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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경포호수가에서 피러한............... 조회 수 3217 추천 수 0 2005.10.23 20:04:07
.........
출처 :  




조금만 더 기다리자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을 때마다
그 이름 일부가 들어있는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이 늘 연상된다.

젊었을 때 연극을 좋아해
덕수궁 뒷골목이나 동숭동에 가서
여러 타입의 연극들을 보았지만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추송웅 씨의 '빨간 피어터의 고백'과 함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두 편이다.

그 중에서도 '고도...'가 더 생각나는 것은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라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이 현실과 유사점(類似點)이 많아서 그런지
그 때의 기억이 더욱 새롭기만 하다.


그 연극(演劇)에서 두 주인공은
너무나 막연하게 '고도'를 기다리지만
기다리는 고도는 오질 않자 그들은 너무도 지루해서
욕을 하고 뛰면서 별 짓을 다 해 본다.

도대체 왜 그들은 '고도'를 기다려야만 하는가.
아니 왜 고도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原因)은 이 세상이
너무나 부조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조리(不條理)란
신의 존재(存在)는 인정하나
그 지배는 거부하는 이신주의를 지나서,

오직 이성만을 최고의 가치를 두고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개발하여 과학(科學)을 발전시켰지만
그 결과로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허무주의가 시작되는 철학적 기반에서
시작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조리란
이성(理性)과의 부조화를 뜻하면서
결코 이성은 세상의 중심이 될 수도 없고
또한 만물의 척도(尺度)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연극의 포인트가 되고 있다.


어느 대중가수 노래 가사처럼,
이젠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세대는 갔다.

좌익, 우익, 중도...
모든 이데올로기는 쓰레기통에 갔다.
오직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인 시대가 왔다.

이제 더 이상 목전의 적(適)이 없자
또 다른 불안을 느낀 사람들은 새로운 적을
찾아 헤매고 있는 자체가 또 다른
부조리인 셈이다.





연극 속의 두 주인공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할 일이란,
단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空間)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고,
누구도 갈 수 없는 고도라는 세상을
아무 일도 안 하고 그저 무한정 기다릴 뿐이다.

문제는 그들의 기다림 속에서
끝없이 비참해져만 가는
군상들의 모습에서 자아를 발견하고는
번뇌(煩惱)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암(癌)사형선고를 받고서
초조하게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변형되어 가는 자신의 몰골 앞에서
좌절하면서도 그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모습 앞에서 관객들은 혼돈(混沌)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기다림의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의 기다림이란
본능적(本能的)인 삶의 방식이다.

설령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일지라도,
영원히 오지 않을 '고도'일지라도
기다림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存在)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근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니더라도 다른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기다림을 통해 생존을 경험하며 기다림 속에서
오늘이란 역사는 내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의 결과는
죽음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길 밖에 없다.

죽음에 대한 의미(意味)는 여러 가지지만
죽음은 가장 자연적인 현상이다.

옛날에는 시신(屍身)을 동물의 먹이가 되게 했다가
죽음 너머에도 새로운 삶이 기다린다는
생각을 갖게 되자 무덤을 만들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죽은 후에
현재와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에
종교적인 관습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된다.





삶과 죽음이란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띤 나선형과 같고,
안과 밖 구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고 말한다.

어쩜 인생은 죽음으로써 연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죽음은 삶의 리듬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분명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지만
궁극적인 것은 희망(希望)에 있다.

'고도'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죄수들에게는 '자유'로,
식민지에서는 '해방' 등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되었지만 공통점(共通點)은
'희망'을 담고 있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통적인 해석(解釋)은
'고도'(Godot)는 영어의 'God'(신)와
프랑스어의 'Dieu'(Lord)의 합성어라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분명 무언가를 기다리지만
진정한 '고도'란 신(God)이다.

바이블에는 기다림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는데
구약은 메시야를 신약은 재림(再臨)하실
그를 기다리는 것이 핵심(核心)이다.



고로 인간(人間)은
소망(所望)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비록 부조리한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기다림이 있기에 사람은
소망(所望)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빌미로
독거미 같은 인간들은 희망과
생의 의미를 미끼로 거짓 진리를 갖고 속이려든다.

수 없이 속았으면서도 여전히 소망을 갖는 것은
기다림과 함께 소망은 인간(人間)의
본능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포이에르바하는 기독교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종교(宗敎)란 인간소망의 투사요,
신(神)이란 인간 소망의 산물이다.'

그의 말이 내용적으론 맞는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살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고,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산다 해도 소망이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망의 대상은
신(神)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신이란 자신의 소망을 성취(成就)하실
분으로 믿고 있는 실존(實存)으로서의 믿음이다.

그가 존재(存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作用)한다는 것이다.





희망(希望)한다.
고로 나는 존재(存在)한다.
소망(所望)한다.
고로 나는 절망(絶望)하지 않는다.

뭐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개인이 소망과 삶의 의미를 상실하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꿈과 의욕이 없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절망 속에서도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게 하는
그 끈이 바로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주여,

비록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 차 있다 해도

보이지 않는 중에
당신이 살아 계심을 믿고

아이들의 순수와
부조리한 현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소서.

진정 당신께
사랑 받은 체험이 있다면
이런 세상에서

부당한 고통도 
달게 받게 하소서.

그러나
종의 기다림이
희망이라는 것을

날마다 깨닫게 하소서.


2005년 10월 23일 강릉에서 마지막 단풍과 함께 피러한 드립니다.

[공지] 캄보디아 지도자 교육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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