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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에 처박힌 매뉴얼이 2800여권

뉴스언론 송호진 기자............... 조회 수 910 추천 수 0 2014.05.05 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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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에 처박힌 매뉴얼이 2800여권”

[2014.05.05 제1009호]

[표지이야기-2부 누구라도 책임을 져라]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에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한 류희인 전 NSC 사무차장 인터뷰
“안보·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로 다시 와야”

 

그는 볼펜을 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재난을 포함한 국가 위기에 대처하려고 청와대에 어떤 조직을 뒀는지, 정부 부처부터 현장 출동기관까지 구체적 재난 대응지침을 적은 ‘매뉴얼’은 얼마나 많이 마련했는지, 종이에 빼곡히 써가며 설명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가 재난에 대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통합·통제) 기능을 없애고, 매뉴얼들은 각 부처 캐비닛에 처박혀 죽은 문서가 됐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부처, 군부대 지휘 역량이 없는 안전행정부에 재난 대응의 총괄 책임을 맡긴 것은 “헛발질”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세월호 참사라는) 나쁜 결과가 나왔다”며 참담해했다.

 

안행부가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는 이유

» 정용일 yongil@hani.co.kr

 

4월24일 서울 시내에서 예비역 공군 소장인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겸 위기관리센터장을 만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통령 직속의 NSC 사무처에 있으면서 군사안보 위협과 재난사태 등 국가 위기를 청와대가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핵심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부정당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서야 다시 재난사태에 대한 ‘청와대 컨트롤타워 회복’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월호 슬픔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부질없는 물음이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가 위기관리 결과물을 지우지 않고 이어받았다면,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했을까? 그는 “지금보다 상황의 심각성을 빨리 인식하고 대처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정부가 우왕좌왕 대처했다는 비판이 많다. 침몰되기까지 ‘왜 대규모 해경·군부대 등을 신속히 투입해 구조하지 못했나’란 아쉬움도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이끄는) 안행부는 범부처를 이끄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근본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재난이 발생하면 보통 8~9개 기관이 관여한다. 안행부는 이들과 수평적 관계이지, 지휘·조정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안행부는 (노무현 정부의) NSC 산하 위기관리센터처럼 위기관리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런 안행부에 컨트롤타워를 맡기는 건 헛발질이다. 아버지가 할 일을 막내아들한테 줘서, 아버지 노릇을 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위기 대응 매뉴얼도 이후 정부에서 사문서가 되어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기능이 단절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 이후 공무원들을 질책하며 ‘청와대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참여정부에선 재난도 포괄적 안보에 포함시켜 국가 위기로 관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남북관계 등 전통적 개념의 안보만 국가 위기로 대응하고 있어, 이런 재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국가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 인권, 존엄한 가치를 지켜주고 국민의 희생을 막아주는 것이 아닌가?

 

-참여정부에서 재난까지 포함한 ‘포괄적 안보’를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이유는 뭔가.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군사·외교 등 전통적 안보 위협을 막는 것만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많은 나라들이 냉전 이후 비군사적 위협에 대비해 정부 안에 조직을 만들고 국가 예산을 쓰고 있다. 참여정부는 전통적인 안보 위협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연재난(태풍·홍수·폭설 등), 인적 재난(붕괴·폭발·화재·침몰 등), 국가 핵심 기반 마비까지 안보 개념에 집어넣어 이를 ‘포괄적 안보’로 규정했다.

 

을지연습 기간 중 위기대응 통합훈련

 

-참여정부에선 청와대가 재난까지 통합 관리하기 위해 NSC 사무처를 확대 개편했다. 당시 조직을 설명해달라.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설치된 NSC 사무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실무 지원하는 조직 정도였다. 참여정부에선 NSC 사무처 밑에 통일·외교·국방 분야가 모여 큰 방향의 국가안보 전략을 짜는 전략기획실, 통일·외교·국방 분야 업무를 공유하고 조정하는 정책조정실, 각종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관리실이 있었다. 그리고 위기관리센터를 뒀다. 위기관리센터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 전자상황판(10개 모니터)을 설치하는 종합상황실을 만들었다. 상황판엔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전국 22개(이후 27개 기관으로 늘어남) 기관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상황 정보가 바로 뜬다. 항공·선박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경찰이 전국 곳곳에 설치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해양경찰의 함정에 단 카메라에서 찍은 영상까지 전송된다. 세월호 사고의 경우, 그쪽 해상 상황을 모니터에 띄우면 세월호의 위치뿐 아니라 해경 함정에 단 카메라로 구조 모습, 세월호에 다가가는 헬기의 이동까지 지하 벙커에서 볼 수 있다.

 

-국가 위기별 매뉴얼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는데.

