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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박이에요. 부지런한 영득이네 할머니가 강가 따비밭에 구덩이를 만들고 우리를 심었지요. 우리한테 쏟는 할머니의 정성은 대단했어요.
먹고 자고 자고 먹고 우리 호박 잘도 큰다.
보름달을 닮아서 둥글넓적 잘도 큰다.
할머니의 노랫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는 먹고 자고 자고 먹고 부지런히 살을 찌웠어요. 할머니는 날마다 우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해 하셨지요.
˝고놈들 참 실하기도 하다.˝
˝할머니, 무럭무럭 살찔 테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가는귀가 먹은 할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어요. 달님도 저를 보고 그랬는걸요.
˝어머나, 넌 어쩌면 그렇게 탐스럽니. 아유 저 때깔 좀 봐!˝
달님은 밤마다 그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어루만져 주었어요. 그 기분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달님 저는요.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호박이 될 거예요. 두고 보세요.˝
나는 기분이 좋아서 양볼에 바람을 잔뜩 몰아 넣고 싱긋 웃어 보였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강가에 미역 감으로 온 아이들이 나를 보고 뚱뚱보 못난이래요. 글쎄, 내 말 좀 더 들어보세요.
하루는 벌거숭이 녀석들이 호박벌을 잡겠다고 살금살금 다가왔어요. 호박벌은 눈이 멀었나요. 뭐. 아이들의 손이 뻗쳐오기 전에 냉큼 날아가 버렸지요.
호박벌을 놓친 녀석들이 심술이 나니까 가만히 있는 나를 놀림감을 만들었어요.
˝야, 영희야. 여기 너 닮은 애가 있다.˝
˝닮은 게 아니라 붕어빵처럼 판박인데!˝
아이들의 말에 영희라는 계집애가 쪼르르 달려왔어요.
˝어디?˝
˝넌 눈이 뒤꼭지에 달렸냐. 뚱뚱보 사촌을 만났으면 반갑다고 인살해야지.˝
˝야, 내가 왜 뚱뚱보 호박이야! 씨이.˝
영희가 눈을 흘기며 주먹을 부르쥐어 보이자. 벌거숭이들이 달아나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어요. 이렇게요.
호박 같은 영희 얼굴 못나기도 했지요.
눈도 호박 코도 호박 입도 호박, 호박
분을 못이긴 영희가 울며 쫒아갔어요. 영희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호박이라는 말이 기분 나쁜 말인 게 틀림없어요.
´내가 그렇게 못 생겼단 말이야? 할머니도 달님도 다 나를 칭찬해 주었는
데...´
나는 밥도 먹기 싫었어요. 잠자기도 싫었고요. 밤새도록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다음 날 아침에 할머니가 오시더니 내 기분은 아랑곳없이 말했어요.
˝이제 그만 덩굴걷이를 해야겠다. 너희들이 잘 여물어주어서 우리 영득이 공부 밑천은 걱정이 없겠다.˝
할머니는 서둘러 호박덩굴을 걷어내기 시작했어요. 나도 다른 호박덩이와 함께 할머니네 원두막으로 실려왔고요.
원두막에 먼저 와있던 포도와 배가 나를 흘금거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렸어요.
˝못 생긴 호박, 호박 하더니 진짜 못 났네.˝
포도송이가 나 들으란 듯 비아냥거렸어요.
˝누가 아니래. 뭘 먹고 저렇게 디룩디룩 살이쪘다니?˝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여기 와서 놀림을 받다니요. 나는 하늘의 구름님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어요.
˝구름님처럼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하늘도 마음대로 떠돌아다닐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구름님이 되고싶어요. 오나가나 놀림만 받는 호박 같은 건 싫어요.˝
할머니네 포도밭에서 여름내 일을 도와주던 아주머니가 걱정을 했어요.
˝영희가 물놀이를 하더니 고뿔이 단단히 들었어요. 며칠 째 기침 때문에 잠도 못자요.˝
˝그럼 호박을 달여 먹이시우. 호박이 어디 기침뿐인가. 산후병에도 좋고 위장이 허한 사람에겐 제일이지. 이 놈이 그중 잘 여물었수.˝
할머니가 나를 보듬어 안아 영희 엄마에게 건네주었어요.
˝아이구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놈을 절 주시면 어째요. 덕분에 우리 식구 몸보신하게 생겼네요.˝
나를 보듬어 안은 영희 엄마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눈물이 찔끔 나오지 뭐예요.
영희 엄마 팔에 안긴 내가 구름님을 보고 말했어요.
