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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소득 불평등 커질수록 사회불안도 범죄율도 계층갈등도 커진다
김한솔·조형국 기자 hansol@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4-06-16 21:39:07

 

(4) 범죄·세대 갈등 심화

 

“이렇게 잡히니까 차라리 좋네요. 그동안 불안했습니다. 이제 나쁜 짓을 더 안 하고 살아도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절도 혐의로 체포된 팔순의 신모씨는 지난 9일 아들뻘 되는 형사 앞에 고개를 떨궜다. 공사 현장에서 물건을 훔쳐 판 지 꼭 2년 만이었다. 서울 출신인 신씨는 대구의 K2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군생활을 마친 후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대구에서 자리를 잡았다. 학력은 보잘것없었지만 체격 좋고 건강했던 그는 주로 몸 쓰는 일로 돈을 벌었다. 철거 현장에서 용역으로 뛰었고,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했다. 한창 일을 할 땐 돈도 좀 모았다. 주변에 사람도 모였다. 하지만 이후 인생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씨는 여전히 건강했지만, 현장에서는 나이 든 그를 점점 부담스러워했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사회 전체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신씨의 일거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하나뿐인 형도 세상을 뜨고 불규칙했던 수입이 아예 뚝 끊겼다. 신씨는 혼자가 됐다.

 

방 한 칸짜리 월세 27만원을 내는 게 어려워졌다. 기초생활수급 등 저소득층 지원 정책에 대해 잘 몰랐을뿐더러 주민등록이 말소돼 받을 수도 없었다. 신씨의 주민등록은 오래전 말소됐다. 비닐코팅 주민등록증을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재발급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뒤늦게 주민등록증 갱신을 하러 구청을 찾았지만 과태료로 내야 할 몇 만원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신씨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공사판 일만 수십년이었다. 신씨는 밤마다 가위와 포대자루를 들고 대구 일대의 원룸 공사 현장을 돌며 땅에 묻혀 있는 구리 전선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는 매번 20㎏의 전선을 자루에 담아온 뒤 집에서 밤을 새워 전선의 피복을 벗겼다. 피복을 벗긴 전선은 10~12㎏ 정도 나갔다. 그 전선을 6만5000~7만8000원을 받고 고물상에 팔았다. 범행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후 7~9시 사이에 이뤄졌다. 그렇게 매달 5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을 모았고, 월셋값을 뺀 나머지 10여만원으로 한 달을 먹고살았다.

 

대구 성서경찰서 정광열 경사는 대구 지역에서 비슷한 수법의 절도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자 인근 버스노선 주변을 탐문 조사한 끝에 신씨를 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신씨의 사정을 접한 정 경사는 과태료 4만원을 대신 내주고 신씨의 주민등록증 갱신을 도와 수급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이 ‘함께 살자’는 글귀가 적힌 분홍 종이배를 머리에 얹고 있다. 분홍 종이배는 2월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등 가난으로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고 ‘구명보트(복지)’를 늘려 빈곤과 절망의 악순환을 끊자는 의미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중산층 쇠퇴하고 저소득층 근로동기 감소… 범죄동기는 늘어나

 

