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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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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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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편집 : 고광노
출처: 월간 작은이야기 2000.7월호에서
'알콩달콩 농장 이야기'는 충남 천안시 광덕면 기러기농장에서 농장 일을 하는 고광노 씨(32)―일 기에서는 총각 아찌―가 쓰는 일기입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내려와 기러기와 토종 닭 등 을 기르며, 매일 농장 동물 식구들에 대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일기를 통해 사육장이긴 하지만 나름의 자연 법칙에 따라 사는 동물들과, 이를 바 라보는 고씨의 재치 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을 겁 니다.
- 편집자 도움말
들어나 봤나? 라면묵! (5월 8일)
아∼ 아∼ 아∼. 너무 덥다. 너무 덥다.
아∼ 아∼ 아∼. 세상은 이렇게 더운 것인가!
개 팔자가 본래 이 런 것인가! (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았겠는가. 반년이나 넘었나 보다)
이렇게 더운데도 주인 할아 버지는 매일 라면죽을 끓여준다.
이게 말이 라면죽 이지. 식은 다음엔 묵이 되어버린다. 들어나 봤나? 라면묵!!!
어제 기러기 잡는 거 봤는데…. 기러기 머리 좀 먹이로 넣어줘요! (발이랑!)
계속 입을 열고 헥헥 대고 있지만 도무지 더위는 가실 줄을 모른다.
총 각 아찌 찬물 좀 갖다 줘(윽, 반말한다고 한 대 맞 은 후)∼요, 아이구 아파.
왜 꼭 부지깽이로 때리 냐이∼. 검댕이 묻게.
총각 아찌랑 주인 할아버지는 머리에서 물이 흘 러나온다. 좋겠다.
짭짤하니 간도 되어 있다. 나도 머리에서 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따로 물을 안 받아도 되는데. 머리에서 물이 나오면 그 물만 마셔도 되잖아?
아유 더워. 총각 아찌. 우리 개들도 기러기들처럼 풀장 만들어줘요!
냐옹이도 활보하고 싶다 (5월 24일)
요즈음 난 푸대접이다.
밥도 잘 안 주며, 전처럼 잘 쓰다듬어주지도 않는다.
가장 주요한 원인의 하 나는 새로 전입 온 어린 똥강아지 한 마리 때문이다.
놈은 그저 동글동글, 뭔가 잔뜩 먹어서 올챙이 같은데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총각 아찌도 보기만 하면 귀엽다고 야단이다.
그리고 놈은 다른 개들처 럼 묶어놓지도 않아서 자유롭게 온 농장을 활보하 고 다닌다. 난 불공평하다고 투정하지만 총각 아찌는 "쥐나 잡아" 한다.
그럼 난 "풀어줘야 잡지∼(또 맞을 뻔 했다)요!" 하면 "병아리 잡아먹으려고? 예끼 요 녀 석"(한 대 맞았다) 한다.
배고픈데 그게 병아린지 쥔지 구별이 가는 줄 아 나?
요즈음엔 똥강아지가 괜히 친한 척한다.
총각 아 찌가 들어오면 방울을 딸랑거리며 따라와서는 옆에 서 알랑거리다 반응이 없으면 내게로 와서는 꼬리 도 물어뜯고 엉덩이도 물어뜯고 귀도 물어뜯는다.
난 어떻게 해보려고 발버둥치지만 녀석이 그 똥똥 한 배로 누르면 숨도 못 쉰다. 그러다 총각이 죽은 병아리라도 내게 던져주면 냉큼 빼앗아 밖으로 달 아나버린다.
난 오늘도 뺏겼다. 녀석은 들으라는 듯 아독아독 잘도 씹어먹었다.
난 너무 원통해서 마구 울부짖었 다. 이야오~옹!@#$%^&*()+||+_)(*&^%$#@! 한참을 울 었을까.
어느샌가 눈앞에 병아리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문 쪽에선 똥강아지의 짧은 꼬리가 살랑 거리며 나가고 있었다.
농장을 지키는 암구어 '찍' (5월 26일)
뿌하하!!! 우선 웃고 시작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농장 식구 중의 하나라는 것
을 모른다. 할아버지도 모르고 할머니도 모르고 총각 아찌 또한 모른다.
당신들은 우리를 식구로 생각 안 하겠지만 우리는 넓은 아량으로 당신들을 식구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전부터 여기 살았으니까.
항상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먹을 허술한 구멍을 남겨주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오늘 처음 맛본 병아리는 정말 맛 있었다.
사료보다 낫다. 역시 고기가 제일이야.
역 시 훔쳐 먹는 고기가 맛있어. 우리는 밤말을 잘 듣는다. 반말도 좋아한다.
그 런데 당신들은 밤엔 말을 잘 안 한다. 모여서 티비 만 본다. 총각은 컴퓨터만 한다. 우리도 밤엔 말을 잘 안 한다.
했다간 많은 위험이 다가온다.
고양이 의 발톱, 총각 아찌의 권총, 할아버지의 몽둥이, 똥강아지의 방울 소리 등, 이것을 간과한 몇몇의 가족들을 우리는 잃었다.
우리는 도대체 이 농장에 몇 놈이나 살고 있는지 우리도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암구어를 사용한 다.
'찍' 하면 '찍' 한다. 가끔 '찌직' 하는 낯선 놈들이 있어서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 농장을 놈들 에게서 수호한다.
