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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5073번째 쪽지!
□ 인생 사계절
저에게도 봄은 있었습니다. 힘이 철철 넘쳐 신문 배달하여 번 돈으로 매주 3600장씩 전도지를 찍어 벽산백화점 앞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노방전도를 하였습니다. 선교단체를 만들어 일을 꾸미고 행사를 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면 기독교가 조금이라도 변할 줄 알았습니다. 희망의 꿈을 꾸고 사랑하고 노래하며 실로 저의 봄은 눈물겹고 아름다웠습니다.
저에게도 여름은 있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고 받고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면서 이 세상에서의 희망을 접고 저는 달팽이처럼 내면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지의 구름을 뚫고 올라가 깊은 묵상 속에서 주님과 하나가 되고 그러면서 세상은 없어졌습니다. 실로 저의 여름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눈에 보이는 것 없는 지난한 시기였습니다.
저에게 지금은 가을입니다. 가을이되 이제 막 시작된 초가을입니다. 오늘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나의 생각은 좀 더 깊어지고, 나의 눈은 다른 사람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입은 침묵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내 키만큼 책을 써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 안에는 열매로 맺힌 글 주머니들이 대충 생각해도 내 키만큼은 거뜬히 쓸 만큼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책 한 권씩 만들어내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이제는 글만 있으면 책을 펴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저는 이제부터 내 안에 열린 열매들 중에 맛있게 잘 익은 열매들부터 하나씩 따서 책을 만들 것입니다.
저에게 곧 겨울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겨울은 절망의 계절이 아니라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마무리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거둔 열매들을 욕심 없이 다 내놓고 조용히 기도하면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최용우
♥2014.11.4 불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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