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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모어의 기도] 좋으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1.
좋으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이 세상의 헛됨을 깨달아 알고
제 마음을 오직 당신께 고정시켜, 사람들 하는 말에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홀로 있는 것에 만족하여, 세속의 무리와 함께 있기를 갈망하지 않고
조금씩 세상을 버려, 마침내 모든 번잡한 일에서 마음이 떠나고
더 이상 세속의 일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게 하소서
기쁘게 당신만을 생각하고, 아프게 당신의 도움을 청하고
당신의 위로만 의지하고, 당신 사랑하는 일에만 골몰하게 하소서
저 자신의 쓸모없음과 사악함을 알고 당신 앞에 겸손히 엎드려
지난날 저지른 죄를 슬퍼하고 모든 역경을 견디어, 그것들을 소멸시키고
이곳에서 받은 연옥의 고통을 달게 받고, 이 시련들을 기꺼이 감당하게 하소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마지막 순간을 항상 생각하여
코 앞에 있는 제 죽음을 바라보고 그 죽음을 낯선자로 여기지 않고
마지막 심판이 닥치기 전, 용서를 구하게 하소서.
저를 위하여 당하신 그리스도의 고난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끝없는 그분 은총을 감사하게 하소서.
허무하게 낭비한 시간들을 되돌려 놓고,
쓸데없이 지껄인 잡담들을 거두어들이고
게으르고 천박했던 행동들을 지워버리고,
불필요했던 오락들을 잘라버리고
세속의 재물과 친구들과 자유와 생명까지도
그리스도를 얻기 위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버리게 하소서.
저 옛날 요셉의 형들이 질투와 증오로 아우에게 저지른 일들이
사실은 그에게 더 없이 좋은 사랑과 은혜를 베푼 것이었으니
바라건데 저의 가장 악한 원수들을 저의 가장 선한 친구들로 여기게 하소서.

 

2.
좋으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제 죄를 깨닫게 하셨으니
말과 마음으로 뉘우쳐 마침내 그것들을 버릴 수 있도록
끝까지 자비를 베푸소서.
혹시 제 교만 때문에 찾아내지 못한 죄가 있거든 그것들도 모두 용서하소서.
영광스러운 하느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세상 일 모두 등지고 제 중심을 오직 당신께만 붙잡아 매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잘못 살아온 삶을 수정하여 후회없이 죽음으로 나아가고
당신 안에서는 죽음이 곧 영원한 복락으로 들어가는 문임을 알게 하소서.
영광스러운 하느님 저에게서 죄악으로 가득 찬 두려움과
죄악으로 가득 찬 슬픔과 자기 연민,
죄악으로 가득 찬 희망과 욕망을 모두 거두어 주소서.
하오나, 저의 영혼을 위하여 도움이 된다면
그런 모든 두려움과 슬픔과 자기연민과 희망과 욕망을 저에게 주소서.
좋으신 주님, 그날 밤 올리브 동산에서 당신이 감당하셨던
그 두려움과 번민에서 볼 수 있도록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전능하신 하느님, 세상의 칭송을 듣고자 하는 저의 욕망과 함께
성내어 보복하려는 감정을 제하여 주소서.
겸손하고 낮고 평화롭고 참아 견디고
친절하고 부드럽고 자애로운 마음을 저에게 주소서.
좋으신 주님, 충만한 믿음과 굳건한 소망과 뜨거운 사랑을 저에게 주시어
당신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당신 뜻을 이루어드리는 일만 간절히 바라게 하소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의 사랑과 자애로 저를 굽어보소서.

 

<Thomas More 1478-1533>
헨리8세 통치하 영국에서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고 마침내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왕이 아라곤의 캐서린과 이혼하고자 했을 때 반대하였고, 왕과 로마의 사이가 나빠졌을 때에는 교황청을 편들었다. 그래서 결국 런던탑에 투옥되었고 반역죄로 재판받아 교수형을 당했다. 재판받는 동안 겪어야 했던 정신적 번뇌와 갈등이 마지막 기도에 담겨 있다.>
-월간<풍경소리 제97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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