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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난 바보가 아니에요, 방울 토마토예요

창작동화 이승직............... 조회 수 1744 추천 수 0 2008.08.19 23:04:56
.........
´딩동― 댕동― 딩동― 댕동―´
2교시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가 몰래 교실을 빠져나온 방울이가 쪼그려 앉아 있는 산등성이 아파트 재개발 공사장까지 들려옵니다.
로봇 같은 긴 팔로 흙을 퍼 올리고 뾰족한 쇠공이로 ´탕탕탕´ 돌을 쪼개는 모습이 선생님이 가르치는 공부 시간보다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방울이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며 입가엔 웃음까지 맴돕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던 방울이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싫어. 난 안 갈 거야. 난 바보가 아니야.´
교실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사육장이 있는 동쪽 교문 쪽으로 힘껏 내달았습니다.

사육장 안에는 귀여운 노란 병아리들이 엄마 닭을 쫓아다니며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한 쪽에는 눈이 부실만큼 하얀 털옷을 입은 예쁜 토끼들이 얼굴을 맞대고 오물오물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안녕! 방울이가 왔어. 자, 별 과자를 선물로 줄게.˝
방울이는 노오란 개나리꽃을 한 움큼 훑어서 사육장 안으로 힘차게 뿌렸습니다. 노란 별꽃이 빙그르르 뱅글뱅글 하늘하늘 춤추며 내려옵니다. 병아리들이 쪼르르 달려와 작은 부리로 콕콕 쪼아 봅니다. 토끼들도 빠알간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깡충깡충 뛰어와 코로 씰룩씰룩 냄새를 맡아봅니다.
˝하나 둘 셋 넷…….˝
고사리 같은 양 손가락을 꼽으며 병아리와 토끼의 수를 세어 봅니다.
˝모두 열 마리구나. 아니야, 엄마 닭이 한 마리 더 있으니까.˝
오므렸던 양 손가락에서 새끼손가락 하나를 폅니다.
˝그래. 열 하나야. 열한 마리.˝
수학 시간에 잘 되지 않았던 셈 공부가 사육장에 와서 혼자 해 보면 쉽게 되어 재미가 납니다.
이번에는 사육장 근처에 날아와 모이를 찾고 있는 비둘기와 참새의 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비둘기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참새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방울아, 너 여기 있었구나. 선생님께서 널 찾아오라고 하셨어.˝
그때 반갑게 방울이를 부르며 같은 반 짝꿍인 은솔이가 다가왔습니다.
˝싫어. 난 안 갈 거야. 바보 반에 가기 싫단 말이야!˝
˝바보 반? 아아, 너 오늘부터 특수학급에 가서 공부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
˝…….˝
방울이는 말없이 한동안 서 있다가 교실로 가자는 은솔이의 손을 뿌리치고, 교재원이 있는 교사 뒤편으로 힘껏 달려갔습니다.

교재원에는 여러 가지 채소와 꽃모종들이 심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하얀 팻말에는 심은 날짜와 이름이 씌어 있습니다.
˝가―지, 오―이, 토―토마―토.
방울이는 떠듬떠듬 읽어봅니다.
˝방―울― 토마토? 하하하, 나야 나. 방울토마토. 하하하.˝
˝야, 너 미친 놈 아냐! 혼자서 웃고 있게.˝
갑자기 담장 밑에 쌓아 논 퇴비 가리 뒤에서 큰 소리를 지르며 병천이가 불쑥 나타났습니다. 병천이는 힘이 세서 싸움도 잘하고, 등하교 길에 동생들의 돈을 빼앗기도 하며, 며칠씩 학교에도 빠지는 문제아로 소문난 6학년 학생입니다.
˝너 이리 와 봐. 내 뒤를 몰래 쫓아왔지?˝
˝아냐. 난 방울토마토하고 이야기하고 있었어.˝
˝뭐, 토마토하고 이야기를 해? 너 바보로구나. 바보. 그렇지? 흐흐흐.˝
병천이는 징그럽게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고 방울이에게로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아냐. 난 바보가 아니야. 난 바보 반에 안 갈 거야. 앙앙앙. 형이 바보야. 형이 바보.˝
방울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는 교재원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아니, 저 자식이. 나보고 바보라고? 너 거기 서지 못해!˝
병천이가 씩씩대며 방울이를 쫓아갔습니다. 점점 가까이 쫓아옵니다.
현관 안까지 도망을 간 방울이는 다급한 김에 문이 열려 있는 첫 번째 교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아니, 너 방울이로구나. 어서 오너라. 그렇지 않아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습도움반 도우미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싫어요!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바보 반이 싫어요! 나 갈래요.˝
방울이는 홱 몸을 돌려 교실 문을 나서려고 하다가 멈칫 멈추었습니다.
현관 입구에 병천이가 눈을 부라리며 지켜 서 있기 때문입니다.
˝얘, 방울아. 너희 반 친구들이 너를 바보라고 놀렸나 보구나. 또 특수학급을 바보 반이라고 부르고 말이야. 방울아. 여긴 학습도움반이고, 나는 너를 도와 주는 도우미 선생님이란다. 넌 바보가 아니야. 자, 이리 와서 앉아라.˝
선생님은 방울이의 손을 가볍게 감싸쥐면서 싱긋 웃으셨습니다. 예쁜 선생님의 얼굴에 조그마한 볼우물이 생겨 더 예쁘게 보입니다.
˝방울아, 너 체육 시간에 달리기 해 봤지? 그때 꼴등을 한 학생들은 모두가 바보니? 아니지? 달리기를 조금 못할 뿐이야. 열심히 연습을 하면 다음 번에 일등을 할 수도 있단다. 자, 우리 학습도움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자.˝

