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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나는 너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줄 수가 없다

北山편지채희동 채희동............... 조회 수 3257 추천 수 0 2003.03.21 10: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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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목사가 된 친구에게

▲ (사진 김승범)
J야! 너도 어느덧 ‘목사’가 되었구나. 지난 3월 24일, 계산중앙교회에서 있었던, 중부연회에서 장엄하게 거행된 목사 안수식을 통해 너는 40여 명의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목사’가 되었지. 너는 참으로 용케도 그 어려운 목사 관문을 잘도 통과했구나. 서럽다 서러워 ‘서리 전도사’ 과정을 지나, 그 까다로운 준회원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너도 어엿한 감리교 목사가 됐구나. 웃어른 목사님들께 한 번 밉보이면 진급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목회하기도 힘든 우리의 목회 현실에서도 그 모든 과정을 정말 잘 통과했구나. ‘목사’가 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속마음을 어른들께 보여서는 안 된다고, 그저 시키는 대로하고, 그저 잘 모시기만 하면 된다고 우리들은 ‘목사’가 되기 전까지 그러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안타깝구나.

이런 힘들고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올 한해 동안 목사(감리교)가 된 사람들은 아마도 350여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은 ‘목사’가 되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기도했을까? 어느 사람은 새로운 사명감을 얻기 위해 기도원에 가겠노라고 다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사람은 전도사로서 받은 서러움을 되새기며 보다 권위 있고 근엄한 모습으로 단에 서리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사람은 이제 목사가 되었으니 나도 보다 큰 포부를 가지고 큰 교회 목회를 해 보리라는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느 사람은 지겹고 지겨운 농촌교회를 벗어나게 되었으니 정말 신난다 부목사라도 좋으니 어서 어서 서울로 올라가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 목사란 무엇인가?

나는 요즘 시골교회 전도사로 있을 때는 그래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의롭고 진실된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벗들이 목사가 되면서 서서히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목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구나. 정말로 어두운 농촌 현실 속에서 열심히 땀흘리며 애쓰던 자들도 목사가 되면 무섭게 보따리를 싸들고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정말 목사란 무엇인가? 자기 배를 채워주는 밥통인가 아니면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필수 조건인가?

우리 친구들 중에, 전도사 때는 그래도 들녘에 일하던 동네 어른들과 논두렁에 걸터앉아 마을 이야기도, 사는 이야기도 다정하게 나누던 사람이 어느 날 목사가 되고는 한쪽 어깨에 붉은 성경책을 끼고, 어색하지만 맑은 미소를 띠며 근엄한 모습으로 동네를 거니는 모양이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목사가 되면 보다 근엄한 모습으로 보다 신령한 모습으로 교인들 앞에서 서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고 보면 우리 동료 친구들의 변해 가는 모습은 당연하리라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이제 목사니까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까?

J야! 나는 지금 시골교회에서 어렵게 목회를 하고 목사가 된 너와 같은 벗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 그렇게 바뀌지 않고는 목회를 할 수 없는 우리 목회의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골 교회를 떠나 도시 교회로 가야하는, 시골에 남아 있으면 똑같은 목사로서 대접받질 못하는 우리의 병든 현실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손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는 자들 중에도 엄연히 계급이 있고, 차별이 있고,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아래위가 있다는 것은 또 무엇이냐! 한 교회 안에 담임목사는 뭐고 부담임 목사는 또 무엇이냐! 하늘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 같은 목회자들 가운데 세상의 논리인 교회의 양과 크기로 자신의 의로움을 인정받는 것은 또 무엇이냐! 자신의 교회 크기와 하느님의 의로우심은 비례한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신앙이 우리 젊은 목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구나.

하나님은 뭐라 하실까?

J야! 똑같은 목사, 똑같이 하늘 아버지의 일을 하는 자들이 어느 목사는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한다고 배부르게 잘 살고, 정치적 힘과 권력을 움켜잡고, 명예를 한 몸에 끌어안고, 또 가난한 시골교회 목사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정받질 못하는, 그래서 더욱 배고프고, 처량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우리의 목회현실을 보고 하나님은 뭐라 하실까?

우리 목회자들만큼 평등해져야 하고 큰 교회를 목회하는 도시교회 목사건, 20여 명 모이는 작은 시골교회 목사건 간에 같은 목사로 인정을 받고, 같은 대우를 받고, 같은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욕심일까? 시골교회에서 5년 있던 목사가 서울 큰 교회에서 5년 있고, 다시 서울 큰 교회에서 목회하던 목사가 20여 명 모이는 작은 시골교회에서도 5년 있어 봐야 한다는 것은 나의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수천 명 모이는 큰 교회 목사건 10명 모이는 작은 교회 목사건 그 보수와 대우는 목회경력에 따라 같아야 한다는 것 또한 나의 부질없는 소리일까?

