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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연필과 지우개 싹이 텄대요

창작동화 신현득............... 조회 수 2265 추천 수 0 2008.03.17 21:13:13
.........
이상한 농약이 발명되었습니다.
농약의 겉봉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연필과 지우개를 싹틔울 수 있음. 다른 것을 싹틔우는 데는 전혀 효과 없음. 상공부 특허품임.´
희한한 일도 있다 하고 여러분은 생각할 거예요.
˝그것은 마술이다.˝
하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이 약이 가짜라고 맨 먼저 생각한 사람은 식물 학자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식물 학회는 회장 이름으로 농약을 발명한 싹틔우기 농원을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싹틔우기 농원에서는 식물학자 30명을 불렀습니다.
˝잘 보세요. 이것이 싹틔우기 약이에요.˝
하고 농원 원장은 약병 하나를 갖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헌 지우개 동강이 하나와 동강이 연필 한 개를 보였습니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 박사님들이 정해 주시는 땅에 이 지우개와 연필을 심겠어요. 지우개와 연필이 의심나시면 박사님들이 갖고 계시는 것으로 바꾸어도 좋아요.˝
식물 학자들은 농원에서 2km나 벗어난 식물 학회 회관 앞 꽃밭을 지정했습니다.
˝이제 이 농약으로 지우개 연필을 싹틔운다면 약효를 의심하지 않으실 테죠.˝
원장은 꽃밭 흙을 파고 지우개 동강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싹틔우기 약을 뿌렸습니다.
˝너무 많이 뿌리면 약효가 없을 때가 있죠.˝
하며 싹틔우기 약을 한 방울 뿌렸습니다.
그리고 그 옆 1km쯤 되는 거리에 또 하나의 구덩이를 파고 동강이 연필을 심었습니다.
˝너무 많이 뿌리면 효과가 적죠.˝
하며 싹틔우기 약을 조금만 뿌렸습니다.
그리고 싹틔우기 농원 원장은
˝자, 의심나거든 곁에 지켜 서서 보세요. 일 주일이면 싹이 틀 거예요.˝
하고 훌쩍 가 버렸습니다.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야, 정말 싹이 돋아났다!˝
싹이 트지 않으리라던 지우개와 연필에 싹이 텄습니다.
지우개가 오전에, 연필은 오후에 새싹이 돋아 흙을 밀고 나왔습니다.
지우개 싹은 나팔꽃을 닮은 쌍떡잎이었습니다. 연필 싹은 옥수수 싹을 닮은 외떡잎이었습니다.
다시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지우개 싹에는 덩굴이 뻗기 시작했습니다. 지우개 잎은 역시 나팔꽃잎 같았습니다.
다시 일 주일이 지났습니다. 두 개 식물이 모두 꽃을 피웠습니다. 지우개 꽃은 오이 꽃 같았고 연필 꽃은 옥수수 같았습니다.
´세상에 이상한 식물도 있다.´
하고 생각하실 테지요? 두고 보세요.
다시 일 주일이 지나자 꽃이 지고 지우개가 조롱조롱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필 나무에도 물론 연필이 열렸지요.
다시 이 주일이 지났습니다. 연필과 지우개가 노랗게 익었습니다.
˝정말 지우개일까? 정말 연필일까?˝
식물 학자들은 연필을 따 가지고 깎아 보았습니다. 공책에다 일기 하루 치를 써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연필이었습니다.
틀린 글자를 지워 보았습니다. 틀림없는 지우개였습니다.
˝과학이 혀를 내두를 일이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있지?˝
이렇게 되고 보니 어린이 신문이 그대로 있을 리 없지요.
´지우개 연필이 싹터서 열매 맺어!´
지우개 덩굴, 연필 나무 이야기가 어린이 신문 머릿기사에 올랐습니다. 이튿날에는 어른 신문도 어린이 신문 기사를 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이거 망했구나!˝
기사를 보고 제일 먼저 식물 학회 꽃밭에 달려온 사람은 연필 공장 전무였습니다. 다음에는 지우개 공장 사장이 달려왔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누가 이런 씨앗을 내놓은 거예요!˝
연필 공장 전무가 식물 학회 회장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지우개 공장 사장이 같이 소리쳤습니다.
˝씨앗이 아니라 농약이랍니다. 싹틔우기 농약입니다. 우리도 그걸 믿지 않았었지요. 그런데…….˝
˝박사님들은 무엇을 연구하셨어요? 무생물에서 싹이 트다니요. 이것이 엉터리라는 걸 왜 못 밝힙니까?˝
연필 공장, 지우개 공장 사람들은 식물 학자들을 닦아세우고 싹트기 농원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당신들은 누굴 망치려고 이따위 농약을 내놓았소!˝
공장 사람들이 몰려오는 걸 보고 싹틔우기 농원 원장은 상공부 특허청으로 달아나 숨었습니다.
이 재미나는 사건은 연일 신문의 지면을 흥미롭게 채워주었습니다.
이 때 한 사람의 동화 작가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희한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동화를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동화를 모르다니?˝
이번에는 연필 공장 사장까지 다 나섰습니다.
˝여러분, 나무가 말을 하거나 걸어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일이 있나요?˝
˝있지요. 동화에서.˝
˝잘 아시네요. 바로 그겁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진 거죠.˝
˝그렇군요.˝
이 말에 식물 학자도 농원의 원장도 지우개 연필 공장 사장도
˝하하하.˝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 뒤부터 학교에서는 청소하다가 나온 동강이 연필이나, 지우개 동강이를 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교실마다 통을 놓고 동강이 연필, 동강이 지우개를 모아 두었다가 식목일에 맞추어 화단에 심는 거죠. 싹틔우기 약 한 방울을 뿌리는 거죠.
연필 나무는 해바라기만큼 자라고, 지우개 덩굴은 박덩굴만큼이나 자랍니다.
교실에서는 유리창 밖으로 줄사다리를 매어 두고 지우개 덩굴이 오르게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연필 꽃이 피고 지우개 열매가 열리는 걸 쳐다보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연필, 지우개가 없을 때 선생님은
˝얘들아, 꽃밭에 가서 연필 세 개, 지우개 다섯 개만 따오너라.˝
하십니다.
집에서도 다투어 이 신기한 식물을 심어 가꾸게 되었습니다.
지우개 공장, 연필 공장 사장님도 이젠 싸울 생각 않고 차츰, 돈이 더 버리는 다른 공장으로 바꾸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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