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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볼이 막 빨갛게 물들기 시작하는 사과 속에 사과벌레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사과는 자기 몸 속에 벌레가 들어와 집을 짓고 산다는 걸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사과벌레가 너무 작았으므로 그저 이따금 옆구리가 간지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사과는 옆구리가 몹시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사과벌레에게 깨물린 자국이 쿡쿡 쑤시고 아파, 하루 종일 이마를 찡그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누구야? 누가 자꾸 내 옆구리를 깨무는 거니?˝
사과는 기어이 못 참겠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사과벌레는 느닷없는 사과의 외침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바람에 먹고 있던 사과 조각을 꿀꺽 삼키고 말았습니다.
˝저예요, 제가 그랬어요.˝
사과벌레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습니다. 사과벌레의 두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졌습니다.
사과는 그제야 몸에 벌레가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에그머니나! 넌 벌레가 아니니?˝
˝그래요. 전 사과벌레인데 우리 엄마가 이곳에 저를 낳으시며 앞으로 제가 살아갈 집이라고 하던 걸요.˝
˝그러니까 네 엄마가 나를 보고 앞으로 네가 살아갈 집이라고 했다, 이 말이지?˝
사과벌레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과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두 눈을 지긋이 감았습니다. 사과는 지금껏 자기가 누군가의 집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 말 없이 둘 사이에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마나 더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렀을까요.
사과는 이윽고 지긋이 감았던 눈을 뜨고 다정한 눈빛으로 사과벌레를 바라보았습니다.
˝네 엄마 말이 사실이라면 우린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얘기가 되는데……. 좋아, 너를 이 곳에서 살도록 허락하겠어. 하지만 씨방에 있는 우리 아기는 절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약속하겠어요. 절대로 씨앗을 건드리지 않겠다고요.˝
그 날부터 사과는 옆구리가 아무리 아파도 꾹 참았습니다. 씨앗 아기와 함께 날로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사과 벌레를 볼 때면 사과의 마음도 저절로 흐뭇해졌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되면써 과수원의 사과도 한결 통통하게 알이 굵어졌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과수원 주인이 사과밭에 들러 곧 수확하게 될 사과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습니다. 그는 잘 익은 사과를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하고, 코로 향기를 킁킁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과수원 주인은 벌레 먹은 사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사과벌레를 키우느라 모습이 흉하게 일그러진 벌레 먹은 사과에겐 그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만일 주인의 눈에 띄었더라면 지금쯤 벌레 먹은 사과는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테니 말입니다.
˝쯧쯧! 넌 어쩜 그렇게 못생겼니? 그러고도 네가 사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수원의 잘 익은 가과들은 툭하면 벌레 먹은 사과를 놀려 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벌레 먹은 사과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슴에 품은 비밀로 인하여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얘들아, 난 사과벌레를 기르고 있다.˝
뿌듯한 마음에 벌레 먹은 사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외쳤습니다.
˝어머머! 넌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고 있니?˝
벌레 먹은 사과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잘 익은 사과가 이마를 찡그렸습니다. 그러면서 잘 익은 사과는 자신에게도 징그러운 사과벌레가 옮아 오지나 않을까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널 위해 충고하겠는데 그 못된 벌레를 당장 쫓아 내지 않는다면 넌 그 벌레 때문에 불행해질 거야.˝
˝내가 불행해진다고?˝
˝그렇잖고, 네가 벌레 먹은 사과란 걸 알면 아무리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고는 못 뱃길 테니까.˝
˝하지만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야.˝
˝행복 좋아하시네. 앞으로 앞날이 어찌 될 줄도 모르면서 행복 타령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한심해.˝
잘 익은 사과는 더 이상 참견하기 싫다는 듯 옆으로 돌아앉았습니다.
며칠 후 과수원 주인이 일꾼들과 함께 사과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사과는 빛깔도 향기도 알맞게 정말 잘 익었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면 아마 좋은 값을 받을 것입니다. 주인은 기분이 좋아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꼭지가 똑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떼굴떼굴 굴러갔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풀 냄새 가득한 풀밭이었습니다.