˝구름님, 아까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하세요. 누가 뭐래도 난 호박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두고 보세요. 우린 또 만나게 될테니까.˝ (*)
먹고 자고 자고 먹고 우리 호박 잘도 큰다.
보름달을 닮아서 둥글넓적 잘도 큰다.
할머니의 노랫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는 먹고 자고 자고 먹고 부지런히 살을 찌웠어요. 할머니는 날마다 우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해 하셨지요.
˝고놈들 참 실하기도 하다.˝
˝할머니, 무럭무럭 살찔 테니까 걱정 마세요.˝
나는 가는귀가 먹은 할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어요. 달님도 저를 보고 그랬는걸요.
˝어머나, 넌 어쩌면 그렇게 탐스럽니. 아유 저 때깔 좀 봐!˝
달님은 밤마다 그 부드러운 손길로 나를 어루만져 주었어요. 그 기분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달님 저는요.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호박이 될 거예요. 두고 보세요.˝
나는 기분이 좋아서 양볼에 바람을 잔뜩 몰아 넣고 싱긋 웃어 보였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강가에 미역 감으로 온 아이들이 나를 보고 뚱뚱보 못난이래요. 글쎄, 내 말 좀 더 들어보세요.
하루는 벌거숭이 녀석들이 호박벌을 잡겠다고 살금살금 다가왔어요. 호박벌은 눈이 멀었나요. 뭐. 아이들의 손이 뻗쳐오기 전에 냉큼 날아가 버렸지요.
호박벌을 놓친 녀석들이 심술이 나니까 가만히 있는 나를 놀림감을 만들었어요.
˝야, 영희야. 여기 너 닮은 애가 있다.˝
˝닮은 게 아니라 붕어빵처럼 판박인데!˝
아이들의 말에 영희라는 계집애가 쪼르르 달려왔어요.
˝어디?˝
˝넌 눈이 뒤꼭지에 달렸냐. 뚱뚱보 사촌을 만났으면 반갑다고 인살해야지.˝
˝야, 내가 왜 뚱뚱보 호박이야! 씨이.˝
영희가 눈을 흘기며 주먹을 부르쥐어 보이자. 벌거숭이들이 달아나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어요. 이렇게요.
호박 같은 영희 얼굴 못나기도 했지요.
눈도 호박 코도 호박 입도 호박, 호박
분을 못이긴 영희가 울며 쫒아갔어요. 영희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면 호박이라는 말이 기분 나쁜 말인 게 틀림없어요.
´내가 그렇게 못 생겼단 말이야? 할머니도 달님도 다 나를 칭찬해 주었는
데...´
나는 밥도 먹기 싫었어요. 잠자기도 싫었고요. 밤새도록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다음 날 아침에 할머니가 오시더니 내 기분은 아랑곳없이 말했어요.
˝이제 그만 덩굴걷이를 해야겠다. 너희들이 잘 여물어주어서 우리 영득이 공부 밑천은 걱정이 없겠다.˝
할머니는 서둘러 호박덩굴을 걷어내기 시작했어요. 나도 다른 호박덩이와 함께 할머니네 원두막으로 실려왔고요.
원두막에 먼저 와있던 포도와 배가 나를 흘금거리며 자기들끼리 수근거렸어요.
˝못 생긴 호박, 호박 하더니 진짜 못 났네.˝
포도송이가 나 들으란 듯 비아냥거렸어요.
˝누가 아니래. 뭘 먹고 저렇게 디룩디룩 살이쪘다니?˝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는데 여기 와서 놀림을 받다니요. 나는 하늘의 구름님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어요.
˝구름님처럼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하늘도 마음대로 떠돌아다닐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구름님이 되고싶어요. 오나가나 놀림만 받는 호박 같은 건 싫어요.˝
할머니네 포도밭에서 여름내 일을 도와주던 아주머니가 걱정을 했어요.
˝영희가 물놀이를 하더니 고뿔이 단단히 들었어요. 며칠 째 기침 때문에 잠도 못자요.˝
˝그럼 호박을 달여 먹이시우. 호박이 어디 기침뿐인가. 산후병에도 좋고 위장이 허한 사람에겐 제일이지. 이 놈이 그중 잘 여물었수.˝
할머니가 나를 보듬어 안아 영희 엄마에게 건네주었어요.
˝아이구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놈을 절 주시면 어째요. 덕분에 우리 식구 몸보신하게 생겼네요.˝
나를 보듬어 안은 영희 엄마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눈물이 찔끔 나오지 뭐예요.
영희 엄마 팔에 안긴 내가 구름님을 보고 말했어요.
˝구름님, 아까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하세요. 누가 뭐래도 난 호박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두고 보세요. 우린 또 만나게 될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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