이런 우리의 노고를 총각 아찌는 알기나 할까
출처: 월간 작은이야기 2000.7월호에서
'알콩달콩 농장 이야기'는 충남 천안시 광덕면 기러기농장에서 농장 일을 하는 고광노 씨(32)―일 기에서는 총각 아찌―가 쓰는 일기입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내려와 기러기와 토종 닭 등 을 기르며, 매일 농장 동물 식구들에 대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일기를 통해 사육장이긴 하지만 나름의 자연 법칙에 따라 사는 동물들과, 이를 바 라보는 고씨의 재치 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을 겁 니다.
- 편집자 도움말
들어나 봤나? 라면묵! (5월 8일)
아∼ 아∼ 아∼. 너무 덥다. 너무 덥다.
아∼ 아∼ 아∼. 세상은 이렇게 더운 것인가!
개 팔자가 본래 이 런 것인가! (이제 내가 살면 얼마나 살았겠는가. 반년이나 넘었나 보다)
이렇게 더운데도 주인 할아 버지는 매일 라면죽을 끓여준다.
이게 말이 라면죽 이지. 식은 다음엔 묵이 되어버린다. 들어나 봤나? 라면묵!!!
어제 기러기 잡는 거 봤는데…. 기러기 머리 좀 먹이로 넣어줘요! (발이랑!)
계속 입을 열고 헥헥 대고 있지만 도무지 더위는 가실 줄을 모른다.
총 각 아찌 찬물 좀 갖다 줘(윽, 반말한다고 한 대 맞 은 후)∼요, 아이구 아파.
왜 꼭 부지깽이로 때리 냐이∼. 검댕이 묻게.
총각 아찌랑 주인 할아버지는 머리에서 물이 흘 러나온다. 좋겠다.
짭짤하니 간도 되어 있다. 나도 머리에서 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따로 물을 안 받아도 되는데. 머리에서 물이 나오면 그 물만 마셔도 되잖아?
아유 더워. 총각 아찌. 우리 개들도 기러기들처럼 풀장 만들어줘요!
냐옹이도 활보하고 싶다 (5월 24일)
요즈음 난 푸대접이다.
밥도 잘 안 주며, 전처럼 잘 쓰다듬어주지도 않는다.
가장 주요한 원인의 하 나는 새로 전입 온 어린 똥강아지 한 마리 때문이다.
놈은 그저 동글동글, 뭔가 잔뜩 먹어서 올챙이 같은데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총각 아찌도 보기만 하면 귀엽다고 야단이다.
그리고 놈은 다른 개들처 럼 묶어놓지도 않아서 자유롭게 온 농장을 활보하 고 다닌다. 난 불공평하다고 투정하지만 총각 아찌는 "쥐나 잡아" 한다.
그럼 난 "풀어줘야 잡지∼(또 맞을 뻔 했다)요!" 하면 "병아리 잡아먹으려고? 예끼 요 녀 석"(한 대 맞았다) 한다.
배고픈데 그게 병아린지 쥔지 구별이 가는 줄 아 나?
요즈음엔 똥강아지가 괜히 친한 척한다.
총각 아 찌가 들어오면 방울을 딸랑거리며 따라와서는 옆에 서 알랑거리다 반응이 없으면 내게로 와서는 꼬리 도 물어뜯고 엉덩이도 물어뜯고 귀도 물어뜯는다.
난 어떻게 해보려고 발버둥치지만 녀석이 그 똥똥 한 배로 누르면 숨도 못 쉰다. 그러다 총각이 죽은 병아리라도 내게 던져주면 냉큼 빼앗아 밖으로 달 아나버린다.
난 오늘도 뺏겼다. 녀석은 들으라는 듯 아독아독 잘도 씹어먹었다.
난 너무 원통해서 마구 울부짖었 다. 이야오~옹!@#$%^&*()+||+_)(*&^%$#@! 한참을 울 었을까.
어느샌가 눈앞에 병아리 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문 쪽에선 똥강아지의 짧은 꼬리가 살랑 거리며 나가고 있었다.
농장을 지키는 암구어 '찍' (5월 26일)
뿌하하!!! 우선 웃고 시작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농장 식구 중의 하나라는 것
을 모른다. 할아버지도 모르고 할머니도 모르고 총각 아찌 또한 모른다.
당신들은 우리를 식구로 생각 안 하겠지만 우리는 넓은 아량으로 당신들을 식구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전부터 여기 살았으니까.
항상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먹을 허술한 구멍을 남겨주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오늘 처음 맛본 병아리는 정말 맛 있었다.
사료보다 낫다. 역시 고기가 제일이야.
역 시 훔쳐 먹는 고기가 맛있어. 우리는 밤말을 잘 듣는다. 반말도 좋아한다.
그 런데 당신들은 밤엔 말을 잘 안 한다. 모여서 티비 만 본다. 총각은 컴퓨터만 한다. 우리도 밤엔 말을 잘 안 한다.
했다간 많은 위험이 다가온다.
고양이 의 발톱, 총각 아찌의 권총, 할아버지의 몽둥이, 똥강아지의 방울 소리 등, 이것을 간과한 몇몇의 가족들을 우리는 잃었다.
우리는 도대체 이 농장에 몇 놈이나 살고 있는지 우리도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암구어를 사용한 다.
'찍' 하면 '찍' 한다. 가끔 '찌직' 하는 낯선 놈들이 있어서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 농장을 놈들 에게서 수호한다.
이런 우리의 노고를 총각 아찌는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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