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작년 태풍 루사 때문에 새 집을 지은 어느 교우가정을
심방하고 다녀오다가 차가 길 옆 논두렁에
빠졌습니다.
뒷바퀴는 계속 헛돌기만 하고 스스로 나올 수가 없어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렉카차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수렁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성도님과 점심 약속한 장소를 찾아가다가 급한 마음으로
가로질러 가겠다고 처음 가는 길을 가다가
이번에는 진흙탕 속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금 전 차를 끌어주었던 보험회사에서 확인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차 이용하시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예..."
"다음에 또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전화 주십시오!"
"예..."
지금 제 차가 진흙탕 속에 또 빠져 꼼짝하지 못하고 있지만
5분만에 또 다시 부르기가 미안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같은 날 두 번이나 빠지자 오기(傲氣)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결심과는 상관없이
바퀴는 흙에 미끄러져 계속 헛돌고 있을 때 어디선가
구세주(救世主)가 나타났습니다.
저의 이러한 난처한 모습을
어떤 차가 길 건너편에서 보고서 일부러 저 있는 쪽으로
와서 제 차를 쇠줄로 묶어서 빼주었던 것입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렇게 진흙탕에 차가 빠져본 사람도 드물 겁니다. -.-
저는 진흙탕 속에 빠진 차(車)를 바라보며
중독(中毒)에 빠진 사람들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경기(景氣)가 어려워서 그런지
도박중독, 인터넷중독, 쇼핑중독, 성(性)중독 등
한 두 가지 어떤 일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독은 이제 국민적 과제(課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중독이 무엇인지 알고
빠진 사람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파멸(破滅)의 바다에 빠졌을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주민들의 단식과 시위덕분으로
정선에 카지노가 유치되었을 때 사람들은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카지노는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은커녕 도박중독자로만 만들었습니다.
한 평생 성실(誠實)하게 일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일에서 손을 놓고 대박 인생만을 꿈꾸는
몽상가(夢想家)들이 되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약물 중독 때문에
교도소를 네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고치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
중독은 그렇게 한 번 빠지면 진흙탕에 빠진 제 차(車)처럼
혼자 힘으로는 벗어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모양입니다.
어느 책에 보니까 필로폰 투입 후의 기분은
부부생활 할 때의 느낌보다
몇 천 배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단 한 대를 맞는 순간에
그 사람은 평생 그 마약에 노예(奴隸)가 된다는 것입니다.
중독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普遍的)인 중독은
역시 인터넷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최강국이 된 것은 마치 매우
자랑스러운 일처럼 보이나
그 실상은 어디까지나 '빛 좋은 개살구'이고,
'상처뿐인 영광'입니다.
검색내용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온라인 게임, 채팅, 음란물 보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양(量)으로 따지면 세계 최강이지만,
질(質)로 따진다면 인터넷을 가장 나쁘게 사용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경포해수욕장 안내 광고판에 보니까
'푸른 꿈은 이루어집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시적(詩的)으로 적혀 있어서
저는 그것을 '좋은 꿈은 이루어집니다.'라고 잘못 볼 정도였습니다.
어찌되었든 푸른 꿈이든 좋은 꿈이든 심지어 나쁜 꿈까지도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왜냐하면 꿈의 실체(實體)는 생각에 있는데
어떤 사람이든지 계속 어떤 생각에 몰두하다보면
그 일에 에너지가 모아지면서 결국은
자신이 평소 생각한 것이 성취(成就)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갈구(渴求)하는 것을 사랑하고
가장 즐거워하는 것에 애착심(愛着心)을 가지면
그것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독(中毒)이란 오직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일들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중독된 사람들의 특징은 오매불망(寤寐不忘)이란 말처럼
자나깨나 어느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생각하는 그 '파랑새'가 없이는
한 시도 살 수 없다는 금단현상이 오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중독이란 말에는 '동의(同意)하다', '양도하다', '굴복하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노예(奴隸)처럼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주인에게 의탁하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자기(自己)가 없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거룩한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있지만 멈추질 못합니다.
그것이 어찌 인터넷이나 도박 그리고 약물에만
극한(極限) 되겠습니까...
인간관계에서도
수많은 일상적인 일속에서도
그리고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도 우리는 중독자처럼
자신의 결단과는 상관없이
동의하고 양도하고 굴복해 버리고 맙니다.
주여,
저도 중독자처럼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나 관계 속에서
노예처럼
끌려 다닐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제게 믿음을 주소서...
그리하여 저의 거룩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소서
주여,
저도 중독자처럼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제게 믿음을 주소서...
그리하여 제게 맡긴 주신 소중한 사역들을
잘 감당하게 하소서
2003년 7월 28일 강릉에서 피러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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