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지난 주 어느 부부의 주례사를 준비하면서
제가 다시 결혼한 것처럼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구든 눈이 맞아 결혼을 할 때는
'나는 너 없이는 못 살아.'하는 마음이었는데,
얼마 안가서는 '나는 너 때문에 못 살아.'로 바뀝니다.
처음 순수했던 그 사랑은 어디 가고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 배우자와는 하지 않겠다.'
'능력이 된다면 혼자 사는 것도 좋아.'
'결혼 초기에 기선을 제압해야해.' 등의 사랑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갖고 살아가야만 한단 말인가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사랑만큼은 순수했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아름다운 사랑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메모해 놓았던 글을 다시 재편집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글을 이제 와서 보니
그 사랑의 진실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곧 그 순수함이란 철부지 때의 순간적인 고백이 아니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어느 때이든지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는 진리와 같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보니
그 사랑은 또한
그를 향한(HIM)사랑과 어쩜 이리도 똑같단 말인가요.
바로 이러한 순수한 사랑이 식어졌기 때문에
서로를 아프게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해도
제 머리 속에는 당신으로 가득 차있어 눈가에는
어느덧 또 젖어있답니다.
상대는 의문도 모른 채,
'어? 이 사람이 왜 나에게 저자세로 나오는 거야?...'
사랑하는 당신 때문에
저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도
바보가 되어가고 있고
또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해지고 있답니다.
저는 당신만 생각하면
세상 어떤 욕심도 다 사라지고,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가 않답니다.
그것은...
당신은 나에게 진주보다 더 소중한 존재이기에
당신만 소유할 수 있다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러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여자보다 늦게 철이 든다고 하지만
저는 인생의 모든 일들이 이다지도
늦게 철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제야 당신을 만났단 말인가요.
왜 이제야 이런 진실한 사랑을 느낀단 말인가요.
왜 이제야 시인(詩人)이 된단 말인가요.
눈만 감으면 당신이 그려집니다.
눈만 감으면 당신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눈만 감으면 나의 영혼은 벌써 당신께 날아가고 있답니다.
이제...
당신은 나의 새로운 힘이랍니다.
당신은 나의 새로운 꿈이랍니다.
당신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답니다.
아니...
당신은 이제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되었답니다.
그래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얼굴만 볼 수 있다면
당신의 웃음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하답니다.
내 자신도 놀란답니다.
내가 어느 때부터
이렇게 당신 앞에 어린아이가 되었는지요...
당신 앞에 나는 영원토록 그렇게
철부지가 되고싶답니다.
그래서 당신 품에 안기고 싶답니다.
내가 잠을 자도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짖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랑했던 그 사랑도
살면서 너무도 일상적인 모습으로 색이 바래지고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깊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로 그 내용을 저는
새 부부에게 권면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순수한 사랑이 변질되어 가는
첫 번째 원인은 요구하는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서로 간의 입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구원은 분명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전적인 그 분의 은혜였음에도,
우리는 언제나 상대에게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든 착시를 일으키게 한다는
'루빈의 컵'도 사실은 의식적으로 우리가 통일성과
연속성 그리고 유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자살한 선생님도 학생에게
꿀밤정도의 가벼운 체벌이었음에도 학생부모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해 괴로워하다가 그만 일을 낸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필요를 채우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그 일처럼 기분 좋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두 번째 이유는 조건적인 사랑 때문입니다.
결혼 전에는 여러 조건들을 따져보지만
결혼 후에는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할 일이지만 그 일은
어쩜 한낮 신화에 불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요구하려하고
또 자기 식의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조건 없는 사랑이란
길이와 너비 그리고 깊이와 높이를 측량할 수 없는
그 분의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믿어 주는 것입니다.
당신을 영원토록 사랑하길 원합니다
...
2004년 4월 11일 부활의 아침에 강릉에서 피러한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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