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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의 인문학](1) 어머니산, 지리산

자료공유 최원석 교수............... 조회 수 946 추천 수 0 2014.07.05 07: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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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의 인문학](1) 어머니산, 지리산

 

삶을 보듬은 어머니 산의 대표… 은자의 피안이자 변혁의 산실

 

사람 사는 세상사가 요즘같이 고달플 때 산은 부담 없이 가서 쉴 수 있는 곳,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한국 사람들에게 산은 푸근한 고향 같은 곳이고 어머니 같은 대상이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 어머니 몸이듯이 산은 생명의 뿌리다.

그래서 우리는 죽어 산으로 갔나 보다. 산은 순우리말로 뫼라고 하고, 산소도 뫼라고 했다. 하기야 산소도 산에 있는 묘라는 말이 일반명사로 굳어진 것 아닌가?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봉긋한 젖무덤처럼 생긴 묘는 산을 닮았다. 살아서 의지하던 산과 죽어서 돌아가는 묘가 같은 말이고, 묘소를 산소라고 부르는 산의 겨레가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한국은 산의 나라다. 산에서 해가 뜨고 산으로 지며, 산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산에서 온갖 생물이 자라나므로 산은 생명의 원천이다. 그 속에서 살아온 한국 사람은 산의 심성과 문화를 송두리째 입고 있는 민족이다. 산의 정기를 타고 나서 산에서 나는 물을 먹고 산언저리에 살다가 산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다. 산과 우리는 DNA의 나선구조와 같이 관계 맺은 그 무엇이다.

서양과는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산을 어머니로 생각해왔는데 특히 한국이 그렇다. 한국에서는 모악산, 대모산, 자모산, 모자산 등 곳곳마다 어머니산 이름이 유난히 많다. 어머니산은 한국 사람들이 산에 대해 지닌 대표적인 심상이미지이다.

경향신문

둥그스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지리산은 넉넉하고 푸근한 어머니를 닮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바라본 일출(위 사진)과 민초들의 삶의 터전이자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된 지리산의 다랑논(아래). 지리산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리산 곳곳에 남아 있는 ‘성모’의 흔적

지리산은 한국의 어머니산을 대표하는 산이다. 둥그스름하고 부드러운 산의 생김새만으로도 넉넉하고 푸근한 어머니가 연상된다. 지리산이 왜 어머니산일까? 지리산의 품에서 수많은 동식물과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리산에는 무려 7050종의 생물이 살고 있어 한국의 산에서 가장 종 다양성이 크다. 또한 지리산지에는 500여개가 넘는 자연마을에 4만7000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 한국의 산지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

지리산의 어머니 이미지는 예부터 있었다. 지리산을 상징하는 아이콘은 성모천왕(聖母天王)이었다. 지리산 성모에 대한 오랜 기록은 고려 말 이승휴의 <제왕운기>에도 나온다. 지리산 주변의 백성들은 성모상을 모시고 지리산을 신성한 어머니로 숭배해왔다. 유몽인(1559~1623)이 <유두류산록>에서 “무당들이 이 성모에 의지해 먹고 산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말해준다. 성모상은 원래 천왕봉 꼭대기의 성모사라는 사당에 있었다. 1472년 8월15일, 지리산을 유람했던 김종직은 천왕봉 꼭대기에 세 칸의 성모사 사당 건물이 있다고 <유두류록>에 기록하고 있다. 지리산의 주인은 성모라는 어머니 산신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산청의 천왕사에서는 한 할머니가 성모상을 모시고 있다. 지리산의 노고단도 원래는 노구(老軀)라는 할머니 산신을 모신 단으로서, 노구당이 있었다. 노고단은 일제시기 무렵에 바뀐 지명이다. 이렇듯 옛 사람들의 눈에 비친 지리산의 이미지는 어머니이자 어머니의 어머니인 할머니였다. 여신이었다.

지리산이 왜 어머니산인지는 금강산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하다. 금강산은 천하의 명산이지만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 수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금강산을 절세의 미인이라고 했지 어머니로는 형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리산의 자연환경과 토양조건은 다르다. 흙산이라 경지가 비옥하고 수자원이 풍부해서 벼농사도 지을 수 있었고, 산속에서 수백년 동안 대를 이어 논밭을 갈며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산이다. 

한국의 유토피아·변혁이 함께 꿈꾸던 곳

한국의 산을 여성의 나이로 비유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20대는 설악산, 30대는 지리산, 40대는 북한산, 50대는 남산이란다. 그런데 그 설명 또한 가관이다. 설악산은 올라도 올라도 사시사철 재미가 색다르다. 지리산은 골짜기가 깊고 언제나 물이 철철 흐른다. 북한산에는 언제라도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올라갈 수 있다. 남산은 가까이 있지만 잘 안 올라간다. 이 유머는 남성들의 성 관념을 산에 빗대어 질탕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놀라운 것은 기막히게 산의 특징을 잘 뽑아냈다는 점이다.