방울이가 학습도움반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도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학습도움반에 가서 공부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학습도움반에는 재미있는 학습자료가 많이 있고, 여러 코너의 학습 방을 찾아다니며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도우미 선생님이 친절히 안내 해 주셨습니다.
방울이는 CD-I(시디-아이)를 가지고 공부할 때가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이것으로 공부를 하면 전에 하기 싫던 글자 공부와 수학 공부가 더 하고 싶어집니다.
조종기를 누를 때마다 화면에는 재미있는 그림과 공부할 내용이 나와서 하면 할수록 공부가 재미있어집니다.
˝방울아, 이제 그만 하렴. 원적 반에 갈 시간이야.˝
˝선생님, 조금만 더하고 갈게요. 열심히 글자 공부를 해서 동화책을 읽을 거예요.˝
˝우리 방울이가 이제 공부 재미를 톡톡히 붙였나 보구나. 그래. 공부는 자기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한단다.˝
도우미 선생님은 방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운동장가의 나무들을 더욱 푸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도 방울이는 1교시 원적 반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습도움반으로 달려왔습니다.
종희와 승욱이, 다희가 시무룩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착하기만 한 수진이는 울고 있는지 책상 위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큰일나셨어. 돈이 든 손가방을 누가 가져갔대.˝
주번 활동을 하기 위해 일찍 오신 선생님이 캐비넷 속에 넣어 둔 손가방을 누군가 꺼내가 버린 것입니다. 손가방 속에는 이사하기 위해 준비한 돈과 통장, 그리고 은행카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도우미 선생님은 은행에 신고를 하신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교무실에 가셨다고 합니다.
´어떤 나쁜 놈이 그랬을까?´
방울이는 걱정에 싸인 도우미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자 눈에 눈물이 핑 돕니다.
´혹시……병천이 짓이 아닐까?´
오늘 아침 병천이가 교재원 뒤에서 뛰어나오는 것을 방울이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얘들아, 우리 교재원으로 가 보자. 어쩌면 가방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방울이가 소리치면서 교실을 뛰어나가자 아이들도 일어나 방울이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선생님, 이 많은 과자랑 사탕, 음료수를 우리가 다 먹을 거예요?˝
˝그럼, 지난번에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난 집도 없는 거지가 될 뻔했는데.˝
˝선생님, 병천이가 교재원 퇴비더미 밑에 감춰 놓은 것을 방울이가 알아냈기 때문이에요.˝
˝그래, 그래, 고맙다. 그러나 병천이가 그 뒤로부터 학교를 안 나온다는 구나. 더 나쁜 짓을 하고 있지나 않나 걱정이 되는구나.˝
도우미 선생님은 과자 하나를 집어 방울이 입에 넣어 주십니다.
˝선생님, 우리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서 이 과자와 음료수를 먹어요.˝
˝그게 좋겠다. 아카시아 꽃향기도 맡고, 노래도 부르고.˝
˝야, 신난다! 선생님, 어서 가요.˝

시원한 바람이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뒷동산으로 불어옵니다.
탐스러운 아카시아 꽃송이들이 바람에 흔들려 춤을 춥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선생님과 학습도움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향긋한 아카시아 향내와 어우러져 동산을 넘어 푸른 하늘로 높이높이 퍼져나갑니다.
´난 바보가 아니에요. 그리고 학습도움반은 바보반도 아니고요. 난 방울토마토예요.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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