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
| 출처 : | 들꽃편지 제292호 읽을꺼리 |
|---|
칼 럼
이현주 / 목사, 시인
쌀 한 톨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이렇게 물으면 배운 사람들은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대답에 견주면 격이 다릅니다.
"쌀 한 톨에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들어 있느니라."
하늘, 땅이 들어 있고 사람이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마땅한 대답입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가 없다면, 땅에서 솟구치는 물과 흙의 기운이 없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부의 수고가 없다면, 어떻게 쌀 한 톨이 우리 입으로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밥을 먹는다는 것은 하늘, 땅을 모시고 땀 흘린 농부의 수고를 받아먹는 것입니다. 어찌 밥알 하나를 함부로 흘리고 버릴 수 있겠습니까? 민망스런 말씀입니다만 환경운동을 한다는 이들 가운데도 아직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 가끔 있더군요.
산 속 작은 암자에 노인 스님 한 분이 어린 동자승 하나 데리고 살았습니다. 물론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은 동자승 몫이었지요. 하루는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조금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습니다.
"얘, 아무개야. 오늘 저녁 나는 밥 아니 먹을란다. 그러니 네 밥만 해서 먹고 치워라."
동자승은 스님이 배탈이라도 나셨나보다 생각하고 혼자서 밥을 해 먹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도 노스님은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도 안 먹겠다. 너 혼자 먹어라."
그날 저녁에도, 이튿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에도, 동자승은 혼자서 밥을 먹었습니다. 노스님이 배탈이 나도 아주 많이 나셨나보다, 생각했지요. 그렇게 닷새나 굶으신 노스님이 엿새째 되는 날 아침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나도 밥 먹을 수 있겠다. 내 밥도 하거라."
그래서 동자승은 오랜만에 노스님과 함께 맛있는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다 먹고나서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아무개야. 그동안 내가 왜 밥을 안 먹었는지 아느냐?"
"배탈 나신 게 아닙니까?"
"아니다."
"그럼, 왜 안 드셨나요?"
"이리 오너라."
노스님이 동자승을 데리고 구정물 버리는 수채로 갑니다.
"여기 이 자리, 허연 밥덩어리가 구정물 속에 잠겨 있었다."
"……?"
"이놈, 아무개야! 네가 버린 부처님들이 구정물에 빠져 계시는데 내가 어찌 밥을 먹을 수 있겠느냐? 다행하게도 오늘 아침에 보니 어제까지 남아있던 밥알들이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더구나. 새들이 공양을 했는지 땅 속으로 스며들었는지 모르겠으니, 부처님들이 모두 당신들 갈 곳으로 가신 모양이니 내가 밥을 다시 먹기로 한 것이다!"
그 뒤로 동자승이 밥을 어떻게 모셨겠는지는 여러분 상상에 맡깁니다. 이 얘기는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동자승 본인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환속하여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그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유명한 경음악 평론가입니다.
거듭 민망한 말씀입니다만, 밥 한 그릇 종이 한 장의 무게를 우습게 아는 활동가들이 적잖게 있더군요. 내 눈에는 그들과 그들의 말과 그들의 운동이 오히려 우습게 보입니다.♣
이현주 / 목사, 시인
쌀 한 톨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이렇게 물으면 배운 사람들은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대답에 견주면 격이 다릅니다.
"쌀 한 톨에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들어 있느니라."
하늘, 땅이 들어 있고 사람이 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참으로 마땅한 대답입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가 없다면, 땅에서 솟구치는 물과 흙의 기운이 없다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부의 수고가 없다면, 어떻게 쌀 한 톨이 우리 입으로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밥을 먹는다는 것은 하늘, 땅을 모시고 땀 흘린 농부의 수고를 받아먹는 것입니다. 어찌 밥알 하나를 함부로 흘리고 버릴 수 있겠습니까? 민망스런 말씀입니다만 환경운동을 한다는 이들 가운데도 아직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 가끔 있더군요.
산 속 작은 암자에 노인 스님 한 분이 어린 동자승 하나 데리고 살았습니다. 물론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은 동자승 몫이었지요. 하루는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조금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습니다.
"얘, 아무개야. 오늘 저녁 나는 밥 아니 먹을란다. 그러니 네 밥만 해서 먹고 치워라."
동자승은 스님이 배탈이라도 나셨나보다 생각하고 혼자서 밥을 해 먹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도 노스님은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도 안 먹겠다. 너 혼자 먹어라."
그날 저녁에도, 이튿날, 그 다음날, 또 그 다음날에도, 동자승은 혼자서 밥을 먹었습니다. 노스님이 배탈이 나도 아주 많이 나셨나보다, 생각했지요. 그렇게 닷새나 굶으신 노스님이 엿새째 되는 날 아침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아침은 나도 밥 먹을 수 있겠다. 내 밥도 하거라."
그래서 동자승은 오랜만에 노스님과 함께 맛있는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다 먹고나서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말했습니다.
"아무개야. 그동안 내가 왜 밥을 안 먹었는지 아느냐?"
"배탈 나신 게 아닙니까?"
"아니다."
"그럼, 왜 안 드셨나요?"
"이리 오너라."
노스님이 동자승을 데리고 구정물 버리는 수채로 갑니다.
"여기 이 자리, 허연 밥덩어리가 구정물 속에 잠겨 있었다."
"……?"
"이놈, 아무개야! 네가 버린 부처님들이 구정물에 빠져 계시는데 내가 어찌 밥을 먹을 수 있겠느냐? 다행하게도 오늘 아침에 보니 어제까지 남아있던 밥알들이 모두 사라져 보이지 않더구나. 새들이 공양을 했는지 땅 속으로 스며들었는지 모르겠으니, 부처님들이 모두 당신들 갈 곳으로 가신 모양이니 내가 밥을 다시 먹기로 한 것이다!"
그 뒤로 동자승이 밥을 어떻게 모셨겠는지는 여러분 상상에 맡깁니다. 이 얘기는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동자승 본인한테서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환속하여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그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유명한 경음악 평론가입니다.
거듭 민망한 말씀입니다만, 밥 한 그릇 종이 한 장의 무게를 우습게 아는 활동가들이 적잖게 있더군요. 내 눈에는 그들과 그들의 말과 그들의 운동이 오히려 우습게 보입니다.♣
|
|
혹 글을 퍼오실 때는 경로 (url)까지 함께 퍼와서 올려 주세요 |
|
자료를 올릴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세요. 이단 자료는 통보 없이 즉시 삭제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