지리산은 한국의 산에서 가장 골짜기가 깊다. 깊은 골짜기에는 사람이 숨을 수 있다. 그래서 지리산에는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은거했다. 신라 말의 최치원도 그랬고, 고려 말의 한유한도 그랬다. 지리산이 ‘은자의 산’이 된 배경은 골짜기가 깊은 지형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리산에는 청학동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이상향도 생겼다. 원래의 청학동 위치는 쌍계사 뒤편 불일폭포 부근이었다. 그곳은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골인 화개-쌍계계곡 언저리의 호리병 속 같은 분지에 있다. 더욱이 여기는 단층 지대라서 산 속 깊은 곳에 폭포가 떨어지고 기이한 자연광경이 펼쳐진다.불일폭포로 난 길을 걷다보면 짙푸른 숲 너머로 마치 청학이 날아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처럼 한국의 전형적인 유토피아는 어머니의 자궁 속 같은 산골짜기에 있었다. 이것은 서양의 도시형 유토피아와 판이하게 다르다.

골짜기가 깊은 지리산은 숨어 사는 피신의 땅이면서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혁명의 산실이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저항세력들의 거점이었다. 17세기 이후 조선의 정국이 혼란하고, 무신란(1728)이 실패하자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으로 몸을 피했다. 1785년에 하동의 문양해가 주도한 ‘정감록 역모사건’은 왕조를 부정했던 민중들의 저항운동이었다. 진주농민항쟁(1862)이나 진주변란(1870) 때에도 지리산 자락인 덕산은 항쟁의 거점이었다. 여기는 동학이 경남 서부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근거지이기도 하였다. 변혁의 산, 지리산의 전통은 한국전쟁 전후의 빨치산 활동으로 전개된다. 지리산은 20세기 제국주의 열강의 대립으로 빚어진 한국전쟁 전후의 역사적 과정에서 민중들의 저항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이래서 예부터 지리산은 불복산(不伏山) 혹은 반역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렸으리라. 

다랑논 등 문화사의 터전… 세계유산으로

지리산은 골짜기만 깊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골짝골짝 마다 사시사철 물이 철철 흐른다는데 비밀이 있다. 우리야 늘 보는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서양에서 이런 산은 그리 흔하지 않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의 한라산과 대비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라산은 지리산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토양이 화산재 성분이라서 물이 금방 빠져버린다. 물이 없으니 땅이 척박하고 밭농사만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지리산 골짜기에는 강수량이 풍부한데다가 물을 머금는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벼농사가 가능했다. 벼농사는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획기적인 농경 방식이다. 산 속이라도 장기지속이 가능한 마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산비탈 곳곳을 개간해서 석축을 쌓아 논둑을 만들고 다랑논도 일구었다. 지리산 곳곳에는 어미 품에 둥지를 틀듯이 수백년을 공동체로 살아온 놀라운 생활사의 문화전통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새로 눈여겨봐야 할 소중한 유산 가치는, 어머니 지리산이 베풀고 사람들이 일군 삶의 터전이다. 서민생활사와 생활경관이다. 대표적으로 다랑논(계단식논)과 논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4월에 청산도의 ‘구들장논’과 제주도의 ‘밭담’이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된 쾌거가 있었다. 지리산의 다랑논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으며, 돌로 쌓인 논둑의 높이는 10m에 이르는 것도 있다. 경남 함양군 군자리에 거대하게 펼쳐진 다랑논은 누가 보아도 장관으로, 지리산지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다. 요즘엔 세계유산의 트렌드도 왕실 건축물이나 유적보다는 민간생활사의 자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랑논만 하더라도 필리핀의 코르디레라스 계단식논, 중국 운남의 홍하 하니족 계단식논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지리산은 이제 국가와 민족의 산을 넘어 세계와 인류의 신성한 어머니 산(Mother Mountain)으로 거듭날 때가 되었다. 지리산은 몇 년 전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중이다. 명산이 세계유산이 된 외국의 사례는 적지 않다. 중국은 총 45개 세계유산 중 9개, 일본은 총 17개 중에 3개가 명산이다. 작년 후지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우리가 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이 없는 것은 면목이 서질 않는 일이다. 지리산은 ‘사람의 산’이라는 한국 및 동아시아 산지문화의 전형이 될 뿐만 아니라 산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이미지로 지구촌의 인류들에게 소중히 간직될 수 있다.

<최원석 | 경상대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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