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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 그릇

김용호................ 조회 수 739 추천 수 0 2014.10.31 22:22:46
.........
동냥 그릇

왕이 아침에 궁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거지를 만나게 되었다.
왕이 거지에게 물었다.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내 소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하시네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허, 다 들어주고 말고. 그게 뭔가/ 말해 보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왕이 재차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지.
내가 바로 왕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들어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 그래요.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 동냥 그릇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채워 주시렵니까?˝
˝그야 어렵지 않지.˝
왕은 선뜻 대답하고 신하에게 명령했다.
˝이 동냥 그릇에 돈을 가득 담이아 줘라.˝
신하가 재빨리 돈을 한줌 가져와 동냥 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은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신하가 다시 돈을 가져와 그릇에 담았지만 돈은
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즉각
비워지는 거였다.
그러자 왕궁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
그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왕의 위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왕이 말했다.
˝내 재산을 모두 잃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저 거지에겐 절대 승복할 수 없다.˝
급기야는 갖가지 보석들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거였다.
그 그릇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지 즉각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왕이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졌소이다. 당신이 이겼소. 딱 한 가지만 묻겠는데,
떠나기 전에 말해 주시오.
이 동냥 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거 말이오? 이게 뭘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르겠소?
그건 사람의 마음이오.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거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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