지니계수 개선 땐 범죄 감소 연구 결과도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양심이나 도덕성까지 가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 많은 사람들이 각종 탈법, 편법을 저지르고도 ‘유전무죄’로 죗값을 덜 치르기도 한다. 그러나 배운 것도 없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신씨처럼 먹고살기 위해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꿈을 갖고 사회에 진출하는 20대에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 3월20일 채모씨(29)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을 돌며 휴대폰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채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떠돌며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에 손님인 것처럼 들어갔다. 그는 80회에 걸쳐 4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쳤다. 채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못하고 지내던 중 학자금 대출금 상환 기일이 돌아오자 현금화가 쉬운 휴대폰을 훔쳤다. 경기 포천에 살던 김모씨(20)는 고교 졸업 후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대학 진학이 무산되자 가출했다. 집을 나온 김씨는 일정한 주거 없이 서울과 친구 집이 있는 대구를 오가며 찜질방, PC방에서 먹고 잤다. 김씨는 집을 나오고 얼마 뒤부터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 중고물품 사이트를 이용해 사기를 쳤다. 온라인 게임아이템과 캠핑 장비 등을 팔 것처럼 속인 뒤 5000원부터 3만원까지 소액의 돈을 빼돌려 생활비를 충당해온 김씨는 지난 3월25일 서울 강북구의 한 PC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소득 불평등이 범죄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가설은 수십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통계청이 범죄자의 생활환경과 직업을 분석한 것을 보면 2012년 절도범죄 10만4434건 중 소득 하위층에 의한 범죄가 6만7837건으로 전체의 64.9%를 차지했다. 강도 범죄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강도범죄 3322건 중 소득 하위층에 의해 73.1%가 발생했다. 하위층 기준은 다소 자의적이지만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작았던 20여년 전에도 비슷했다. 1990년 발생한 강·절도 범죄의 88%가 소득 하위층에 의한 것이었다. 경찰청 수사기획과 관계자는 “인권 문제로 개별 소득 수준을 세세하게 물어볼 순 없지만 생활환경이나 사회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찰관이 소득 상·중·하류 중 범죄자가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행동기는 ‘생활비 마련’이 11.5%로 ‘우발적’(27.8%)이라는 답변 다음으로 높았지만 우발적 범죄의 상당 부분도 실제로는 돈을 목적으로 저지른 것이었다.


소득분배가 개선될수록 범죄 발생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연구 96호에 실린 <소득불평등과 범죄발생에 관한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지니계수가 0.0388만큼 개선되면 범죄 발생이 1만4000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니계수란 소득분포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통계청이 작성한 지니계수(도시 2인 이상,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1990년 0.256에서 2013년 0.280으로 나빠졌다.

 

소득 불평등에 따른 범죄 발생은 중하위 소득층에서 더 뚜렷이 나타났다. 하위 소득에 속한 사람들은 그들 주변의 중위 소득자(전체 국민을 소득 기준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자)와의 소득격차가 심할수록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다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신동균 교수(경제학)는 절대적 소득 불평등보다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이 극단적으로 구분되는 소득 양극화가 범죄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양극화가 진전되면 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 같은 재산과 관련한 범죄가 늘어나고,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소득 불평등 지역보다 소득 양극화 지역에서 재산 관련 범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보고서에서 “양극화란 단순한 불평등을 넘어 한 사회가 두 개의 사회로 분리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산층은 쇠퇴하고 저소득층은 근로동기가 감소하는 대신 범죄동기가 상승해 전반적인 사회 불안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 양극화는 이러한 계층 간 갈등은 물론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작은 파이 조각을 놓고 사회적 약자인 청년과 노인이 경쟁하게 만든다. 정책 결정권을 쥔 정치인과 경제 관료들은 이를 교묘히 이용하기도 한다. 복지예산을 늘리려 노력하기보다는 대학 등록금과 노령연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는 식이다. 부동산 정책 하나에도 세대 갈등이 첨예하다. 20·30대의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위해선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하지만, 가진 재산이 집뿐인 노인들을 생각하면 집값이 오르는 게 좋은 것이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정모씨(27)는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고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5~20시간 일하면서 시험 공부도 같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급 6000원에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주 6일 일하면서 ‘편의점 알바’가 직업이 됐다. 교사 출신인 편의점 사장은 편의점 수입 외에 매달 200만원 넘는 연금도 받는다. 정씨는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한때 유행이었지만 설마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부자인 기성세대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는 월급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일컫는다. 단군 이래 최고의 학력과 스펙을 갖췄지만 사회에 진출함과 동시에 비정규직이나 실업의 나락에 떨어진다. 88만원 세대는 ‘삼포(三抛)세대’로 이어졌다. 삼포세대는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취직에 성공하고 결혼을 해도 치솟는 집값 등을 감당하기에는 급여가 형편없이 적어 부모 도움 없이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도 어렵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1.19명)로 이어졌고, 저출산은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경쟁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젊은 대학생들이 담당했던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고령의 구직자들이 몰리고, 그동안 고령층이 담당했던 경비·청소노동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도 많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연구위원은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사무직이나 공기업에서 과거보다 퇴직을 적게 하고 신규 채용 규모도 줄였다”며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노동시장에 거의 없는 상황이고, 또 그런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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