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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내 친구 새끼 카웅

창작동화 김문기............... 조회 수 1498 추천 수 0 2007.04.05 14:33:15
.........
골목길에서 만난 상우는 은설이에게 자기의 로봇 카웅을 자랑했어요. 상우가 은설이의 코 앞에 카웅을 내밀고는 만져 보려고 하면 채뜨려 가고, 얼른 다가가 잡으려 하면 휙 뒤돌아 섰어요. 그래서 은설이는 상우의 카웅을 부러운 듯 쳐다보아야만 했어요.
˝안돼! 내 꺼야.˝
상우는 또 카웅을 내미는 척 하다가 얼른 골목길 저 쪽으로 달아나 버렸어요. 그래서 은설이는 울상이 되어 대문을 밀치고 들어왔어요.
˝엄마, 나도 카웅 사줘요!˝
˝뭐? 카웅이 뭐냐?˝
˝상우가 갖고 있는 로봇 말이에요. 그 거 사줘요.˝
˝휴, 우리 집에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런 건 나쁜 거야. 폭력 로봇이니까.˝
˝카웅 사줘요!˝
˝넌 자동차를 갖고 놀아라. 자동차는 좋은 거야. 너를 지혜롭고 슬기롭게 해줄테니 말야.˝
엄마는 말을 하면서도 방금 전 식당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인지 피곤한 얼굴이었어요. 마루에 빗질을 하다가 덜석 주저앉으며 은설이를 다시 쳐다보았지요.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눈물을 찔끔 하고는 뒤돌아 앉으며 또 한숨을 쉬었어요.
˝이번 달 식당에서 봉급 받으면…… 글쎄, 네 아빠 다리 아픈 거 입원해야 할텐데. 그게 더 급하니깐.˝
˝카웅 사줘요! 잉잉잉.˝
은설이가 눈물을 흘리며 잉잉거리자 엄마는 화가 났는지 빗자루를 들었어요. 그리고 은설이를 붙잡고는 엉덩이를 때렸어요.
˝이 놈아! 네 아빠가 공사판에 나가 대체 몇 푼 번다고! 다리 아파 절룩거리는 거 몰라?˝
엄마가 자꾸 빗자루로 때리자 은설이는,
˝잘못했어요, 엄마!˝
하며 두 손을 빌었어요.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아랫목에 누웠어요. 더 이상 카웅 이야기를 꺼내면 무슨 난리가 날지 모를 테니까요.
은설이는 얼굴 가득 눈물 자국을 내며 그냥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은설이가 꿈속 나라에 가보니 난리가 났어요. 번개불이 번쩍거리더니 은설이네 작은 집을 향해 광선총을 쏘아 대는 자가 있었어요.
˝누, 누구냐?˝
은설이가 서쪽 하늘을 보니, 광선총을 쏘아 대며 날아오는 건 카웅이었어요. 무시무시한 카웅은 총을 쏘아대며 날아오더니,
˝콰앙~!˝
하고 은설이네 대문을 박살냈어요.
˝세상에! 저런 못된 놈이 있다니!˝
엄마와 아빠는 마당에 바짝 엎드리고 오들오들 떨었어요. 카웅이 쏜 광선총에 이번에는 지붕이 폭발하듯 타 버렸어요.
˝이 나쁜 놈아!˝
은설이가 하늘을 빙빙 나는 카웅을 향해 욕을 해대도 카웅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어요. 은설이네 현관 벽돌이 무너져 내렸고 또다시 ´콰앙~!´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집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치솟았어요.
더욱이 카웅이 쏜 광선총에 아빠 다리가 맞았어요.
˝으앜!˝
˝빨리 이리 와요!˝
아빠가 비명을 지르자 엄마는 아빠를 질질 끌며 근처 하수구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미 집이 무너진 채 불타 버렸고 또다시 카웅이 공격해 올 지 모르니깐요. 하수구 속에서 오들오들 떨어야 했어요.
˝은설아, 우린 이제 어찌 살아야 하냐……˝
˝아이구 나 죽네!˝
은설이는 그런 엄마와 아빠를 쳐다보고 있자니 눈물이 주룩 나왔어요. 그래서 은설이는 옆집에 가서 헌 담요를 구해 와 엄마 아빠에게 씌워 주었어요.
