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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사람들은 몰라요

창작동화 이승직............... 조회 수 1331 추천 수 0 2008.08.19 23:07:01
.........
올해도 선읍리의 호박골 솔밭에는 많은 백로와 왜가리들이 날아와 둥우리를 틀기 시작합니다.
몸집이 큰 대백로는 높은 나무에, 중백로와 쇄백로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일찍 온 왜가리는 고목이 다 된 더 높은 나무에 튼튼한 둥우리를 짓고 알을 품고 앉아 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청록색 알속에서 아기 새의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 집니다.
지난 스무날 동안 아빠왜가리와 교대로 알을 품어온 엄마왜가리는 곧 깨어 나올 아기 새들 때문에 힘든 줄 몰랐습니다.

˝태어날 아기들이 하얀 털을 입고 나왔으면 좋겠어요.˝
엄마왜가리는 하얀 깃털로 둘러싸인 백로가 늘 부러웠습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우리 왜가리들은 배만 하얗고 등은 모두 청회색이니…… 아무튼 튼튼한 아기만 나왔으면 좋겠소.˝
아빠왜가리는 긴 부리로 알을 품고 있는 엄마왜가리의 검정빛 머리털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높이 떠 있던 달님이 부끄러운 듯 살짝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안녕하세요. 어머! 아주 귀여운 아기 새들이군요.˝
하얀 깃털이 눈부시게 돋보이는 백로가 옆가지에 내려앉으며 부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저희 아기 새들이 정말 귀엽게 보여요?˝
˝그럼요. 은회색 솜털로 덮인 아기 새들도 귀엽지만, 댁의 머리 위에 댕기 같은 까만 깃털은 얼마나 멋있는지 몰라요.˝

엄마왜가리는 알에서 깨어 나온 아기 새들이 모두 검으스름한 재 빛 솜털로 싸여 있어 섭섭하던 기분이 백로의 이야기를 듣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신네 둥우리 근처에 저희도 둥우리를 만들었으면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그럼요. 저 옆가지 사이가 좋겠군요. 튼튼한 집을 지으세요.˝
˝감사합니다. 우리도 어서 빨리 예쁜 알을 낳아 귀여운 새끼를 길러야겠어요.˝
아빠가 될 백로는 열심히 나뭇가지를 물어 왔습니다. 엄마가 될 백로는 이 나뭇가지로 둥우리를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물어다 준 맛있는 먹이를 먹고 아기왜가리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아기왜가리들의 보송보송한 회색 머리털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일어나 춤을 춥니다.
옆가지의 백로 둥우리에는 하얀 털이 송송이 박힌 아기백로 세 마리가 엄마백로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엄마백로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가득 넘쳐흐르고 있었습니다.

˝큰일이야, 큰일이 났어!˝
강가로 먹이를 잡으러 갔다 돌아온 아빠왜가리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먹이를 받아먹느라고 소란하던 숲 속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강가에 백로 한 마리가 사람들이 쳐 논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 내 힘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어요.˝
아빠왜가리의 이야기를 들은 숲 속의 새들은 너무나 끔찍한 일에 모두들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엄마백로는 걱정이 됩니다. 새벽 동틀 무렵에 먹이를 잡으러 나간 아빠백로가 돌아온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희 아빠 새가 아닐까요?˝
˝글쎄요. 깜짝 놀라 급하게 날아 오르느라고 잘 살펴보지 못했어요.˝
왜가리 가족들도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엄마백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늦을 일이 없을 텐데. 제가 갔다 와야겠어요. 우리 아기 새들을 좀 봐 주세요.˝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아기 새들을 잘 보살펴 드릴게요.˝
엄마백로는 힘차게 하늘을 가르며 아빠왜가리가 말한 배나드리강으로 날아갔습니다.
´논에서 잡은 먹이는 농약 때문에 아기 새들에게 먹이기가 위험해. 오늘은 강으로 가서 깨끗한 물고기를 많이 잡아올게.´
아빠백로의 이야기 소리가 날아가는 엄마백로의 귓가에 자꾸 맴돌아 흐릅니다.
배나드리강가에 다다른 엄마백로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저 멀리 새의 하얀 깃털 서너 개가 뽑혀 떠내려가는 것이 보일 뿐, 그물에 걸린 백로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엄마백로는 힘없이 둥우리로 돌아왔습니다.
˝저 혼자 이 아기 새들을 어떻게 키우죠?˝
엄마백로의 연푸른 눈가의 털이 눈물로 촉촉이 젖어듭니다.
˝너무 슬퍼 마세요. 우리가 힘껏 도와줄게요. 둥우리를 비울 때 아기 새들을 지켜 드릴게요.˝
옆 둥우리의 엄마왜가리는 슬퍼하는 백로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럼요. 아기 새가 둥우리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고 나쁜 새들로부터 지켜드릴게요.˝
아빠왜가리도 힘차게 말했습니다.
둥우리를 비우고 먹이를 구하러 나갈 때 소리개나 올빼미의 습격을 받을 수있고, 잘못하면 아기 새들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일본으로 갔어야 하는 건데 끼이륵 끼이륵…….˝
엄마백로는 울음을 참으려고 부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지난 봄 남쪽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떠나 올 때, 일본으로 가는 백로 무리를 따라가자는 아빠백로의 말을 물리치고, 한국이 물도 깨끗하고 먹이도 많아 아기 새들을 키우기에는 더 좋다고 엄마백로가 우겨서, 대백로를 따라 이 곳 선읍리 호박골로 오게된 것입니다.
엄마 백로는 길게 한숨을 쉬며 긴 목을 좌우로 흔들어 댔습니다.


