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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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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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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njoy.co.kr/rnews/pastorate-1.asp?cnewsDay=20021202&cnewsID=6▲너는 알겠지, 사과가 되지 못한 꽃 사과야.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영성마당 / 빚은 빛이다
아무도 따 가지 않은
꽃 사과야,
너도 나처럼 빚 갚으며 살고 있구나.
햇살과 바람에 붉은 살 도로 내주며
겨우내 시들어 가는구나.
월급 타서 빚 갚고
퇴직금 타서 빚 갚고
그러고도 빚이 남아 있다는 게
오늘은 웬일인지 마음 놓인다.
빚도 오래 두고 갚다보면
빛이 된다는 걸
우리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는 건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
너는 알겠지,
사과가 되지 못한 꽃 사과야.
그러고도 못다 갚으면
제 마른 육신을 남겨 두고 가면 되지
저기 좀 봐, 꽃 사과야.
하늘에 빚진 새가 날아가고 있어.
언덕에 빚진 눈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가고 있어.
- 나희덕
이 세상 살면서 빚지지 않고 사는 인생이 있을까. 나는 오늘 아침에 달콤한 포도를 먹으며 포도에게 또 빚을 졌다. 밥을 먹으며 밥에게 빚을 지고, 사과를 먹으며 사과에게 빚을 졌다. 내 얼굴이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나는 건 아마 가을 햇살에게 빚진 덕일 게다.
내가 이 만큼 자라고 살아있는 것은 어머니에게 빚진 덕이요, 아버지에게 빚진 덕이다. 오늘도 아내는 나를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이것저것 나를 챙겨준다. 아내에게 빚진 덕으로 오늘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나의 하루는 풀벌레, 가을 햇살, 바람과 구름, 물과 나무, 아내와 이웃집 할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빚을 지며 살아온 '빚진 하루'였다.
나는 단 한순간도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빚진 존재'다. 이렇게 하느님은 모든 생명을 서로에게 빚진 존재로 살아가도록 만드셨다. 우리는 아주 작은 미생물에서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작은 돌멩이에서 밤하늘 별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에게서 빚지며 사는 존재다.
철이 든다는 것은 "아, 내가 누군가에게 빚진 존재로 살아가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는 내 어머니, 아버지께 빚을 졌구나, 내 벗에게, 꽃과 바람에게, 하늘과 땅에게 오늘도 빚을 지며 살았구나, 이렇게 나는 매순간 빚을 지며 사는 존재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빚진 인생이라면 또한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할 존재다. 우리는 내가 받은 은혜, 내가 받은 사랑, 내가 먹는 밥, 내가 받은 빚을 도로 갚으며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은혜를 모르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 누구에게나 늘 빚진 마음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나누어주고 싶고,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그 빚을 갚으려는 마음이 있지 않는가. 어쩌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진 빚을 갚고자 하는 근원적 힘이 아닐까.
내가 가을 햇살을 받고 가을 산에 젖어들고 코스모스 길을 걸으며 내 마음이 맑아지고 깊어지고 그래서 눈물나게 고마운 것은, 저들에게 이렇게 내가 빚지며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래서 이 빚은 아름다운 빚이요, 저들과 내가 마침내 하나가 되게 하는 사랑의 빚, 은총의 빚, 황홀한 빚이다. 우리는 이 빚을 두고두고 갚아야 하고, 조금씩 갚아야 하고, 마음으로 사랑으로 갚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사랑할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이요, 아직 그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하기에 더 아름답게 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빚이 빛이 되는 세상,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남아 있는 빚에 감사하는 사람,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그래서 어머니에게 진 빚은 나의 빛이 되고, 온 우주 만물에게 내가 진 빚은 생명의 빛이 된다. 이렇게 그대와 나는, 우주와 나는 빚진 존재가 되어 빛이 되는 것이다.
우리 주님 예수님은 하늘 아버지께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마른 육신 십자가에 남겨 두고 홀로 가셨다. 오늘 우리는 우리 주님 예수님께 진 빚을 어찌 갚으며 살 것인가. 하늘에 빚진 새가 날아가듯, 빚진 나무가 붉게 단풍 물들듯, 오늘 빚진 우리도 사랑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 말이다.
채희동 목사 / 온양벧엘교회
채희동 (2002-12-02 오후 4: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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