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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조의 실수’ 21세기엔 반복 말아야

뉴스언론 남태현 교수............... 조회 수 295 추천 수 0 2014.07.16 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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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인조의 실수’ 21세기엔 반복 말아야
 
2005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을 소개했습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 일본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동북아시아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자는 구상이었죠. 하지만 미군의 보호와 안보를 동일시하던 이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렸고, 보수 신문들은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조선일보의 류근일은 이를 “과대망상”이자 갈 데까지 간 “반미(反美) 바람”이라고 평했습니다. 현실을 무시한 구상이고 결국 한국은 외교무대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주장의 골자였습니다. 결국 이 구상은 구체적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잊혀졌죠.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균형자의 역할은 우리가 원치 않아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요.

경향신문
2005년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었고 이를 통해 미국은 전 세계에 최첨단 전쟁수행능력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특히 중국이 가진 좌절은 매우 큰 것이었고, 중국 군대의 폭발적 현대화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4년의 중국은 항공모함을 갖고 스텔스 전투기를 판매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게다가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며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패권을 다투게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패권을 다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베 정권의 일본 군국주의 부활 신호탄을 미국이 환영하는 것과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이 북한을 제쳐두고 한국을 먼저 방문해 임진왜란을 들먹이며 두 나라의 오랜 연대와 대일 공조를 강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불쑥 성장한 중국과 이를 경계하는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이 딱 우리의 상황입니다. 이 중 어느 쪽도 우리는 멀리할 수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는 나라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미래를 쥐고 있는 나라니까요. 두 나라 사이에 패권다툼이 격해질수록 우리의 입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좋건 싫건 균형자의 역할을 해야 하죠. 그것도 아주 잘해야 합니다.

1623년 인조반정 직후 광해군의 폐위를 알리는 인목대비의 교서는 ‘광해군의 죄악’ 10가지를 논하며 후에 청이 되는 후금과 명 사이에서 균형자의 노릇을 한 것을 듭니다. “광해는 오랑캐에게 성의를 베풀었으며 … 황제가 칙서를 내려도 구원병을 파견하지 않아 예의의 나라 조선을 오랑캐와 금수로 만들었다.” 이 숭명반청의 이데올로기에 갇혀버린 인조의 정권은 강해져만 가는 후금과 명 사이에서 적극적인 실리외교를 통해 균형자의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랑캐를 운운하며 후금의 신경을 되풀이해서 건드리고, 결국 청황제의 조선 정벌을 초래합니다.

인조 정권은 기존의 세력인 명과 성장하는 청 사이에서 양쪽과의 거리를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하나를 제압할 수 없도록 적당히 균형을 맞추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양쪽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자주국방의 힘을 키워 두 나라 모두 조선을 내버려 두도록 해야 했죠. 균형자의 노릇을 잘해야 했던 것입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딱 지금의 한국의 사정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끼어 국운이 흔들리고 있어도 인조는 개혁은 고사하고 반정공신의 입김에 휘둘리며 실책에 실책을 거듭했습니다. 군대는 안보를 포기하고 정권 지키기에 바빴고 일반 백성은 온갖 의무와 세금에 절규했습니다. 인조는 “내가 용렬하여 시비를 분별하지 못했고, 게으른 데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에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며 사과만 되풀이했지 정작 절실했던 행동에 있어서는 우유부단했습니다. 이 또한 지금의 한국 사정과 비슷해 보입니다.

정작 절박한 사명은 못 본 채 정권 유지에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인조의 실수, 21세기에 와서도 되풀이하면 안될 것입니다.

<남태현 |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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