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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너나 잘 하세요

경포호수가에서 피러한............... 조회 수 4244 추천 수 0 2006.01.08 22:48:31
.........
출처 :  




너나 잘 하세요


지난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구석구석에서 많은 갈등이 표출되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보기 힘든 한 해였다.

어느 사이에 내 이웃을 적으로 간주하고
갈등과 반목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냉소주의에 빠졌고,
이런 모습들을 풍자하는 말들이 인기를 끌었다. 

유행어는 별 뜻은 없지만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비유되는 것은
그 말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고
또 자신들의 자화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까~이꺼 뭐 대충'
작년에 가장 열광시킨 이 유행어는
어떤 대상이든 어려운 것이나 복잡한 것은
싫어하고 내 방식대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여기겠다는
현대인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말이었다.

'근데, 니 자들하고 친구나?'
'웰캄 투 동막골' 영화로 졸지에
강원도 사투리를 히트시켰던 유행어지만,
이 말은 평화를 사랑하는 순진한 강원도민들의
마음과 어울러져 진한 감동을 주었다.

'이 세상의 날씬한 것들은 가라...’
출산드라교 교주는 다이어트를 권하는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상대를 공격하는 스트레스성 유행어였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말들은
얼마든지 좋게 봐줄 수 있지만 문제는
‘너나 잘 하세요’식의 냉소적인 유행어에 있다.

방금 죄수복을 벗고 감옥을 나서는
그녀는 다시 죄짓지 말라며 두부를 주는 성직자에게
‘너나 잘 하세요’라는 회심의 말을 던진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한 척하지만 하루만
몰래카메라로 찍어본다면 이기적 동기와 위선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투의 말이다.
이것은 세상을 향한 냉소(冷笑)다.


이러한 냉소주의는 이미
대화 중에서도 자주 써먹고 있다.
잘못한 사람에게 충고라도 하려고 하면,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로 맞대응을 해 버린다.

벌써 이 유행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됐거든’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이 한 마디로 너도 똑같다는 식으로
말한 사람을 오히려 무한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대화 속에 드러나고 있는
냉소주의는 이제 청소년들의 문구류까지 유행되고
있다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To:이걸 보는 인간들에게
OO알림장이닷
건들면 반 주겨 버릴꺼야...
내가 누군지 머르는 살람이 있수니까 친절히 갈켜주지...

이 글은 어느 문제아가 쓴 글이 아니라
내 큰 딸이 알림장 위에 쓴 글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시(詩)부분에서 많은 상을 받았고,
집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딸임에도 일상 속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백설공주를 쾍설공주라 말하고
그들이 즐겨 쓰는 팬시류에는 ‘착한 아이, 됐거든?’
‘애쁜 것들은 가라’, ‘지.랄.금.지’ 등

못 생기고 악동(惡童)들을 미화하는 글들을
쿨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한다.





도대체 이렇게 상대를 무시해 버리고
세상을 달관(達觀)한 듯한 냉소적인 유머들은
어디에서 기인(基因)되고 있는 것일까.

그 뿌리는 무엇보다도 계몽주의 산물이다.

흔히들 사회가 계몽(啓蒙)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성(理性)으로 밝혀질 수 없는 영역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함께
그 이성은 기술과 과학을
끊임없이 발전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성의 빛을 신뢰하는 계몽주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여기고 있기에
초월적 영역이라 여겼던 종교와 신(神)까지도
이제는 더 이상 신비로운 존재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의 현실생활은 더욱 무감각해지고,
삶과 지식은 분리(分離)되어 가면서
내세에 대한 아련한 생각들이
더욱 불확실해지면서

죽음에 대한 의미의 위기,
종말에 대한 방향 상실의 위기가 오면서
우리는 더욱더 냉소적이 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몽주의 유물(遺物)이 현대로 오면서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로 채색(彩色)되어
냉소주의를 탐닉하고 있는 것이다.

‘너나 잘해’라는 말은
한때 유행어 일 수도 있겠지만 간섭을
거부하는 개인주의(個人主義) 영향이 더 크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그건 내 일이 아니야...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을 하고 있고 또 듣고 있지만
결국 자신은 책임(責任)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자기중심적인 말의 공해일 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무슨 일이 터지면
‘내 탓이오’라는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그 때만해도 사회적인 어떤 일까지도
자신과 결부시켜 반성하는 자세를 가졌는데,
요즘에는 반성은커녕 ‘너나 잘 하라’는 말로 모든 일의
결과를 타인에게 돌리며 자신은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다.

만약에 어른의 권면에도
‘당신이나 잘 하시오’라고 반응한다면
우리 사회는 권위와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커다란 자괴(自愧)감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
내일에 대한 소망(所望)은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개인적인 당당함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신과 이웃 곧 개인과 사회(社會)
상호 간에 유기적인 하나 됨을 느낄 수가 없다면
이 사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만 한단 말인가.





인생에서 개개인의 인격을 대변해 주고 있는
신용과 정직과 같은 덕목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은 그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은 사회(社會)적인 신뢰감이다.

개인과 기업,
개인과 정부간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과
자발적 협력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서로 대립하여 이해집단들이 자기 몫만
챙기려는 사회적 갈등이 늘어나
성숙한 민주주의는 더 멀어
져만 가기 때문이다.


우린 전쟁이후 온 힘을 모은 결과
세계 11위권의 주요 무역국가로 성장하였고,
앞으로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국가로 지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과 같은
사회적 자본은 후진국 수준이다.
이러한 우물 속의 자아를
벗어나야만 세계속의 한국이 될 수 있다.





또한 계몽주의는 현대로 오면서 신뢰감(信賴感)
상실로 변질되면서 냉소주의를 부추겼던 것이다.

이번 황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이
그 연구 자체와 함께
과학계와 사회 모든 분야에 냉소주의를
몰고 올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무슨 큰 일이 터질 때마다 이 백성들은
위에 있는 자들로부터 실망하였기에
너나 잘하라고 말하는 이영애를 통해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일에 대한 꿈이 없다면
시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듯이,
오늘 날 이러한 수많은 모순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깊어졌다는 사실은 이해할 만하다.

공공의 신뢰가 깨어지면 어떤 관계든지 냉소주의가
만연되어 서로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냉소주의의 핵심에는 신뢰 상실(喪失)에 있다.





냉소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제
누구말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말도 믿기 힘든데
누가 누구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은,
'말은 옳을지 몰라도 덕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덕(德)이란 유창한 말보다는
실천에서 나오는 법인데
말보다는 실천이 따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것도 믿지 않으려는
냉소주의에 대한 치유(治癒)는 가진 쪽에서
믿음이 가도록 말보다는 묵묵히 실천하므로
신뢰를 얻는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쿨’을 넘어 냉소주의로 무장했지만,
실은 그들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가슴을
지금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주여,

어떠한
책망이든지
달게 받게 하셔서

자아를 벗고
이웃을 이해하고
당신을 바라보게 하소서.

혹,
누가
제 권면을 받고서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하면
‘예, 저부터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말보다는 실천이 따르지 못했음을
회개(悔改)하게 하소서.

2006년 1월 8일 강릉에서 피러한 보냅니다.
^경포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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