˝아주머니, 밥도 주세요.˝
˝아니 왜? 배도 고프냐?˝
˝제가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배고프실 거예요.˝
은설이는 밥을 구해 와 하수구 속에 있는 엄마와 아빠에게 갖다 주었어요. 그리고 혹시나 카웅이 또 공격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하늘을 살폈어요.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 마음 편히 잡수세요.˝
˝그래. 고맙다. 은설이는 효자구나.˝
그런데 저 편 하늘에서 또 카웅이 날아오고 있었어요.
˝피해요! 광선총을 또 쏠 지 몰라요. 그러면 여기도 박살나요!˝
은설이가 소리치자 엄마와 아빠는 밥그릇을 밀치고는 납작 엎드렸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카웅은 광선총을 쏘지 않았어요. 오히려 하수구 앞으로 걸어오더니 은설이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은설이는 머뭇거리다 카웅이 내미는 손을 악수하듯 잡았어요.
카웅이 말했어요.
˝넌 참 훌륭한 아이더구나. 어려울 때 부모님을 도와주는 너를 보고 감격했어. 그래서 나는 네 친구가 되고 싶단 말야.˝
˝하지만, 카웅! 넌 우리 집을 박살냈어.˝
˝미안해. 난 네가 떼쟁이에다 마음씨마저 나쁜 아이인 줄 알고 그랬어.˝
˝난 그렇지 않아.˝
˝알아. 넌 착한 아이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이더구나.˝
˝우리 집 박살낸 거 어떡할 테야?˝
˝걱정 마. 내 부하들을 시켜 너의 집을 다시 원상태로 고쳐 놓을 거야. 그 동안에 우린 하늘 구경을 하자.˝
˝그래. 좋아.˝
카웅은 등을 굽히며 어서 올라타라고 했어요. 은설이는 엄마와 아빠를 먼저 카웅의 등에 타게 하고는 자기도 올라탔어요.
˝자, 이젠 하늘을 난다.˝
카웅은 시동을 걸었어요. 그러자 카웅은 쏜살같이 날아올라 구름을 휘저어 갔어요.
˝와, 비행기보다 더 빠르다!˝
˝정말, 하늘을 난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야.˝
엄마와 아빠는 어린애처럼 좋아하며 저 아래 땅을 내려다보았어요. 은설이도 이곳 저곳 아름다운 풍경들을 내려다보며 기분 좋아했어요. 카웅은 오래도록 하늘을 날며 이웃나라도 구경시켜 주고 바다도 구경시켜 주었어요.
˝은설아, 이젠 어디로 갈까?˝
˝우리 집으로 가. 배고프단 말야.˝
˝그래.˝
카웅은 쏜살같이 바다 위를 날고 산을 넘고 넘어 은설이네 집에 도착했어요. 집은 이미 카웅의 부하들에 의해 예전과 똑같이 복구되어 있었어요.
˝난 이젠 돌아갈 테니, 너는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아.˝
˝아냐, 카웅! 가지 마.˝
은설이는 카웅과 헤어지기 싫어 카웅의 손을 붙잡고 늘어졌어요. 하지만 카웅은 모든 일을 끝냈다는 듯 은설이의 손을 뿌리치고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갔어요.
˝카웅! 난 네가 좋단 말야. 카웅!˝
은설이는 하늘을 향해 애타게 카웅을 불렀어요.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어, 카웅!˝
뜻밖에도 은설이의 머리맡에 카웅이 놓여 있었어요. 은설이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카웅을 잡았어요. 상우의 카웅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분명 카웅이었어요.
아빠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은설이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그렇게도 카웅이 갖고 싶었냐? 녀석!˝
˝이거 아빠가 사 오신 거지요?˝
˝그래. 돈이 부족해서 새끼 카웅을 사 왔단 말야.˝
˝새끼 카웅이요? 하하하.˝
˝하지만 은설아, 그 새끼 카웅을 잘 기르면 나중에는 상우의 카웅보다 훨씬 더 커질 거야. 아빠의 말을 믿어라.˝
아빠는 그 말을 남기고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어요. 은설이는 그때 아빠의 걸음걸이가 여전히 절룩거리고 있음을 유심히 보았지요.
´병원에 입원해야 할텐데……´
그런 생각이 들며 꿈속에서 훌렸던 그런 눈물이 다시 얼굴 가득 흘러내리려 했어요. 한참 후 눈물 방울 하나가 새끼 카웅에게로 떨어져 내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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