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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하나님도 흔들리셨다

北山편지채희동 채희동............... 조회 수 2915 추천 수 0 2003.03.21 10:41:16
.........
출처 :  
하나님은 지금도 노아 때처럼 흔들리고 계실지 모른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생명은 흔들림이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죽어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흔들림 속에서 살아간다. 언덕 위에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그 빛나는 꽃에 흔들린다. 나를 바라보는 민들레도 그 잎파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나를 맞이한다. 이것이 생명의 교감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무치게 사랑한다면 내 마음은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흔들린다. 그러다가 그 사랑이 내 곁에서 떠나가고, 그 사랑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 커다란 풍랑을 만난 듯 내 마음은 거세게 흔들린다.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노래한다. 우리는 달콤한 사랑의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흔드는 것은 밖에서 밀려오는 세상의 세파이다. 우리의 마음을 가만 두지 않고 마구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를 비바람 몰아치는 세상 한가운데로 몰아 놓고 그 비바람에 젖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인생 길에 불어오는 이 비바람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랴.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비바람이요, 그 비바람을 맞으며 사는 것이 인생인데. 그렇다. 시인이 부른 노래처럼 인생은 비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는 것, 그 모진 비바람 속에서 때론 몸을 가눌 수 없는 흔들림을 견디어 내면서, 때론 봄바람처럼 향긋한 꽃바람에 취하기도 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인생인데.

하나님도 흔들리셨다

하나님도 흔들리셨다. 그것은 하나님은 살아 계신 분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당신이 창조하신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시기에 참 좋았다"고 스스로 감탄하셨지만, 사람을 흙으로 빚으신 후에 하나님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셨다. 당신의 뜻대로 사람들이 잘 살아 줄줄 알았는데, 그것과는 달리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자기의 뜻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하나님은 당신이 사람을 만드신 것에 여러 번 후회하시는 모습에서 당신이 흔들리고 계심을 보여 주신다. 마침내 하나님은 노아를 통해 새 사람, 새로운 세계를 회복하려고 결단을 내리신다. 큰물을 내어 이전의 그릇된 세상을 없애버리고, 오물덩이와 같은 사람들을 쓸어버리고,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새 세상을 만드시려 한다.
  
그러나 그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비바람이 몰아치고, 사람의 욕심과 이기가 비바람이 되어 사람을 해치고, 고통을 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있는 곳 어디에나 자연은 파괴되고, 사람의 오만으로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하나님은 지금도 노아 때처럼 흔들리고 계실지 모른다. 가증스럽고 오만한 사람들을 더 큰 비바람을 내려 다시 쓸어버리고 싶어하실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은 흔들리며 흔들리며 살아가는 저 가련한 인간들에게, 비바람에 젖어 용기 잃고 쓰러져 있는 인간들에게 하늘의 은총을 아끼지 않으시고, 마침내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 주셨다.

십자가의 흔들림 속에서 부활의 꽃을 피우신 예수

하나님은 예수의 흔들림을 통해 '인생은 그래 그래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 가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신다. 하나님의 뜻을 감당할 수 없음에 예수는 얼마나 많이 흔들렸을까. 할 수만 있다면 내게서 이 쓴잔을 거두어 달라고 하늘 아버지께 애원했던 예수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비바람 맞으며 괴로워했을까.
  
가엾고 눈물로 가득 찬 갈릴리 해변가에서 비바람과 세상 한파에 흔들리며 사는 저 민중들을 보면서 예수는 그 흔들림을 바로 세우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으리라. 십자가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달려 있으면서도 예수는 흔들렸으리라.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가는 그 순간까지 예수는 흔들렸으리라. 비틀비틀 십자가를 지고 흔들리며 걸어가면서, 비바람에 온몸 젖어 쓰러지면서도 오직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그 줄기를 곧게 세우고 걸었던 예수.
  
마침내 십자가의 흔들림 속에서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세상에 내어놓음으로 부활의 꽃을 피웠던 예수. 비바람의 흔들림에도 젖은 줄기를 다시 곧게 세우고 봄날에 한 송이 꽃을 피웠던 이 땅의 무수히 많은 들꽃들처럼 예수는 인생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고 십자가에서 보여 주셨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꽃이 아니라고, 십자가의 흔들림 없이는 부활의 꽃은 피울 수 없다고 예수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채희동 (2001-05-31 오전 1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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