˝일본은 우리가 살기에 더욱 힘들대요. 공장이 많아 환경이 많이 오염되었다고 해요. 일본에서 살던 우리 할아버지 왜가리가 들려주신 이야기인데, 우리 새들이 둥우리를 틀고 있는 곳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새들을 쫓아내기 위해 총을 쏘며 불을 지르고, 나무를 마구 베어 버려, 둥우리에 있던 아기 새들과 수많은 어미 새들이 죽었다고 해요. 깨어나지 않은 알까지 합치면 천이 넘는다고 해요.˝
엄마왜가리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 끔찍한 일을……. 일본 사람들은 정말 나쁘군요.˝
˝그건 여기도 마찬 가지예요. 며칠 전 밤중에 사람들이 몰래와서 우리의 알들을 꺼내 갔잖아요.˝
언제 날아왔는지 황로가 옆에서 말했습니다.
˝그래요. 논에 농약을 마구 뿌려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죽은 새들을 여러 번 보았어요. 저수지나 강가의 고기도 냄새가 너무 나서 먹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무서워 강가 갈대 숲에 집을 짓지 못하고 이 호박골까지 날아와서 둥우리를 튼 해오라기가 말했습니다.
˝이 한국 땅에서 살 수 없다면 우리 새들은 어디로 날아가야 하지요?˝
˝더 먼 곳을 찾아야 가야겠지요. 정말 걱정입니다.˝
˝우리들이 살 수 없으면 사람들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나 보죠?˝
˝우리를 해치는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아야 해요. 언제나 우리는 걱정 없이 살게 될까요?˝
˝…….˝
˝…….˝
새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르륵, 그르륵.˝
큰 외침소리가 둥우리를 튼 나무숲을 흔들며 대백로가 내려앉았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렇게들 찾아와 함께 걱정해 주고 있으니. 우선 아빠 잃은 아기 새에게 이 고기를 나누어줍시다.˝
대백로는 잡아온 물고기를 둥우리에 꺼내 놓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대백로 아저씨. 그리고 여러분들도요. 이렇게 도와주고 위로해 주시니 저도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아기 새들을 키우겠어요.˝
˝정말 장하시군요. 비록 아빠백로는 없어도 우리 모두의 따뜻한 사랑으로 튼튼히 자라 우리들과 함께 먼 여행에 참여 할 수 있을 겁니다.˝
맛있게 먹이를 먹고 있는 아기 백로를 위해 대백로는 커다란 날개를 펼쳐 한 낮의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가 서로 돕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 사람들도 우리를 사랑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도록 깨우쳐줍시다!˝
아빠왜가리의 말에 모든 새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찬성입니다!˝
˝우리 모두 사랑의 힘으로 뭉칩시다!˝
˝사람과 함께 살 수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듭시다!˝

´끼룩끼룩, 비익비익 삑삑삑, 꽥꽥꽥, 째짹 째잭´
새들의 외침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어울려 퍼져 나갑니다.
하얀 흰 구름을 타고 온 동네로 온 마을로 두둥실 날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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