˝어쩌면 좋아요. 모두가 제 탓이에요.˝
사과벌레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오게 된 것도, 향기롭던 속살이 차츰 썩어 들어가는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고 말입니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제가 그 동안 갉아먹은 자리가 이렇게 썩고 있는데도요?˝
˝넌 아직 모르겠지만 새 생명을 키우는 일은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란다. 난 지금 새 생명을 기르고 있는 중이야.˝
˝새 생명이라니요? 그게 대체 무엇이죠?˝
˝그건 바로 씨방에 있는 우리 아기를 말하는 것이란다.˝
˝아!˝
사과벌레는 가벼운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동안 왜 씨앗 아기를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과벌레는 그제야 뭔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친구들의 놀림에도 왜 그처럼 당당했는가를, 자신의 처지를 조금도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고 항상 웃고 있었는지를 모두 알 것만 같았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낯선 풀밭에 온 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는 썩고 또 썩어서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사과벌레 또한 벌레 먹은 사과에게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사과벌레는 천천히 사과 속에서 기어나왔습니다. 그 동안 정들었던 사과를 떠나려니 사과벌레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홀렀습니다. 그 때 사과벌레의 귓가를 스쳐가는 맑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얘, 울지 마. 우리 엄마가 누구보다 행복했다는 걸 너도 잘 알잖니.˝
˝누 누구니, 넌?˝
˝난 벌레 먹은 사과 속에 들어 있던 작은 씨앗이야.˝
˝옳아, 너였구나. 그런데 네 머리에 달린 그 뿔이 뭐니?˝
˝응, 내 몸에서 싹이 텄어. 나는 큰 사과나무로 자랄 거야.˝
˝아! 이제야 알겠어. 네 엄마가 왜 그처림 너를 소중히 여겼는지. 네 엄만 너를 위해 몸 전체를 아낌없이 너에게 준거야. 그렇지?˝
사과벌레는 발길을 돌려 어린 새싹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고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과에게 하듯이 어린 새싹에게 살며시 얼굴을 갖다댔습니다. 어린 새싹에게서 물큰 그리운 향기가 가슴까지 밀려왔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더 깊고 향기로웠습니다.
사과는 자기 몸 속에 벌레가 들어와 집을 짓고 산다는 걸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사과벌레가 너무 작았으므로 그저 이따금 옆구리가 간지럽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사과는 옆구리가 몹시 아프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사과벌레에게 깨물린 자국이 쿡쿡 쑤시고 아파, 하루 종일 이마를 찡그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누구야? 누가 자꾸 내 옆구리를 깨무는 거니?˝
사과는 기어이 못 참겠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사과벌레는 느닷없는 사과의 외침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바람에 먹고 있던 사과 조각을 꿀꺽 삼키고 말았습니다.
˝저예요, 제가 그랬어요.˝
사과벌레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습니다. 사과벌레의 두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졌습니다.
사과는 그제야 몸에 벌레가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에그머니나! 넌 벌레가 아니니?˝
˝그래요. 전 사과벌레인데 우리 엄마가 이곳에 저를 낳으시며 앞으로 제가 살아갈 집이라고 하던 걸요.˝
˝그러니까 네 엄마가 나를 보고 앞으로 네가 살아갈 집이라고 했다, 이 말이지?˝
사과벌레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과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두 눈을 지긋이 감았습니다. 사과는 지금껏 자기가 누군가의 집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 말 없이 둘 사이에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얼마나 더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렀을까요.
사과는 이윽고 지긋이 감았던 눈을 뜨고 다정한 눈빛으로 사과벌레를 바라보았습니다.
˝네 엄마 말이 사실이라면 우린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얘기가 되는데……. 좋아, 너를 이 곳에서 살도록 허락하겠어. 하지만 씨방에 있는 우리 아기는 절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약속하겠어요. 절대로 씨앗을 건드리지 않겠다고요.˝
그 날부터 사과는 옆구리가 아무리 아파도 꾹 참았습니다. 씨앗 아기와 함께 날로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사과 벌레를 볼 때면 사과의 마음도 저절로 흐뭇해졌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되면써 과수원의 사과도 한결 통통하게 알이 굵어졌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과수원 주인이 사과밭에 들러 곧 수확하게 될 사과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습니다. 그는 잘 익은 사과를 손으로 만져 보기도 하고, 코로 향기를 킁킁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과수원 주인은 벌레 먹은 사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사과벌레를 키우느라 모습이 흉하게 일그러진 벌레 먹은 사과에겐 그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만일 주인의 눈에 띄었더라면 지금쯤 벌레 먹은 사과는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테니 말입니다.