어찌 우리 안에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세상의 평등을 외칠 수 있으며, 어찌 우리 안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이 땅에 정의를 이루자고 선량한 교인들에게 말할 수 있으며, 어찌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의로운 자들이 되라 설교할 수 있을까?

나는 너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줄 수가 없었다

J야! 목사가 된 친구야! 너도 그 물 안에서 물 흐르는 대로 흐르지 말거라. 더러운 물이 흐르면 왜 더러운 물이 흐르는지, 그 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목사, 그래서 마침내 그 더러운 물의 줄기를 막고, 맑고 깨끗한 물줄기를 찾아내는 목사가 되어라.

정말 목사가 된 친구야! 목사 안수를 받던 그 날, 꽃다발과 축하의 선물을 한아름 안고 목사가 된 자식, 목사가 된 친구의 가슴에 안겨 주려고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는 너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줄 수가 없었다. 이 땅에서 목사가 되어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이 척박한 반도의 땅에서 목사가 되어 하나님의 일꾼으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너의 목사됨이 그리 기뻐해 줄 일만은 아닌 것 같구나. 이 땅에서 우리가 목사가 되어 산다는 건 그리 축하를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이 가난하고 절망 속에 있는 이 땅의 형제들과 아직도 분단의 사슬에 묶여 고통받는 민족, 그 위정자들의 허울좋은 구호에 병들어 가는 이 나라에서 우리가 목사가 된다는 것, 우리가 하느님의 의를 부르짖는다는 것, 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배고프고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힘겨운 길인가를 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네가 목사가 된 것은 이제 교인들 앞에서 보다 근엄하게 설교할 수 있고, 축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너는 너의 십자가, 아니 하늘 아버지가 주신 이 민족의 십자가, 지금도 가난의 십자가, 분단의 십자가,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반도의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의 십자가를 너의 어깨에 짊어지는 순간! 아! 고난과 가난을 짊어지는 그 순간! 나는 차마 너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안겨줄 수가 없었다.

명예와 부와 안락의 십자가를 버리고 이 민족 이 백성의 아픔과 슬픔과 절망을 끌어안고 가야하는 가난과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너의 어깨를 보는 순간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그래 우리 가는 이 길이 강남의 목사들처럼 부와 명예와 권력이 주어지는 길은 정말 아니지 않니? 그런 길이라면 나는 반대한다. 그런 거짓과 위선의 길이라면 나는 너의 길을 막겠다. 그런 기만과 술수의 길이라면 나는 너를 벗이라 말하지 않는다. 예수는 없고 빈 껍데기, 허울 좋은 은총의 종소리만을 요란하게 치는, 달콤한 자본주의의 은총을 던지는 그런 일이 목사의 길이라면 나는 결단코 이 길을 포기할 것이다.

이제는 도망가고 싶어도 뛰쳐나가고 싶어도 이 고난과 가난의 십자가를 벗어버릴 수 없는 J야! 네가 목사가 되던 날, 하늘에서는 봄비가 구슬프게 내리고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우리 가는 이 길이 은총과 축복을 뒤로하고 예수의 십자가, 어둡고 그늘진 이 민족의 마을과 가난과 서러움 속에 살아가는 우리 형제들과 함께 가는 그런 길이라는 것을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 아니겠니?

J야! 우리 형제들의 땀과 노동과 고뇌와 서글픔을 함께 삭히고 녹이고 부둥켜안고 살아야 할 J야! 너를 보면 저 들녘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빛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땅을 파고 생명을 뿌리고 돌보고 지키는 농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너는 가만히 앉아서 성도들이 땀흘려 바친 양식을 축내는 도시의 그 거만하고 게으른 목사가 아니라 일하는 목사, 땀흘리는 목사, 일꾼인 목사, 농부인 목사, 하늘 아버지의 의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해 땀흘리는 목사가 될거야.

뚝배기처럼 진국인 J야! 나는 우리 벗들이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힘겹고 고달프고 어려울 때 너의 그 호탕하고 시원한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저 가슴이 시원하고 잠든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마도 너의 삶이 진흙처럼 진지하고 시냇물처럼 여유가 있고 하늘처럼 넓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네가 지금까지 우리 벗들에게 보여준 그 삶처럼 너의 목사노릇도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너와 함께 이 가련한 반도의 땅에서 예수 정신을 심고 예수를 마침내 살리고 예수와 함께 뛰어 노는 세상, 우리 어머니의 맺힌 恨이 신명나게 풀리는 세상을 이루리라는 소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오름달에 너의 친구가
채희동 (2001-04-12 오후 5: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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