 

=“위기관리센터의 기획팀은 역대 정부 최초로 33개의 국가 위기(군사·외교 등 전통적 안보 13개, 자연·인적 재난 11개, 국가 핵심 기반 마비 관련 9개)를 규정했다. 보통 1개의 위기당 9개 부처·기관이 관여한다. 세월호 참사에도 해양수산부, 경찰, 해경,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이 관여하지 않았나. 참여정부는 33개 위기별로 어떤 부처가 주관 부처로 책임을 지며, 다른 부처·기관의 주요 임무는 무엇인지 표준 매뉴얼을 만들었다. 위기별로 1권씩 33권을 만들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 재난 대응 실태처럼 혼란, 중복, 책임 회피를 막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위기별로 관련된 8~9개 기관의 담당자와 담당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만든 276권의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재난 상황에 대한 보도자료를 어떻게 쓰는지 예시문도 넣었다. 이런 거 쓰는 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예시문까지 넣어준 것이다.

다시 여기에서 실제 현장에 출동하는 지역 경찰서·소방서·군부대·지방자치단체 등의 행동지침을 담은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2400여 권을 만들었다. 당황하지 않고 현장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담은 것이다. 이 밖에도 대규모 인명피해 선박 사고 대응 매뉴얼 등 총 8종의 주요 상황 대응 매뉴얼을 따로 만들었다. 참여정부에서 만든 매뉴얼만 총 2800여 권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까지 오게 된 수천~수만 가지의 사회적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과연 매뉴얼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든다.

 

=위기 매뉴얼은 평시 업무에 사용되는 게 아니어서 캐비닛에 잠자고 있을 경우가 많다. 그래서 2006년부터 위기 상황을 가정해서 9개 기관이 함께 현장에서 훈련하는 ‘위기대응 통합훈련’을 했다. 매년 을지연습 기간을 활용했다. 공무원을 숙달시키고, 불합리한 점은 개선해 매뉴얼을 수정했다. 또 NSC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훈련 참관도 하고 정부기관 평가도 해서,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정부 부처가 움직이도록 격발시키는 관리를 해왔다.

 

사태의 심각성 더 빠르게 인식했을 것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NSC 사무처가 폐지되고, 비서관이 센터장을 맡는 위기관리센터는 2급 행정관이 맡는 위기정보상황팀으로 바뀌는 등 해체 수준으로 격하됐다.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원회 안보분과에 보고를 들어가 사무처와 위기관리센터의 존속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무처가 폐지되면서 청와대에는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졌다. 전통적 군사안보를 뺀 3분의 2가량의 재난 매뉴얼이 현재의 안행부를 비롯해 각 부처로 보내졌다. 매뉴얼이 살아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했는데, 캐비닛에 박히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접수된 지 30여 분이 더 지나 청와대에 보고가 됐다. 참여정부 NSC 위기관리센터였다면 어땠을까.

 

=해경에 세월호 사고가 접수됐다면, 해경은 청와대의 지하 벙커 종합상황실로 연결된 직통 핫라인으로 사고를 동시에 보고하게 돼 있었다.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 위기 상황이라는 1차 판단이 들면 ‘대통령께 상황실로 내려오시라’고 보고를 한다. 이번 사고처럼 현장에서 많이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고가 들어오면 우리도 헷갈렸겠지만, 종합상황실 화면에 뜨는 상황 정보와 추가 확인을 통해 (현재 정부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더 빠르게 인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해진 매뉴얼대로 움직이면서, 대통령이 관심 분야를 좀더 챙기고 지시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어떻게 해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유형별 대책을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NSC 사무처를 다시 설치하며 겉모양은 참여정부 때로 돌아오는 듯하지만, 재난까지 국가안보에 포함시킨 참여정부의 위기관리 내용까지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안보·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로 다시 와야 한다. 국무총리 산하에 비상관리처를 만드는 등 재난·위기 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까지 오게 된 수천~수만 가지의 사회적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1986년 미국의 우주선 챌린저호가 폭발했을 때, 연료가 들어가는 작은 ‘오링’(O-ring) 하나의 결함이 원인이었는데, 미국은 1년간의 조사 활동을 통해 이런 불량품이 제작·사용된 사회적인 문제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우리도 이번 사건에 인문학 전문가까지 조사에 투입해 사회 개조·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시 대통령의 한마디에

 

그는 새누리당 정권의 ‘노무현 지우기’가 청와대의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상실, NSC 위기관리센터 폐지까지 이어지고, 그것이 세월호 참사의 부실 대응으로까지 연결된 것 같다고도 짚었다. 무려 2800여 권의 참여정부 위기관리 매뉴얼을 죽은 문서로 만들고, 우리 사회는 다시 “유형별 매뉴얼을 만들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허둥대는 사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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