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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 말씀묵상

깊은데로가서

밤이 무척 길군요...그러나 이 어두운 밤도 끝날 때가 있겠지요? 그래요 해는 곧 뜰 것입니다. 밝아오는 새벽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죽을 준비

1189장별 최용우............... 조회 수 1664 추천 수 0 2011.09.14 1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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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삼상24장 
구분 : 장별묵상260 

 

다윗을 죽이기 위해 뒤를 쫓던 사울왕이 갑자기 똥이 마려워서 급하게 혼자 가까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시원하게 일을 보고 나왔다. 그러나 그 동굴 속에는 다윗과 다윗을 따르는 병사 600명이 숨어 있었다. 다윗은 사울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다윗의 부하들이 사울을 죽이려 하는 것도 막았다.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달려왔다가 자신이 먼저 죽음의 문턱을 넘어갈 뻔 한 것이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나는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며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었다. 갑자기 번개가 번쩍 하면서 잠깐 정전이 되었다가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그러나 컴퓨터는 더 이상 작동이 되지 않았다. 번개를 맞은 것이다. 컴퓨터가 갑자기 죽었다.
컴퓨터 안에 있는 수많은 자료들과 프로그램들과 작업을 하기 위해 최적화를 시켜놓은 설정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잃은 것이다. 다음날 컴퓨터 수리점에 가서 복구를 시켰지만 만일에 대비해서 백업을 해 놓은 최소한의 자료 외에는 더 이상 건질 수 없었다.
나는 잃어버린 자료들이 너무 아깝고 상심이 되어서 앓아 누워버렸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처럼 똑같이 컴퓨터 앞에서 토닥토닥 글을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자료들이 아깝기는 했지만, 그것이 없다고 무슨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무리 많은 자료가 컴퓨터 안에 쌓여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리만 차지할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구하면 가장 최신 제품을 사용하는데, 쌓아 놓은 것은 시간 지나면 쓸 수도 없는 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삶도 언젠가는 쓸 것이라며 잡동사니를 잔뜩 쌓아 놓았다가 나 죽으면 후손들이 그 쓰레기를 치우느라 고생하게 하면 안 될 것이다. 언제 죽더라도 가뿐하게 주님 앞에 갈 수 있도록 내 삶을 간단하고 심플(simple)하게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죽을 준비이다. ⓒ최용우 20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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