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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한국교회의 아웃사이더7

수도자에 대한 평생의 열망
---은성수도원 창립자 엄두섭 목사

발끈, 화를 낼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교회는 정말 시끄럽다. 6,70년대 경제성장의 한복판에서 교회 부흥의 열풍을 지나 온 탓인지, 기복신앙의 정서가 몸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인지, 그리고 개신교라는 것 자체가 종교개혁 이후 수도원적인 영성보다는 세속 가운데서의 신앙생활을 중시해 왔기 때문인지, 한국교회는 침묵과 피정 등의 고독한 종교활동에는 익숙치 않다. 그렇다면 정말, 한국 개신교회에는 수도적인 영성의 전통과 흐름이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역사 속에는 때때로 맨발의 성자처럼 고독한 수행의 길을 살다 간 사람도 있다. 단지 그들은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한국 개신교의 주류적 흐름에 편입하지 않은 채 살아갔을 뿐이다. 그러한 수도적인 삶은 한국 개신교회의 가장 외진 주변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엄두섭(81) 목사. 그는 경기도 포천 운악산에 은성수도원을 세우고, 한국교회에 수도적인 전통을 보급하고자 분투하는 삶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수도생활에 관심을 가졌던 그의 삶. 그것은 한 개인이 예수처럼 살면서 성화되어 가기에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척박한 터전인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의 한 단면이다.

수도원, 그리고 이현필과의 만남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 내 성격이 그랬던 건지, 그냥 수도원이 좋았지.”
식민지로서의 한파가 한층 고조되던 1919년에 태어난 엄두섭 목사는 일곱 살 때부터 예수를 믿었다.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목사가 되기를 소망했던 그는 평양신학교와 남산 장로회신학교에서 수학을 하고 1948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전라남도에서 목회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그는 가톨릭의 수도원 전통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목회하면서,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 우리 개신교는 세속에서 살면서 교회에 출석하고 예배를 보는 게 예수 믿는 전부잖아. 그런데 그것보다 더 깊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게 바로 수도원이고.”

성인, 성녀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코, 베네딕트, 아빌라의 데레사…. 서울로 목회지를 옮기면서부터는 그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가톨릭의 수도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배우기도 했다. 개신교에는 수도원뿐 아니라 수도단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등의 수도원에서 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도원은 영성의 수원지야. 성인, 성녀들도 다 수도원에서 나온 사람들이지. 수도원의 영적인 흐름이 교회로 흘러 들어가야 교회가 그 영성에 힘입어서 바로 설 수 있는 거야. 가톨릭뿐 아니라 불교, 원불교에도 다 수도원이 있는데 개신교에만 없으니까 이단, 사교가 다 개신교에서 나오는 거고, 교회, 목사들이 타락하는 거지.”

이러한 생각으로 엄 목사는 개신교 목사이면서도 수도원에 대한 공부에 전념했다. 그렇게 한 10년쯤 지났을까? 마흔 살쯤 되었을 때 엄 목사는 한국 개신교의 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이미 죽고 그의 제자들을 만났을 뿐이지만. 그가 바로 이현필 선생이었다.
“이현필 선생은 한국 개신교 100년 인물사에 유일무이한 분이야. 그분은 수도원을 알아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수처럼 살고 싶은 열망 때문에 거지 옷을 입고 겨울에도 맨발로 다니고 산에 들어가서 몇 년씩 기도하면서 살고…. 아주 독특한 분이었지. 그의 인격적인 감화력이 크니까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버리고 따랐고. 한국 개신교는 워낙 수도생활에 대해 모르니까 그분을 이단시하고 그러지만, 이탈리아에 프란체스코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현필이 있어.”

이현필 선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는 개신교 수도원을 세울 계획을 더욱 구체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이현필 선생의 자취를 좇으면서 수도원에 적합한 지역을 물색하기도 하고, 수도생활에 점점 접근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정작 경기도 포천 운악산 자락에 은성수도원을 세운 것은 60세가 되어서였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수도원에 대한 열망을 인생의 황혼녘이 되어서야 풀어놓았던 것이다.
“수도원을 더 빨리 깨달았더라면 결혼도 안 하고 아예 처음부터 수도원을 했겠지. 내가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면 목사가 안 되고 수도사가 될 거야. 교회보다는 수도원이 더 필요하거든. 그렇지만 나도 목사니까 목회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지.”
개신교 목사로서 수도원을 갈망했던 엄 목사. 그의 삶은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을 말할 정도로 목말랐던 것일까.

수도원을 세우고 후학들을 기르고…

“개신교는 수도원을 아예 몰라. 개신교 교회사에도 수도원이 없고. 그러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내가 큰 교회 목회를 했다면 교회에서라도 지원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혼자 맨몸으로 한 거지.”

