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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611】전마협초청 대전마라톤 즐런 ~
16번째 마라톤 즐런~ 원래는 금산에서 열려야 되는 대회인데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전국이 애도하는 분위기여서 대회가 많이 축소되고 마지막에 장소까지 변경되어 대전 갑천 엑스포 다리밑에서 열렸습니다. (다른 이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다리밑이라고 하네요.)
관이 주도하는 대회가 아닌 오늘같은 대회에는 평소에 마라톤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아 참석합니다. 실력자들이 많기 때문에 저는 꼴찌만 면하자 하고 더 죽어라 달리지요.^^ (기록을 보니 내 앞에 50명이 있고 내 뒤에는 30명 밖에 없습니다. ㅠㅠ)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실제 제가 뛰는 것은 10km입니다. 제 몸무게가 85kg이나 나가고 태음인 체질에다가 폐가 악하기 때문에 때문에 더 뛰면 죽습니다. 이 몸으로 이만큼 뛰는 것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를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이미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출발선에서 앞서 쭉---- 달려나가도 1km 만 뛰면 본래 제 실력이 나와 뒤로 빠질 사람은 다 빠집니다. 출발선에서 뒤에 서 있어도 조금만 뛰다보면 앞으로 나가 딱 자기 위치에서 뛰고 있습니다.
마라톤은 끝까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평탄한 길을 달리기도 하고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만나고, 처음에는 호흡 때문에 힘들다가 그게 사라지면 이번에는 무릎이 아파서 힘들고, 나를 추월해 앞서가는 사람 따라잡는다고 오버페이스를 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오히려 더 속도를 늦추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한데 뭉쳐서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는 앞뒤에 사람이 없이 그냥 혼자서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입니다. 뛰다보면 제 옆에 아무도 없습니다. 가끔 만만한 사람 뒤꼭지를 보고 뛰기도 하는데 어느새 보면 또 혼자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마지막 골인지점이 아스라이 눈에 들어오면 없던 힘이 납니다. 저기까지만 가면 끝난다는 마음에 더욱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렇게 마지막 골인 지점을 통과 하고 나면...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몸의 기능을 풀로 끌어올려 다 사용하고 난 후에 몸이 텅 비어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정말 즐겁고 고통스럽고 견딜만하고 기쁘고 행복한 달리기는 우리 인생의 마디마디와 참 닮았습니다. ⓒ최용우 2014.4.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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