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과 진흙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들은 말 중에
'우리나라 사람은 모래알이고 일본인은 진흙이다'라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래'처럼
단단하고 반짝거리나 그것은 아무리 모아놓아도 힘이 없지만,
일본 사람은 '진흙'처럼
겉으로 보기엔 약해 보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져
나중에는 돌맹이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일본보다 자질(資質)은 좋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성품들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 가장 큰 과제라는 것입니다.
몇 일 전 2010년 동계올림픽 장소가
최종 발표되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두 딸과 함께 TV를 통해 지켜보았지만...
결국 '벤쿠버'로 확정될 때 저는 왠지 모르게
자식들에게 죄책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뒷날부터 유치 실패에는 '누구' 때문이라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믿을 수 없는 그 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인 정황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어떻게 개인의 영달(榮達)을 위해 나라의 일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그 일과 정 반대(反對)되는
어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동두천에서 윤락여성들을 상대로
선교(宣敎)하시는 '다비타공동체' 전우섭 목사님인데,
몇 주전에 저는 그를 만나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라는
그의 책을 선물 받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미군에게 억울하게 희생된 '윤금이'사건 전말(顚末)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미국과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데모하는 그를 수 없이 탄압(彈壓)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억울하게 희생(犧牲)된 한 여자의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면서,
가해자인 어느 미군(美軍)을 기어이 법의 심판을
받게 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示威)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아 온
상인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항의(抗議)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 개인 '윤금이'도 중요하지만
체제(體制)에 반항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니요?'
'개인의 인권(人權)을 무시하는 체제가
어떻게 국민 개개인을 지켜줄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는 국가라는 체제보다도 한 개인의 인권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위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분명
한 개인(個人)의 일 때문에 국가(國家)라는 체제에 도전한 일입니다.
그러나 동기(動機)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 사람은 한 개인을
살리기 위해 국가에 대항(對抗)했던 것이고,
한 사람은 한 개인이
살기 위해 나라를 외면(外面)한 일입니다.
콜벅은 인간의 도덕(道德)발달을 6단계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1단계는 '벌(罰)과 상(狀)'의 수준으로
모든 윤리적 동기가 벌과 상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욕구(欲求)충족수단'으로
자신이나 타인의 필요나 욕구가 충족되면 선(善)이라는 개념입니다.
3단계는 '대인관계의 조화'의 단계요,
4,5 단계는 '법과질서 준수'로서의 도덕성이요,
마지막 6단계는 '우주적 도덕원리'로
사회와 국가의 차원을 넘어 모든 인류를 위해 행하는 일로
인류의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한 단계입니다.
'그'가 적어도 콜벅이 말하는 '어느' 단계만 되었어도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대(現代)인들은 사회과학이나 예술문화 영역에서는
이전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지만,
'도덕발달'은 오히려 이전보다 몇 단계 떨어져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弱點)은
너무나 똑똑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똑똑은 '헛똑똑'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그 '똑똑'때문에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망각(妄覺)해 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지금 자신(自身) 외에는
내 이웃이 도무지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Richard Tatlock은 '나의 아버지'라는 저서에서
'지옥이란 이웃과 교제(交際)가 불가능한자들의 영원한 상태'
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대 사람들은 리차드가 말한 대로
다른 모든 것을 다 갖고있을지 몰라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이웃'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봅니다.
정말 그 분 때문에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것인가
......
이번 유치 실패에는 다른
한계(限界)들도 많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핵 문제 등 여러 악재 속에서
세계스포츠무대라는 '힘의 논리'에도 밀렸고,
또 강원도 작은 마을 '평창'이 시설 인프라에서
경쟁 도시를 따라잡기에는
힘에 부쳤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연유(緣由)가 되었든 간데
이번 일로 인하여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인지(認知)도를 높여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을 남겼습니다.
불과 한 두 세기 전 만해도
바닷가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모래알처럼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었던 보잘것없는
우리들이었지만...
당신께서는 그런 우리를 들어서
아브라함에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여주시면서,
'내가 저 별들처럼
너를 기억하고 너를 귀히 사용하여 번성케 하리라'
고 하셨던 것처럼...
지금 이런 모습일지라도 만방가운데
드러나게 하심이 얼마나 감사한 일 인지요...
모래알 같은 이 민족을
기억하소서
...
2003년 7월 14일 월요일 강릉에서 피러한이 드립니다.
[경포호수]피러한카페 [라미님카페]경포호수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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