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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하는 목회

北山편지채희동 채희동............... 조회 수 2954 추천 수 0 2003.03.21 10: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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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농부의 땀방울과 하늘 아버지의 생기가 살아 숨쉬는 교회


순웅아! 지난 몇 일 동안은 네가 가져다 준 '취나물'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늘 된장찌개 아니면 김치찌개만 끓여먹던 우리는 이 고급스런 나물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야 할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요리법을 배운 다음 나는 취나물 요리를 해 보았다.

"먼저 30분 정도 나물을 물에 담가둔 다음, 나물이 불어나면 깨끗이 씻어낸 후 물기가 하나도 없게 손으로 꽉 짠다. 그리고 나물에 참기름은 조금 많다 싶게, 들깨는 조금, 진간장은 적당히, 식초는 약간, 그리고 마늘을 다져 넣고 손으로 버무린다. 이것을 그냥 먹어도 좋고, 아니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넣고 볶아 먹어도 맛있다."

"요리는 예술"

취나물을 다 무친 후 맛을 보는 순간 내 입에서는 저절로 "요리는 예술이다!"라는 말이 튀어 나왔단다. 지금까지 주방 - 사실은 교회 베란다 - 에서 요리를 하면서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억지로 밥을 짓고, 찌개도 끓이곤 했는데, 나 스스로 이제는 취나물을 통해 '요리예술론'까지 주장하고 있으니 참 재미가 있구나.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요리예술론'은 단순히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마늘 등의 갖은 양념의 기계적인 조화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취나물을 재배하기 위해 수고하고 애쓰신 너희 마을 농부들의 땀과 취나물이 자라온 마을 뒷산의 흙과, 그리고 하늘의 햇볕과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마침내 우리 생명을 살리는 하나의 맛있는 음식이 탄생된다는 것이다. 너무 거창한 주장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매일 먹으면서, 우리 생명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곡식 한 알에는 바로 흙의 기운과 하늘의 햇볕과 농부들의 땀이 함께 어우러져 나온 참으로 거룩함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곡식은 하나님의 축복과 자연의 기운과 농부의 땀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생명은 살아있는 생명을 먹음으로 생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순웅아! 요즘 사람들은 모두 흙에서 자란 음식, 하늘의 햇볕을 받아 싱싱한 음식, 우리 농부들의 정성과 땀으로 얻어진 음식보다는 검은 기계를 통해 만들어진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구나.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 생명이 없는 기계에 의해 부속품처럼 만들어진 음식을 통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난 알 수가 없다. 기계에 의해 가공된 음식,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음식, 우리의 정신까지도 마비시키는 음식이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 먹는 먹거리라 할 수 있겠니.

거리에 나가보면 젊은 청소년들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인스턴트 식품, 정신까지도 마비시키는 청량음료, 플라스틱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있는 죽어있는 음식에 자신의 생명을 내맡기고 있다. 생명은 살아있는 생명을 먹음으로 생명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생명을 함께 나눔으로 생명이라 할 수 있다고나 할까? 순웅아! 기계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된 음식을 먹고 자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나는 우리 인간들에게 느껴져야 하는 정겨움과 따스함, 생명력과 창조력이 고갈되어가고 있음을 보며,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계에 지배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시들어 가는 생명을 살릴 길은 '영성', '종교성'이라는 빛으로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다.

기계를 통해 나오는 편리함이 아니라 생명을 통해 살아오는 짙푸른 영성! 자본의 지폐 뭉치에서 나오는 희열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고 부정함으로써 나오는 종교성만이 오늘 문명의 검은 구름에 휩싸여 자기 자신도 모르게 질식되어가고 있는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는 그런 믿음 말이다.

이러한 생명의 영성은, 내가 지금 살고있는 문명의 때가 낀, 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살아나기보다는 일생을 흙을 통해 생명을 키우고 살려온 너의 마을 도천리 그 농부들과 너의 마을 앞에 맑게 흐르는 주천江과 언덕에 무수히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들을 통해서 살아나지 않을까?

