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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침묵이 말하게 하라

수도관상피정 최대형............... 조회 수 3028 추천 수 0 2003.06.24 00: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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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성과의 대화 - 주간기독교-   통권 1508 호  

침묵이 말하게 하라

산업 성장 지표
지난 60년대의 산업 사회에서는 생산성을 매우 중요시했다. 산업체에서 품질관리의 슬로건은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였다. 시장 경쟁의 원리 중 세 가지 요소에서 어느 것이라도 뒤지면, 그 공장은 문을 닫게 마련이었다. 외국에서 고급 기술을 도입하고, 최첨단 생산시설을 들여와서 매출과 이익을 올리고 사업의 영역을 넓혀 갔다.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던 ‘목표관리’ 기법을 주요 경영 기법으로 도입 적용하여 기계나 사람을 동일시하여 몰아쳤다.

한편,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경쟁 원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차별화를 이루거나 탁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 잘, 더 싸게, 더 빨리”는 필수적인 생존의 요소와 원리다. 그러기 위해서 제품이나 공정에 사용하던 품질관리를 사람에도 적용하여 넓은 의미의 품질관리를 “토털 품질 관리”(TQC)라고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품질향상과 경쟁적인 차별화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대내적으로 생산성이나, 대외적인 차별화는 의미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 동안 생산자 중심이었던 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었다. 따라서 80년대부터 고객만족 경영기법이 도입되었다. 이 경영기법에는 소비자 심리학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나라 교회와 우리들이 사는 사회는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된다. 대부분의 교회도 지난 날의 격변했던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그와 비슷한 양상을 띠며 성장해 왔다. 교회 성장 지표는 교인의 수, 헌금의 액수, 교회 건물의 규모로써 결정된다. 큰 교회로 성장하는 것이 바로 정통의 교회,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교회라는 지표가 된다. 그 교회를 맡은 이는 신적 권능이 탁월하다고 추앙 받으며 목회 성공자라고 존경받는다. 그래서 대부분은 큰 교회를 담임하기 원한다.

문화가 발(發)하는 소리
우리가 사는 문화는 우리들 각자의 귀에다 대고 “더 잘,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라고 속삭인다. 이 속삭임을 ‘문화의 소음’이라 한다. 이 소음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다. 소음으로 인해 경쟁적으로 봉사하고, 헌금 액수를 정하고, 더 빨리 장로, 권사, 집사가 되려고 한다. 남과의 차별화를 내기 위해서 방언도 해야 하며, 성경도 많이 암송해야 하며, 남보다 색다른 은사를 받고자 한다. 교회 직분은 사회 계급으로 조직화된 지 이미 오래다. 직위가 높은 자는 훌륭한 신심을 가진 자이며, 천국의 열쇠를 이미 거머쥔 자라고 여긴다. 그러나 실상 모두가 지쳐 있다.

우리 나라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교회도 급성장했다. 이제 우리 나라 인구의 25%에 육박한다고 통계에서 나타난다. 그 많은 교인들을 수용하려면 “더” 큰 교회가 필요하다. 그리고 “더” 많은 재정과, “더” 많은 헌금이 필요하고 헌금의 중요성을 “더” 열심히 설명해야 한다. 교인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 세분된 조직과 교역자가 필요하고, 신학교도 “더” 많이 세워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계급화 된 직분이 필요하다.

그러는 가운데 부실한 종교 교육으로 교회는 “더욱” 분열하고, 교회 안에서 “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영적인 목마름으로 유리(遊離)하는 교인의 수가 “더” 증가한다. 교회와 교회간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타교회에 다니는 교인들까지 유치하려고 “더” 열을 올린다. 교회 안에서는 직분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6세기의 루터가 다시 일어나 외칠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더”라는 현대 문명의 소음으로 인해 숨을 헐떡인다.

어떤 사람이 달리고 있다. 뛰는 것을 보고 누가 묻는다.
“왜 뛰어 갑니까?”
“나도 몰라요.”
달리는 사람에게 또 묻는다.
“어디로 뛰어갑니까?”
“몰라요.”

침묵이 발(發)하는 소리
멈추어야 산다.
“새벽 오히려 미명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 1:35).
주님의 공생애 사역은 매우 분주하고 바빴다. 주님은 성공적으로 공생애를 마감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없다는 것을 아셨을 것이다. 병든 자, 가난한 자, 소외받고 버림받은 자들을 모두 보살피기에는 하루가 너무나 짧다. 그러나 주님은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을 찾으셨다. 이 시간과 장소는 인간 중심의 삶을 멈추는 시간이다. 주님께 온전히 맡기는 시간이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라”(시 46:10). 침묵은 주님이 말씀하시도록 우리가 “가만히”(be still), 잠잠(潛潛)히 있는 것이다. 로욜라의 영신수련은 이를 두고 “하나님께 관대함”이라고 표현한다.

투수는 공을 던진 다음, 손에 파우더를 다시 바르고 자세를 다시 잡는다. 현미경을 보는 과학자는 다른 시편을 보기 위해서는 초점을 다시 맞춘다. 침묵은 신앙 태도를 재점검하는 것이며, 삶의 목적을 “재초점”하는 시간이다. 현대 신앙인들에게는 재초점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가 다시 지음받는(re-creation) 시간이다. 하나님의 능력으로써 변화되는 시간이다.
4세기의 사막 수도사들은 독거하는 움막에서 살았다. 영적 정진이 되지 않아서 사부를 찾아 조언을 부탁했다.

“분심이 되어서 기도를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부는 물끄러미 청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움막으로 돌아가라. 움막이 가르쳐 줄 것이네.”
그 움막에는 침묵만 있다. 우리는 침묵이 발(發)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가 침묵할 때 비로소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음성은 세미하게 들리기 때문에(왕상 19:12 참조) 침묵할 수밖에 없다. 침묵은 하나님 말씀을 들으려는 인간의 태도다. 바른 대화를 위해서 우선 경청해야 하듯이, 바른 기도를 하려면 우선 침묵해야 한다. 기독교 영성에서 구송(口誦) 기도나 통성 기도를 부인하거나 천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침묵 기도를 더 선호한다. 침묵은 신비의 창이며, 관상으로 들어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침묵 기도 훈련
침묵 기도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잡념이다. 이 때 마음은 나무 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는 원숭이와 같다고 하여 “원숭이 마음”(monkey mind)이라고 한다. 혹은 꿀을 부지런히 나르는 벌떼와 같이 윙윙거린다고 하여 “벌떼 마음”이라고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마치 코끼리 코가 흔들거리는 것과 같다고 하여 “코끼리 코”라고도 한다.
침묵하는 동안 분심이 오면 오는 대로 그냥 놔둔다(let it go). 관심을 가질수록 분심이 더 심해진다. 분심꺼리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되, 마음은 슬그머니 말씀으로 돌아간다. 마치 흔들리는 코끼리 코에 “공”을 쥐어주듯이, 마음이 말씀을 잡게 한다. 이러한 침묵 기도 방법을 집중(centering) 기도라 하며, 현대인의 관상기도라고 한다. 이 기도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처음 실천하는 자에게는 무미건조하다. 그러나 “침묵의 말”은 삶의 오아시스다.

최대형/ 은성출판사 대표 hermits@chol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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