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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712】세렝게티 초원
대학입시 때마다 서울의 주요 대학 합격자 중에 특목고(외고, 과학고, 국제고, 예술고, 자사고...등등)의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뉴스가 해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합니다.
그런데 교육문제를 다룬 텔레비전 특집프로그램에서 한 특목고 학생들의 하루를 밀착취재한 방송이 나왔습니다. 정말 '억'소리가 나도록 공부를 하더군요. 기숙사에서 아침 6시에 기상을 하여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 밤 12:30분에 기숙사 소등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칩니다.
하지만 12:30분에 잠자리에 드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기저기에서 다시 불이 켜지고 한시간 정도씩 더 공부를 하고 잡니다. 시험기간에는 공식적으로 정독실에서 3시까지 더 공부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는데, 정독실에서 밤을 꼬박 새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럼 잠은 언제 자느냐? 쉬는 시간에 토막잠을 자거나 수업시간에 졸리면 서서 공부하는 '키다리 책상'에 가서 서서 공부합니다. 저녁식사 후 자율학습시간에 특히 많이 졸리다고 합니다. 그러면 책을 들고 밖에 나가 가로등 아래에서 공부를 하거나 심지어 계난 난간 끝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졸다가 떨어지면 다치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인 것 같습니다.
일반고 같으면 수업시간에 거의 3분의 2는 집중을 못하고 엎드려 잔다고 하는데, 이 학교에는 그런 학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살벌하게 공부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가만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 학생은 "자습실이 아니에요. 세렝게티 초원 아시죠? 세렝게티 초원 한 복판에 와 있는 것 같다니까요." 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 멋있었습니다. 평생 저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일이지만, 평생에 3년 정도 온 몸을 남김없이 불사르며 어떤 일에 집중하는 기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뽑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학생들을 우선 선호할 것 같습니다. 서울의 주요 대학 합격자 중에 특목고의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밝은이도 소위 말하는 특목고라는 곳을 다니는데, 토요일에 집에 오면 거의 12시간씩 죽은 듯이 잡니다. 아마도 일주일 잠을 한꺼번에 보충하는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서는 꼭 너무 많이 잤다며 후회를 합니다. "괜찮아. 그렇게 한번씩 자 줘야 몸이 버티지..."
그나마 밝은이는 엄마 아빠가 주일에는 공부를 못하게 합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놀면서 충전을 하라고 해도 꼭 교회에 책가방을 매고 가네요. ⓒ최용우 201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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