˝쯧쯧! 넌 어쩜 그렇게 못생겼니? 그러고도 네가 사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수원의 잘 익은 가과들은 툭하면 벌레 먹은 사과를 놀려 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벌레 먹은 사과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슴에 품은 비밀로 인하여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얘들아, 난 사과벌레를 기르고 있다.˝
뿌듯한 마음에 벌레 먹은 사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외쳤습니다.
˝어머머! 넌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고 있니?˝
벌레 먹은 사과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잘 익은 사과가 이마를 찡그렸습니다. 그러면서 잘 익은 사과는 자신에게도 징그러운 사과벌레가 옮아 오지나 않을까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널 위해 충고하겠는데 그 못된 벌레를 당장 쫓아 내지 않는다면 넌 그 벌레 때문에 불행해질 거야.˝
˝내가 불행해진다고?˝
˝그렇잖고, 네가 벌레 먹은 사과란 걸 알면 아무리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 않고는 못 뱃길 테니까.˝
˝하지만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야.˝
˝행복 좋아하시네. 앞으로 앞날이 어찌 될 줄도 모르면서 행복 타령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한심해.˝
잘 익은 사과는 더 이상 참견하기 싫다는 듯 옆으로 돌아앉았습니다.
며칠 후 과수원 주인이 일꾼들과 함께 사과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사과는 빛깔도 향기도 알맞게 정말 잘 익었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면 아마 좋은 값을 받을 것입니다. 주인은 기분이 좋아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꼭지가 똑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떼굴떼굴 굴러갔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풀 냄새 가득한 풀밭이었습니다.
˝어쩌면 좋아요. 모두가 제 탓이에요.˝
사과벌레는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오게 된 것도, 향기롭던 속살이 차츰 썩어 들어가는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고 말입니다.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제가 그 동안 갉아먹은 자리가 이렇게 썩고 있는데도요?˝
˝넌 아직 모르겠지만 새 생명을 키우는 일은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란다. 난 지금 새 생명을 기르고 있는 중이야.˝
˝새 생명이라니요? 그게 대체 무엇이죠?˝
˝그건 바로 씨방에 있는 우리 아기를 말하는 것이란다.˝
˝아!˝
사과벌레는 가벼운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 동안 왜 씨앗 아기를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과벌레는 그제야 뭔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친구들의 놀림에도 왜 그처럼 당당했는가를, 자신의 처지를 조금도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고 항상 웃고 있었는지를 모두 알 것만 같았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가 낯선 풀밭에 온 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벌레 먹은 사과는 썩고 또 썩어서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사과벌레 또한 벌레 먹은 사과에게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사과벌레는 천천히 사과 속에서 기어나왔습니다. 그 동안 정들었던 사과를 떠나려니 사과벌레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홀렀습니다. 그 때 사과벌레의 귓가를 스쳐가는 맑은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얘, 울지 마. 우리 엄마가 누구보다 행복했다는 걸 너도 잘 알잖니.˝
˝누 누구니, 넌?˝
˝난 벌레 먹은 사과 속에 들어 있던 작은 씨앗이야.˝
˝옳아, 너였구나. 그런데 네 머리에 달린 그 뿔이 뭐니?˝
˝응, 내 몸에서 싹이 텄어. 나는 큰 사과나무로 자랄 거야.˝
˝아! 이제야 알겠어. 네 엄마가 왜 그처림 너를 소중히 여겼는지. 네 엄만 너를 위해 몸 전체를 아낌없이 너에게 준거야. 그렇지?˝
사과벌레는 발길을 돌려 어린 새싹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러고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과에게 하듯이 어린 새싹에게 살며시 얼굴을 갖다댔습니다. 어린 새싹에게서 물큰 그리운 향기가 가슴까지 밀려왔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더 깊고 향기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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