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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일등처럼 꼴찌에게도

경포호수가에서 피러한............... 조회 수 3279 추천 수 0 2004.09.12 15:19:16
.........
출처 :  



일등처럼 꼴찌에게도...


얼마 전 강릉 시에서 20명의 공무원을 뽑는데
만점이 50명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서
나는 숨이 멎는 듯 했다.

요즘엔 신문 보는 것이 두렵다.
취업이나 물가, 이혼이나 자살 등의 기사를 보면
약자들이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벅찬 곳이다.


가인 때부터 인간의 역사는 경쟁이었다.
일등이라는 명예와 함께
꼴찌라는 불명예는 어쩔 수 없이 공존하게 되었다.

물질만능의 소산인
일등지상주의 때문에 사람들은
일등 외에는 실패한 인생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일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꼼짝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어떤 재능도 무력화 시키고 존재 이유도 망각하게 한다.





올림픽조차 일등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은
아마 지구상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태극전사라고 부른다.
마치 전쟁터에서 싸우는 사람처럼 취급하기에
승자 아니면 패자밖에 없는 것이다.



박완서씨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에세이를 보면 작가는 마라톤 우승자를 보러 갔다가
이미 선두 그룹이 지나간 것을 알고 할 수 없이
뒤에 쳐진 선수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여태껏 그렇게 정직하고
또 고통스러운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선두그룹에서 한참이나 쳐진 그들은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뛰고
있는 그 모습에 감동이 되어 일등 보다 더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고 했다.





우리는 왜 선두에서 한참이나 쳐져있는
꼴찌들에게도 더 큰 박수를 쳐 주어야하는가.

그 이유는 첫째로
인생은 픽션이 아니라 실화이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슈퍼스타 감사용'영화는
언젠가 찾아올 인생의 역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꼴찌에게 왜 박수를 쳐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答)이다.

주인공 '감사용'은 볼품없는 사람이다.
그는 삼미철강 직장 야구팀에서는 이름을 날렸지만
외소한 키와 느린공으로 애당초 프로선수로는 불가능했지만

모(母) 회사 삼미 팀에 왼손잡이 투수가 없다고 해서
프로팀으로 파견근무 나갔던 선수였다.


통산 전적 1승 15패 1세이브.
그의 성적은 외모만큼이나 역시나 역시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사용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 영화는 픽션이 아니라 실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작가의 말대로
현실은 또ㅇ이요, 픽션은 황금이다.

‘원수를 사랑하라’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
나는 가끔 이 말들이 픽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인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알파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사랑해도
뒤로 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감사용은 당시 박철순 '20연승'의
제물에 불과했던 것처럼, 내 모든 헌신이 엉뚱한 사람의
배를 채우는 것이 현실이므로 먼저 선착했다고
교만해서도 안 되며 뒤에 있다고
좌절해서도 안 된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반전(反轉)될 수 없지만
적어도 그(HIM)는 이 모든 것을
아시고 계신다.





일등이 아니어도 박수를 쳐 주어야하는
두 번째 이유는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삶은
가치 있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승자도 패자도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이등 삼등 꼴등이 있기에 일등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은,
영원한 일등이 없는 것처럼 영원한 꼴등도 없기에
일등의 가치만큼 꼴등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과만큼 노력을
기울였던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장미란 선수가 은메달을 딴 뒤
오른 손을 들었을 때 핏자국이 선명한 손바닥을
보고서 사람들은 목이 메었다.

물집이 터져 피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던
그녀의 손바닥을 보면서 우리는 금메달보다
더 아름다운 은메달을 보았고 또
모나리자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





인생은 운명이 아니라 선택(選擇)이다.
되돌리는 없는 순간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가 인생을 떳떳하게 하며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했다면 등수 때문에 인생을
소진시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몇 일전 천양희의 ‘상실’이라는 시를 인용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고 나는 가슴이 뜨거웠다.

존재를 잃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다.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다.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

인생은 실패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때 끝나는 것이다. 


삶의 목표는 일등이 아니다.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쩜 우리네 삶 자체가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그 고통을 인정하고 고난을 통한
그분의 뜻을 알고 새 힘을 얻어 ‘아자!’를 외치며
성실하게 땀 흘리는 사람들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일등이 아닌 사람에게도 박수를 쳐 주어야하는
세 번째 이유는 인생에는 섭리(攝理)가 있기 때문이다.

옛 말에 ‘작은 부자는 부지런하면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라는 말이 있다.

곧 아무리 노력하고 때를 잘 타고 태어나도
불가항력적인 섭리(攝理)라는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인생은 고통스럽다.


자격증을 50개나 갖고 있음에도
10급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많은 자격증보다도 더 감동이 되었던 것은
시청홈페이지에 합격자를 축하하고 자신과 같이
낙방한 자들에게 격려를 했다는 점이다.





꾸준한 노력만큼 그의 때를 기다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

일등으로 우승한 사람만큼
실패를 다음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더 위대하다.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성장발달이 늦었던 아인슈타인,
민주당 경선 때는 꼴찌를 했던 정동영,
6승과 함께 6패라는 전적을 갖고 있는 유승민.

이들에게 잠재되어 있었던 천재성보다는
꼴찌임에도 그의 섭리를 기다리며 첫 마음같이
투지를 불태웠던 것이 인생의 귀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라는 이 말씀을 나는 두려우면서도 좋아 한다.

먼저 되고 나중 되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므로 평생 단 1승을 못한다 해도 그 분 앞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는 것이 과제일 뿐이다.





주여,

당신은
꼴찌와 일등이라는 차이보다는
약한 자에게 더 큰 갈채를
보내시는 분이십니다.

인생은 픽션이 아닌 실화이기에
성공과 실패라는 차이보다는
함께 완주하도록
돕는 분임을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주님,

그 어떤 일보다 고통스러운 일은
당신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할 때입니다.

날마다 종에게 지혜를 주셔서
때와 섭리를 알게
하소서...

2004년 9월 12일 강릉에서 피러한이 드립니다.
^경포호수^
장피르(Gheorghe Zamfir) 팬플룻 연주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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