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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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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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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njoy.co.kr/rnews/pastorate-1.asp?cnewsDay=20030129&cnewsID=2▲ⓒ뉴스앤조이 김승범
채희동의 <영성마당>, "내 안과 밖이 온전히 닦이기를..."
그릇을 닦으며
윤 미 라
어머니,
뚝배기의 속끓임을 닦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곡차곡
그릇을 포개 놓다가
보았어요.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주세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사람들은 생각한다. 사람은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존재라고. 그래서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며 자신의 앞모습을 가꾸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심지어 앞모습을 더 잘 꾸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오늘 시인은 설거지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것은 설거지를 해 놓고 보니 그릇의 뒤가 다른 그릇의 앞이었다는 사실을.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어쩌면 사람의 관계란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일보다는 나의 뒤와 너의 앞이 서로 포개져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머물던 자리에 누군가가 다시 찾아오고, 네가 서 있던 자리에 다시 내가 그 자리에 서게 되는 것. 그래서 앞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더
좋다.
우리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에게 뒷모습만 보여주셨다.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걸레질하고, 물긷고 밭 매고….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뒷모습이셨다. 어머니가 머문 뒷모습의 그 자리에서 오늘도 내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산다. 내 어머니가 아름다운 것은 앞모습이 아니라 어머니의 뒷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마음과 생활은 하나이다
어쩌면 그릇의 안은 우리 마음이요, 그릇의 뒤는 우리의 생활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릇의 안쪽(마음)을 잘 닦았다 하더라도 그릇 뒤쪽(생활)이 더러우면, 그 그릇(사람)은 제대로 닦았다 할 수 없다. 또 그릇의 뒤쪽을 잘 닦았다 하더라도 그릇의 안을 닦지 않았다면, 그 그릇은 온전히 닦아진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릇의 안과 밖은 하나요, 사람의 마음과 생활은 하나이다.
설거지를 끝낸 그릇을 다시 쓸 때까지 차곡차곡 포개 놓으면서 그릇 안 쪽에 다른 그릇의 바깥쪽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의 생활(그릇 뒤)이 내 마음(그릇의 안)과 만나 어머니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가족이란 그릇이 안과 밖이 서로 포개져 있듯이 부모와 자식, 형제와 형제, 이 모든 존재의 안과 밖이 서로 포개져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찌 가족뿐이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살림살이에는 그릇의 안(내 마음, 생각)으로만 살아갈 수 없고, 그릇의 안과 밖, 내 앞모습과 뒷모습, 내 마음과 생활이 함께 어우러져 다른 존재와 포개져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가족이요, 교회요, 민족이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믿음과 행함
기독교 신앙은 믿음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그릇의 안쪽(영혼)을 닦는 일에 관심한다. 그러나 그릇의 안쪽만 열심히 닦고 그릇의 뒤쪽(행함)이 더럽다면 그 믿음은 온전한 믿음이라 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안과 밖이 온전히 닦여진 존재이시다. 우리는 그 분과 내 존재가 포개지는 순간, 내 존재가 너무 더러워 감히 주님과 포개질 수 없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을 잘 닦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주님처럼 사랑으로 행하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온통 자신의 앞모습에만 관심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과 기독교인들은 오늘 시인의 노래처럼 내 뒷면을 닦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존재가 그릇이라면,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을 잘 닦는 일이 곧 내 마음을 닦는 일이요,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아 가는 일인 것을 깨달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채희동 (2003-01-30 오후 3: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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