1979년, 바위가 유독 많은 운악산에 터를 잡은 엄 목사는 이순의 나이에 혼자 지게를 지고 밭을 개간하면서 수도원을 시작해야 했다. 그 때부터는 밤 12시에 기상해 관상기도와 영적 독서 등으로 하루의 성무(聖務)일과를 시작했고, 오전 오후는 꼬박 노동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는 수도사, 수녀를 지원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애초에 은성수도원을 세우면서, 가톨릭과 같은 수도회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수도자 지망의 원칙은 △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청빈·순결·순명을 서약해야 한다 △자급자족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수도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은 그가 기대하는 대로 수도적인 영성에 갈급한 이들이 아니었다.

“기도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자기 수에 틀리면 가 버리고, 젊은 사람들이니까 농사 일을 안 하려고 하고, 수도원에서는 새벽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잘 못하고…. 개신교에서 자랐던 청년들이니까 수도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지. 그런데다, 아예 수도할 생각 없이 부랑아들이 밥 얻어 먹고 살려고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고.”

수녀, 혹은 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는 청혼기간 1년, 일정 기간을 수도자로 서원하는 유기서원 기간 2년을 지나, 평생을 수도자로 살기로 서원하는 종신서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청년들이 기도하고 노동하는 일이 전부인 청혼기간 1년조차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지내기를 몇 년. 차츰 수도자의 길을 착실히 따라오는 청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성수도원에서 종신서원을 한 청년은 지금까지 총 8명. 수녀가 6명이고 수사가 2명이다. 그러나 이들 또한 은성수도원에서 지내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은성수도원은 외부와 차단된 폐쇄적인 수도회가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게 개방되는 수도회였기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이 내 것, 남의 것에 대한 구분이 너무 심했어. 꼭 ‘내 것’이라고 그래야만 붙잡고 있으려고 그러지, ‘남의 것’이라고 그러면 안 하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은성에는 여러 목사들이나 교인들이 기도하러 오니까 밥 해줘야 되고 시중들어줘야 되고 그러니까 못 견디더라구. 자기들끼리 따로 있고 싶어하고.”

그래서 수녀 4명과 수사 2명은 종신서원을 받은 후 은성수도원을 떠나 충남 옥천에 따로 수도원을 세웠다. 그들 이후에 종신서원을 받았던 수녀 2명 또한 강원도 화천 부근에 수녀원을 세웠다. 충남 옥천에 있는 수도원은 나시릿수도원으로, 몇 개월 전에 종신서원을 받은 수녀까지 합해 현재 7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강원도 화천에 세워진 성빈수녀원은 아직까지 은성출신인 2명의 수녀만이 농사를 지으며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생활에 대한 못다한 아쉬움

“은성수도원은 절반은 수도원이고 절반은 기도원이야. 애초에 생각했던 가톨릭적인 수도원으로는 실패한 거지. 그렇지만 나시릿수도원, 성빈수녀원이 생겼고, 현재 영월과 전라도 지방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서너 사람 있고 하니까, 난 그저 수도원에 대한 씨앗을 뿌린 거라고 생각해.”

개신교의 터전에서 오롯이 침묵하고 피정하는 수도원을 세운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던 것일까. 엄 목사는 지금 자신이 꼬박 20년 동안 몸담아 생활했던 은성수도원을 ‘절반의 실패’로 판정 내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81세 고령의 나이로 몸을 운신하기조차 힘들어, 은성수도원을 떠나 경기도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엄 목사는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수도원을 하고 싶어”라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수도의 열망을 토해낸다. 엄 목사가 은성수도원에서 내려온 것은 97년도였다. 젊은 수도자들은 모두 떠나기만 하고, 자신은 더 이상 수도원을 관리하고 방문객들을 돌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은성수도원은 현재 ‘장신대 경건훈련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선애 전 장신대 교수를 원장으로, 장신대 학생들의 영성 수련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수도원을 세울 게 아니라 그냥 독수도(獨修道)를 했어야 했어. 은성수도원에서 일은 참 많이 했지만 내 개인적인 영성 생활은 별로 깊게 못 들어갔던 것 같아. 성 안토니오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독수도로 시작해서 그의 영적 깊이가 깊어지니까 수도원이 생긴 거였잖아. 이현필도 마찬가지고. 나도 내 영성에 치중했어야 했지.”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도 밤 12시에 기상해 관상기도와 영적 독서 등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변함 없지만, 그는 수도생활에 대해 못내 아쉬움이 많은가 보다. 예수처럼 사는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 그를 한없이 조바심 치게 만드는 것일까.

한국 개신교는 그 한 사람의 열정을 받아내기에 턱없이 좁은 울타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예수와 자신과의 간극을 가슴 속에 불덩이처럼 안고 사는 그 한 사람이 한국 개신교의 희망 아닐까. 엄 목사는 지금도 묵묵히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곽성혜 기자 rullru@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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