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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숨막히는 시대!

北山편지채희동 채희동............... 조회 수 3043 추천 수 0 2003.03.21 10:39:54
.........
출처 :  
모든 생명에게는 틈이 벌어져야 한다

▲ (사진 김승범)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 틈 때문

사람은


새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김지하

아, 숨 막혀 죽겠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아, 숨막혀 죽겠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먹을 것도 넉넉하고 옷도 잘 차려있고 좋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답답할까?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자기를 조여오는 일, 생각, 환경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한마디로 숨막히는 삶의 현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그 사람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직종은 프리랜서라 한다. 어디에 구속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직업, 그것은 반대로 숨막히는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는 이중 삼중의 창문으로 안과 밖을 완전히 차단하고, 이것은 더 나아가 세상과의 단절이요, 이웃과 자연과의 단절이다. 이 아파트 안은 잘 꾸며져 있고 먹을 것이 넉넉하지만, 그러나 보이지 않게 밀려오는 숨막히는 환경은 더욱 현대인을 답답하게 만든다.
  
옛 사람들이 짚을 썰어 흙 반죽한 흙벽돌로 집을 지어 숨구멍을 만들어 놓고, 창호지에 침을 발라 숨구멍을 열어 놓고 살았던 것과는 달리 현대인은 숨쉴 구멍이 없다.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넥타이를 맨 정장이 가장 예의 갖춘 옷이라 하지만, 이 양복에는 숨구멍이 없다. 빈틈이 없이 우리 몸을 동여매고 숨쉴 자리를 막아 놓았다. 청바지가 그렇고 쫄티라는 것이 그렇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나 넉넉한 옷, 몸도 숨을 쉴 수 있도록 옷과 몸의 틈을 여유 있는게 벌여 놓았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이 제 숨을 다 쉴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입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가만히 보자. 가공식품은 모두가 음식의 변색을 막는다는 이유로 캔이나, 코팅비닐 같은 것으로 공기를 빼내고, 숨구멍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살아있는 먹을거리는 모두 숨을 쉬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밥상 위에 놓여있는 우리의 먹을거리는 모두 죽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를 흔히 경쟁사회라고 말한다. 경쟁은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냉혹한 생존 경쟁이다. 내가 틈이 조금 벌어져 약점을 노출시키면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먹히고 마는 것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이다.
  
빈틈으로

아, 숨막히는 시대, 이 답답한 시절에 시인은 틈을 조금 벌리라고 말한다. 틈만 벌리면 그 안에 바람 불고, 그리움이 일고, 사랑이 다가온다고. 그러면 내 생명이 살 수 있다고. 빈틈으로 꽃샘 분다고. 숨막힌 아파트 공간에도 틈만 벌려 준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에도 꽃눈이 튼다고.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

우리 어머니는 19세에 시집오셔서 25세부터 장사를 하셨다. 처음에는 3평 짜리 가게에서 쌀장사를 시작하셨고, 지금은 10평 짜리 슈퍼마켙을 운영해 오시다가 올해 7월로 그만 두셨다. 올해 65세이신 어머니는 40년을 넘게 장사를 해 오신 것이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새벽예배에 다녀오시고 시작된 장사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가게문을 닫고 마치게 된다. 4시간도 채 되지 못하는 취침 시간에, 제 때 식사는 고사하고 어디 한번 마음 편하게 밖을 다녀 보지 못하셨다.  
  
내가 어릴 적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나에게 가게를 맡겨 주시고, 어딘 가를 가곤 하셨다. 그것은 집 뒤에 있는 밭이다. 400여 평되는 밭에 나아가 호미질을 하며 밭일을 하고 돌아오곤 하셨는데, 밭에만 다녀오시면 싱글벙글이시다. 가게일도 바쁘신데, 밭일까지 힘들지 않으시냐고 하시면, 어머니는 밭일하며 얻은 힘으로 가게일을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밭으로 달려 가셨다. 10평 짜리 좁은 가게에 갇혀 일생을 살으셨던 어머니를 오늘날까지 살게 하셨던 것은 바로 밭으로 달려가게 할 수 있었던 빈틈이다. 빈틈으로 숨도 쉬고, 빈틈으로 바람도 맞으시고, 빈틈으로 세상도 보시고, 그 빈틈으로 당신을 살려내신 것이다.

또 때로는 봄여름가을 집 뒤뜰에 있는 텃밭에 이것저것 심으시더니, 그 바쁜 가게 일 중에도 꽃밭을 가꾸시고, 장미, 국화, 백합화, 채송화를 기르며 당신의 틈을 만드셨다. 우리 어머니께서 숨막힌 좁은 가게 방에서 갇혀 있으면서도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빈틈을 가지고 사셨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에게는 틈이 벌어져야 한다. 흙 속에는 아주 자그만 틈들이 있어 그 속에 바람도 들고 물도 스며들고, 해서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가 되어 열매가 맺는 것이다. 감옥과 같은 절망의 공간에서도 빈틈만 있다면 자그만 씨앗이 떨어져 꽃을 피워낸다.

