고 했습니다.
˝아니? 다 시들어 가네. 하필이면 이런 곳에다 꽃을 피우려 하다니. 내가 좋은 곳에 다시 심어 주어야겠군.˝
아저씨는 마음씨가 좋은 분이었습니다. 두 손으로 가만히 뽑아 올려 공원 가에 심으시고 물까지 주셨습니다.
밑에서 이 모양을 지켜보던 개미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민들레 주변으로 몰려 갔습니다.
˝정말 다행이야. 우린 네가 죽는 줄 알았다고.˝
돌돌이가 히죽이 웃자 민들레도 허리를 쭈욱 폈습니다.
그리고는 뿌리에서 맛난 영양분을 쪽쪽 빨아올렸습니다.
˝내가 너무 허황된 꿈을 가졌나 봐요.˝
민들레는 부끄러운 듯 꽃봉오리를 살짝 오무렸습니다. 돌돌이는 그런 민들레가 우스워 깔깔 웃었습니다.
˝이 공원은 아주 좋은 곳이군요. 이렇게 마음씨 고운 여러분과 또 좋으신 아저씨가 있는 곳에 꽃을 피우게 되다니 나는 참 행복해요.˝
민들레는 활짝 꽃봉오리를 열었습니다.
돌돌이와 개미 친구들은 민들레의 노란 꽃이 열리자 짝짝 박수를 쳤습니다.
˝비록 바다는 볼 수 없지만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어 좋아요.˝
어디에선가 상큼한 바닷바람이 불어 오자 노란 민들레는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