이 땅의 농사꾼들이 바로 가장 신실한 사제들

이 땅에 생명을 살리는 농부들과 함께 사는 순웅아! 나는 이 땅에 하나님의 참된 일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교회 건물 안에서 교조화된 교리에 매여 세상의 논리로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교회 지도자라기보다는 저 들녘 이글거리는 태양 빛을 받으며 허리 굽혀 이 땅의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땀흘리는 농부들, 그들이 바로 우리 하나님께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자들이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참되고 신실한 사제들이다라는 믿음이 생기는구나.

이 땅의 농부들이 한 톨의 쌀을 키우고, 돼지를 기르고, 고추를 재배하는 것, 그 자체는 우리 하나님께 드리는 하나의 거룩한 예배이다. 우리의 생명을 살리고 지키고 보호하는 이가 가장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 아니고 누구이겠느냐. 바로 자신을 생명의 밥(요 6:35)이라 말씀하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몸을 바쳐 지키고 살리는 이 땅의 농사꾼들이 바로 가장 신실한 사제들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순웅아! 너는 지금 도천리 작은 시골 마을에 가서 성경의 지식을 전달하고, 하늘의 비밀을 알려주는 위엄 있는 하나님의 사제가 아니라, 오히려 네가 바로 하나님의 거룩한 집인 흙에 씨앗을 심고 자라나는 곡식을 돌보고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제(농사꾼)들을 섬기고 돌보는 종이 아닐까.

농사꾼의 자세로 교회를 섬기련다

주일마다 교회 건물 안에 갇혀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직의 가운을 입고 사랑의 주님, 생명의 주님을 부르짖는 사제들이 참으로 너희 마을 농부들의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고 지키려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너희 도천리 농사꾼의 자세로 교회를 섬기고 주님의 일을 했더라면, 오늘날 우리의 교회는 이렇게 하늘 아버지와 멀리 떨어져있지는 않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일어나는구나.

순웅아! 우리의 목회는 이 땅의 농사꾼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목회! 생명을 살리고 지키고 살찌게 하려고 저 들녘에서 삽과 괭이로 하늘 아버지를 가장 잘 섬기는, 이 땅에서 가장 신실하고 거룩한 농사꾼들을 섬기는 목회를 할 수만 있다면 너와 내가 가는 이 길이 그저 막막하고 절망적이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이 너의 모습을 통해 일어나는구나.

취나물을 기르고, 메주를 찧고, 옥수수를 따기가 힘들지는 않니? 어느덧 너도 그 거만한 사제의 가운을 벗어 던지고 농사꾼이 다 되었구나. 사랑하는 아내와 '사량'이와 '주희'와 함께 너의 마을 농사꾼의 마음으로 그들을 섬기는 목회를 하는 너희 땀방울 속에서 생명으로 이 땅에 오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 같아 신바람이 나는구나.

마을 전체가 섬기고 목회하는 교회

순웅아! 지금 너의 생명력있는 목회를 통해서 나는 도천교회라는 건물만이 네가 섬기는 교회가 아니라 바로 너희 마을 도천리가 바로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요, 하나님의 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는구나. 그래 우리의 교회는 사람만이 모이고, 사람만이 드리는 예배가 아니라 이 땅의 뭇 생명, 언덕 위에 핀 들꽃과 밤하늘의 별들과 새들의 맑은 노래가 있는 자연의 숨결과 너의 마을 신실한 농부들의 땀방울과 하늘 아버지의 생기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너희 마을 전체가 바로 네가 섬기고 목회하는 교회라는 사실이다.

지금 너는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은 한 생명"이라는 '한생명목회'를 몸소 실천하고 있구나. 그래 우리의 교회는 이제 돈으로 하늘의 낙원을 파는 자본주의 목회! 산업기계문명에 인간을 빼앗기고 생명을 버리는 반생명적 목회를 떨쳐버리고, 네가 지금 그 자그마한 도천리 시골 마을에 너희 마을 농부들과 함께 하는 '한 생명의 목회'가 죽임의 문명 한가운데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 한반도 산하에서 죽지 않는 생명력으로 살아나도록 너와 함께 땀흘리는 농사꾼의 목회를 하고 싶구나. 흙을 사랑하고 농부들을 섬기는 농사꾼 목사야!                      

취나물을 먹고 고마워하며 희동이가
채희동 (2001-04-28 오후 2: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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