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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필- 책대궐

목회독서교육 함동진............... 조회 수 3334 추천 수 0 2004.01.12 22: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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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04-01-12 08:25


신앙수필-책대궐

-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지저스작가회)

우리의 선조들이 애송하는 시편들을 정선하여 엮은 책이 있다. 이 책 추구집(推句集)에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 일일불독, 口中生荊棘 구중생형극)"라는 말이 있는데, 여순 감옥에 수감중인 안중근 의사께서 남기신 휘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 의사께서 남기신 말씀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떻든 간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꿀맛 같은 삶이요, 책만 바라다 봐도 흐뭇하고 행복에 겨워 포만감마저 느끼니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다. 만일 내게 책이 없다면 추구집의 싯귀처럼 입 속에 가시가 돋는 아픔으로 삶의 맛을 잃을 것은 물론이요, 십자가에 매어 달리신 그리스도의 고통과 같은 괴로움 속에 살게될 것이다.

나는 책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인류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책을 통하여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구원의 섭리를 배우게 되고, 그 밖의 많은 책들을 통하여 성현들과 그리고 온갖 분야의 위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된다. 그 뿐이랴 책은 지혜와 지식을 심어주는 위대한 스승이 되어주기도 하거니와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은 6·25전쟁 한해 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산기슭에 가게가 달린 세 칸 짜리 신축한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부친께서는 가족을 거느리고 40세가 가까워 오는 나이에 고학으로 만학을 하시면서 손수 새로 지으신 집이었다. 방이 두 개, 부엌 그리고 달아낸 상점으로 되어있는 조그마한 집이었는데, 그 중 방 한 칸을 부친의 서재로 사용하시었다. 서재의 서가에는 제법 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부친께서는 그 서재를 꾸며 놓은 후, 큰 기쁨과 보람으로 공부와 독서를 하시고 설교 준비를 하시었는데 불과 1년 남짓해서 6·25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가족들은 모든 것을 버려 둔 채 피난길을 떠나야만 했다.

부친께서는 서울이 수복될 무렵 국방부 정훈국 소속 기독교 선무원으로 종군하시었다. 그 자격으로 쉽게 한강 도강(渡江) 허가를 받아 수복된 서울의 도화동 집에 들렀었는데, 폭격과 포화로 파괴되어 기둥만 억지로 버티고 서있는 건물 속에서 찢겨진 신학서적 몇 권과, 앞 뒤 표지와 여러 페이지가 낙장 되고 먼지투성이가 된 초등학교 4-1학기 나의 전과 자습서 책, 그리고 찟기고 구멍 뚫린 사진 몇 장만을 겨우 찾아 들고 돌아오시었다.

부친께서는 신학교를 졸업하신 후 목회 활동을 하시면서 잦은 이사와 가난으로 그렇게 갖고싶으시던 서재를 한 번 더 차려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시고 말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책대궐(冊大闕)의 꿈을 심어준 사건이 하나 있었다. 6·25전쟁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51년 4월쯤 되는 봄, 피난지였던 고향을 떠나 광주시 방림동으로 옮겨와 살았는데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대궐 같은 큰 기와집이었다. 이 저택은 서병렬(徐炳烈)이라고 하는 목사님 댁이었는데 부친과 신학교 개설, 교회 설립 등의 관계로 교분이 있으신 분이었다.

서목사님의 댁에는 크나큰 서재에 천장부지로 틈도 없이 가득 채워진 책, 그리고 그 서재도 모자라 대청마루까지 듬뿍 쌓여있는 책 더미에 눈이 휘둥그래지고 감탄사와 함께 입이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그 후로부터 나는 책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게 되었고, 책대궐의 왕이 되고자 많은 꿈을 꾸며 살아오고 있다. 한창 나이 때에는 책을 사서 모으는 재미로 점심 끼니를 걸러도 배고픈 줄을 몰랐었다. 또 교통경비를 아껴서 가지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해 노량진에서 서울역까지, 원효로에서 남대문까지, 역촌동에서 서울역까지,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 먼 곳을 마다 않고 걸어서 다니었다. 그러다가 책 한 권을 사들면 어찌나 기쁘고 흐뭇했던지 마음마저 설레이기까지 했었다.

우리 집안은 착한 성품의 선비정신을 내림으로 물려받은 집안이었다. 나는 거기에다가 가난까지 물려받은 착하디착한 놈(?)으로 무능하기까지 해 오늘날까지 몫 돈 한 번 만져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나는 취직을 해 직장을 갖고 나서도 매일 책 사들이는 방법에만 몰두했었다. 아내는 방 한 칸도 제대로 없는 맨 주먹인 나에게 시집을 와서 곱디고운 시절 삯바느질로 가정경제를 꾸려 나아갔다.

나의 신혼 살림은 월세 집 또는 전세 집 단 칸 방으로 세가 싼 집만을 찾아 신물이 날 정도로 이사도 자주 다녔었다. 우리는 장롱이나 이불장 같은 가구도 없으면서 이삿짐은 꾀나 많았다. 이 모두가 책 보따리뿐이었다. 이사할 때마다 책을 가득 실은 손수레를 나는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밀며 옮겨 다녔었다. 책과 열애(熱愛)를 하는 남편 때문에 그렇게 고생을 했어도, 치미는 투기심을 잘 삭이면서 참고 견디어 주었다. 물론 원망스러움과 함께 밉살스럽기도 하였을 것이고, 나의 책대궐 아성(牙城)을 무너뜨리고 싶었겠지만······.

억척스런 아내 덕분에 내 집이라고 집 한 채를 마련하긴 했는데 전세방이 절반이나 들어 있는 것을 안고 샀기 때문에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도 서재(책대궐)를 제 격에 맞게 마련치 못하였다.

그러나 오늘도 책 사랑과 책 모으기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고, 여러 일간지의 신간안내 난과 전문 출판소식(안내)지를 탐독하며 서점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나의 서재는 옛날의 성채(城砦)처럼 옥탑에도, 천장 속에도, 다락에도, 아들아이 방에도, 딸아이 방에도, 주방에도, 나의 사무실에도, 지하실에도 틈새만 있으면 난공불락의 요새같이 꽂아 두거나 쌓아 나아간다. 책으로 쌓아 가는 성곽(城廓)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 될 것인지 끝도 없다.

나는 지금도 책대궐 속에서 책과 더불어 달콤한 밀월을 즐길 꿈을 꾸며 마음을 설레지만 아직 나의 책대궐은 미완성이다.

http://www.chtoday.co.kr/template/news_view.htm?code=lif&id=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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