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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레릭이 웃었습니다
(2006년 2월 26일 감자탕교회 이야기 전도지 1면)
로드레릭(Pia Lordlerick, 사진), 열 여섯살된 이 아이는 이번 산사태로 엄마 아빠를
잃은 사내아이입니다. 이 아이를 만난 것은 세인트 버나드에 있는 크리스토 레이 하이
스쿨에서입니다. 참고로 필리핀은 중학교가 없고 초등학교 6년을 졸업하면 바로 하이
스쿨로 진학해 4년간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합니다. 이 학교는 산사태가 일어난 후에
이재민 수용소로 변했습니다. 로드레릭은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인 동시에 지금은 이
재민으로 이 학교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오늘 그 아이가 웃었습니다. 그 아이 얼굴에
서 우리는 웃음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오후 한국교회 사랑을 갖고 이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산사태가 일어난
마을 사람들만 이재민 수용소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지형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이재민들이 지금 학교에 와 있습니
다. 세인트 버나드시 당국에 부탁을 해서 이번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따로
만났습니다. 이들에게 작지만 사랑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친절하
게 그런 가족 아홉을 교무실에서 따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부모를 다 잃은 아이도 있습니다. 졸지에 고아가 되어 버린겁니다. 아빠
혹은 엄마를 잃은 아이도 있습니다. 아내와 다른 자녀를 잃고 딸과 함께 살아남은 아
버지도 있고 아들과 함께 살아남은 아버지도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사랑한
다고 전해주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100달러짜리를 봉투에 담아
전해주면서 이것은 하나님이 여러분을 사랑하는 싸인이라고, 한국교회가 여러분을 사
랑하는 싸인이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아내와 다른 자녀를 잃고 아들과 함께 살아남은
알버트씨(사진)는 우리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의
눈물, 아내를 잃은 남편의 눈물은 전염성이 있었습니다. 오늘도 산사태로 무너진 그
마을 위로 계속해서 비가 내렸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우리는 작지만 3만 달러를 들고 한국교회 이름으로 달려왔습니다. 굳이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좀 하기도 했습니다. 근래에 워낙 큰 재난이 일어나다 보니 천
여명의 사망 혹은 실종자가 발생한 재난은 작게 다가왔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
나님이 등을 밀어주셔서 왔습니다. 잘 왔습니다. 오길 잘했습니다. 필리핀 정부 당국
자를 비롯한 모든 필리핀 사람들이 고마움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맞아 줍니다.
재난 현장을 올 때 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지 늘 기대가 됩니다. 우리는
현장에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알지 못한 채로 늘 옵니다. 늘 하듯이 이번에도 현장
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섬기겠다는 마음 하나만 갖고 현금을 들고 왔습니다. 하나님께
서 마닐라에서 집을 마음에 담아 주셨습니다. 현장에 와서 그것이 하나님이 담아주신
생각임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한국교회 이름으로 서른 세채의 집을 지어 산사태 이재민들에게 선물
합니다. 집과 함께 이들의 희망을 짓고 싶습니다. 집 한 채를 짓는데 드는 돈은 천 달
러, 우리 돈 100만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이 드린 십일조에서 스무채를 짓습
니다. 사랑의교회(오정현목사)에서 열채를 짓습니다. 우리가 재난 현장으로 달려온 사
이에 모아진 한국교회 사랑으로 세 채 등 모두 서른 세 채를 짓습니다. 3월 중순에 공
사를 시작해 두 달이면 공사가 완료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집은 필리핀 당국을 통해
짓습니다. 오늘 산사태 현장에 있는 재난구호본부에서 필리핀 정부 당국자와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습니다. 2만 달러는 현금으로 전달하고, 3천 달러는 온라인으로 송금하
고, 1만달러는 준공식 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그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여러분 나라에서 7420명의 군인을 보내 우리를 도와준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
사합니다. 이것은 한국민과 한국교회의 작은 사랑입니다. 사랑합니다." 참석한 사람들
이 박수를 치며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감사함으로 한국교회 사랑을 받아주었습니다.
심각하기만 하던 재난대책본부에서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났습니다.
지금은 2006년 2월 24일, 금요일 저녁 8시입니다. 여기는 세인트 버나드 산사태 현
장입니다. 사랑합니다.
글쓴이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 slsp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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