이것처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빈틈이 있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너무 완벽하거나 서로에 대하여 너무 철저하면 그 부부의 애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잉꼬부부란 서로의 잘잘못을 덮어주기도 하고 눈감아주기도 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사는 부부이다. 부부 사이에 어느 정도 틈이 있어야 약간의 긴장감도 있을뿐더러, 더 사랑스러운 법이다.

갇힌 삶에도 봄이 오는 것은

인은 70년대에는 저항시인으로, 80년대는 생명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칠흑 같은 어둠의 역사 한가운데인 70년대를 감옥에서 보내면서 저항시인에서 생명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배경을 그의 감옥체험에서 들고 있다. 수년 동안 독방에서 홀로 감옥 벽만을 바라보고 살아 온 그는 소위 벽면증에 걸려 정신이상증세를 일으키고,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게 되었다. 감옥이란 곳은 빈틈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는 어느 인간도 온전할 수 없다.

그런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감옥 창살 틈에 파란 새싹을 틔운 민들레 잎을 보고,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고 난 뒤였다고 한다. 도저히 생명이 살아날 수 없는 감옥의 창살에 자그만 틈을 비집고 생명을 잉태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저 위대한 민들레꽃을 통해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감옥에서 죽음을 경험한 시인 김지하가 살아날 수 있었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 틈 때문

사람은


생명은 틈이다. 사람은 틈이다. 틈이 있어야 생명이다. 빈틈없는 인간, 그는 살아있다 말할 수 없다. 빈틈없는 사회, 그 사회는 죽어 있는 사회이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빈틈없는 관계를 원한다. 내가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서 우리는 여유, 틈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부부 관계, 친구 관계도 서로를 소유의 관계로 보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

교회도 신앙인들로 하여금 교리나 교회 제도에 매여 놓고 빈틈없는 신앙생활을 요구한다. 그러나 교리에 얽어 놓고 그 율법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 참다운 신앙인가?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는데 하나는 바리새파 사람이고, 또 하나는 세리이다. 바리새파 사람은 말한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욕심이 많거나 부정직하거나 음탕하지 않을뿐더러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하나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이 둘 중에 누가 구원받을 자인가?
  
오늘날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세리가 아니라 바리새파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는 오늘날 교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완벽하게 빈틈없이 행한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님은 “잘 들어라. 하나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 간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하고 말씀하셨다.
  
누가 참 그리스도인인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자인가? 교리에 충실한 자인가? 오히려 세리, 창기일지라도 그 심령이 가난한 자가 천국을 소유할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셨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곧 마음이 비어있는 자이다. 마음이 가난하기에 자기의 잘못을 참회할 줄 알고, 마음이 비어있기에 욕심이 없으며, 마음이 가난하기에 청결할 수 있는 것이다. 세리는 비록 세상적으로는 빈틈이 많은 자이지만, 자기의 죄를 회개할 수 있는 마음의 가난함이 있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새 일은, 새로운 것은, 새로운 생명은 큼에서 벌어진다고.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틈이 있어야 자기 속에 있는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틈이 있어야 밖의 신선한 것을 안으로 넣을 수 있는 법. 새로운 것은 언제나 틈에서 벌어진다.

나와 너를 벌려 틈을 벌리고, 지역과 지역이 틈을 벌리고, 사람과 자연이 틈을 벌리고, 사람과 하나님이 틈을 벌려 그물망을 이루면, 그 속에서 너와 나의 사랑이, 너와 나의 그리움이, 너와 나의 손길이 맞다 새로운 일, 새로운 세상, 새로운 종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으리라. 생명은 언제나 틈에서 잉태하는 것을, 그래서 나는 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서 나는 다시 빈틈을 노래한다.

  빈틈을 타고
  
  ‘틈을 보이지 마’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틈만 보여도
  금방 내 온몸의 진액을 빨아먹을 것만 같은
  빈틈없는 세상에서
  빈틈을 만들자

  나도 빠져나가고
  너도 들어 올 수 있는
  빈틈을 만들자
  
  좀 못생겼음 어때,
  멍청하게 보이면 어때,
  실없는 놈이란 소리도 좋다
  내가 열어놓은 빈틈,
  그 빈틈을 타고
  너와 내가 들고 날고
  그 빈틈을 타고
  뭇 생명이
  숨을 쉬고
  그 빈틈으로
  성령의 바람은 불어온다.(채희동)
채희동 (2001-05-21 오후 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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