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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저에게 자비를 - 나웬의 자비를 구하는 외침

北山편지채희동 채희동............... 조회 수 3134 추천 수 0 2003.09.22 21: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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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비를 구하는 외침」(헨리 나웬 지음/김기석 옮김/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영성가 중의 한 사람인 헨리 나웬이 지은 기도문이다. 이 기도문은 저자인 나웬이 1979년 2월부터 8월까지 뉴욕 북부에 있는 제네시 수도원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명상과 기도로 얻어진 것이다. 기도야말로 수도원에 머무는 단 하나의 이유임을 자각한 나웬은 그곳에서 하루에 하나 이상의 기도문을 쓰는 훈련을 했다.

자기 가슴 속에서 만난 하나님을 소박한 언어로 적어간 나웬의 기도문은 곧 흩어져버릴 뿐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서도 이내 사라져버리는 ‘말로 드리는 기도’보다 더욱 진실하게 하나님께 다가갈 수 있는 기도이다. 매일의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우리의 기도가 나웬의 ‘기도문 쓰기’처럼 하루하루 하나님과 나눈 대화를 종이에 적어가다 보면, 우리도 자신이 걸어가는 기도의 여정에 하나님이 함께 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도문에서 나웬은 ‘기도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기’를 보여준다. 기도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있는 동안 내가 드리는 기도는 나의 기도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성령께서 하시는 하나님의 기도가 된다. 내가 매일 드리는 기도가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의 기도라는 그의 깨달음은 우리를 더욱 깊은 영적 심연 속으로 인도한다.

나웬의 기도문은 우리의 서툴고 더듬거리는 기도이지만, 그 진실한 기도 속에서 함께 하시는 성령의 조용한 기도를 듣게 하고 느끼게 하며 깨닫게 해준다. 나웬은 이 기도문에서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욕망과 거짓, 위선, 분노, 색욕, 폭력, 질투, 두려움, 불안, 고통, 그로 인해 드러나는 죄책감 등을 담백하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기도문은 당대의 가장 뛰어난 영성가요, 학자이며 사제인 나웬 개인의 기도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는 나 자신의 기도요, 우리의 고백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기도문을 읽어가면서 어느덧 우리 자신의 기도가 되고, 그 기도를 통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웬의 기도는 수도원에서 빵을 굽고 그릇을 만들고 씨를 뿌리는 일상의 노동 안에서 드려지는 기도이다. 일상적인 삶에 구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드려지는 기도야말로 진실하며,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현존하심을 밝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골방에 갇혀 드려지는 기도는 진실한 기도가 될 수 없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과 더불어 평범하게 밥을 짓고 청소하며 씨앗을 뿌리며 땀흘려 노동하면서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참다운 기도인 것을 나웬은 보여주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를 특히 사랑했고 사막의 교부들의 고독과 평화의 영성을 깊이 깨달은 나웬은 무엇보다 강과 나무, 산과 골짜기, 새와 꽃들을 통해 들려지는 하나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 속에 깃들인 내밀하신 하나님을 느끼고 호흡했던 것이다.

더욱이 나웬은 사람은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흑인과 백인, 황인종과 홍인종, 농부와 교사, 수도자와 사업가 등으로 서로 나누고 분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의 피조물이며, 이 모든 피조물 속에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피조물간의 불평등과 부조화로 인해 야기된 인류의 전쟁과 폭력, 죽음과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평화의 주님이요, 화해의 주님 되시는 그리스도 예수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좋으신 주님,
이 땅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들을 깨우셔서
핵무기경쟁의 광기를 자각하게 해주십시오.
오늘 우리는 과거의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슬퍼합니다.
오 주님, 자기 파멸에 이르는 어리석은 경주를
그만 둘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날마다 가속화되는 군비개발이 결국은
그것을 사용할 기회를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해주십시오.
(중략)
왕과 대통령, 국회의원들과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선남선녀들에게
당당하게, 직접적으로, 확신에 차서, 정답게 말할 수 있는
새로운 예언자들을 보내 주십시오.
전쟁 대신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우리를 이끌어갈 예언자들을 말입니다.
주님, 서둘러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너무 늦지 마소서. 아멘. (113쪽)

나웬은 이렇게 인류 안에 끓고 있는 탐욕과 전쟁과 증오를 씻기 위해 거룩하신 주님의 자비하심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는 하나의 외침이 되어 이 시대에 가장 열정적인 예언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마침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을 간구한다.

증오가 물러가고,
상처입은 이들이 치유받고,
일치가 회복되는
새로운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십시오. (135쪽 중)

그러나 이 새로운 길은 세상에 있지 않으며 내 존재의 깊은 곳에 계신 성령을 발견하는 길이며, 모시는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내 안에 계신 성령을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내가 깨어 있고, 내가 자유로워짐으로 이 세상이 비로소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웬의 ‘자비를 구하는 외침’은 성령을 부르는 소리이며, 오직 성령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길만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됨을 말하고 있다.

주님의 성령이 내 존재의 깊은 곳에 들어올 때에만
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
즉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을 통해 사는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습니다. (109쪽 중)

이렇게 우리 마음의 평화와 인류의 평화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나웬의 기도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기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채희동 / <샘> 발행인. 목사
채희동 (2001-03-27 오전 10: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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