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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구치며 세계여행…별난 ''공새미 가족''

선교화제현장 세계일보............... 조회 수 3559 추천 수 0 2006.02.26 2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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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 2006-02-24 11:12]    

공자는 나이 사십을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40대들이 어찌 삶에 초연할 수 있으랴.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홀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이 이전보다는 줄어들었다고 할지라도 한국의 40대 샐러리맨이 명예퇴직과 승진의 기로에서 느끼는 중압감과

자녀 양육의 과중함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간부 생활을 했던 김영기(47)씨는 잠시 이 모든 걱정을 훌훌 털어버렸다. 그리고 과감하게 세계일주를 떠났다. 그것도 깃발 들고 몰려다니며 단순히 사진 찍고 휴양하는 여행이 아니라 우리 사물놀이를 세계만방에 소개하는 문화여행이었다. 사물놀이패 이름은 ‘공새미 가족’으로 했다. 공새미는 김씨 고향 제주도의 샘물 이름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정말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김씨 말처럼, 그가 세계일주에 나선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딱 2년 전이었다. 김씨는 45살이던 2004년 2월 28일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두 살 차이인 부인 강성미씨는 흔쾌하게 동의했다. 여행을 떠날 때 첫째딸 민정양은 중학교를 막 졸업한 시점이었고 3년 차 나는 아들 민수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였다. 막내딸 현정은 여섯 살이었다.

김씨 가족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또 무엇을 잃었을까. 10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 가족은 최근 여정을 기록한 책 ‘북치고 장구치며 떠난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을 펴냈다. 김씨 가족을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자택에서 만나 여행 과정과 소감을 들어봤다.

“전에는 항상 초조했고 남들과 비교하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김영기씨는 큰 과오나 커다란 난관 없이 삶을 살아왔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마음 한구석이 왠지 편치 않았다. IMF 사태를 겪으며 어떤 조직도 자신의 장래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을 통감한 김씨는 우리 나이로 40세에 들던 1999년 1월 1일 북한산 산행 중 꿈도 없고 목표도 없는 삶의 허무함을 느꼈고, ‘내 꿈은 어떤 것이 있었나’를 생각했다.

그때 불현듯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세계여행의 꿈이 떠올랐다. 갑자기 희망에 가슴이 벅차 올랐고, 한번 뛰기 시작한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그리고 2001년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소명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정해 소중한 것부터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리더십 강좌를 듣게 되면서 세계여행의 결심을 굳혔다.

결심이 섰으니 부인과 아이들을 설득해야 했다. 강씨는 처음 남편의 세계여행 얘기를 들었을 때 으레 한번쯤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자기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힘이 돼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한 건 아이들이죠. 재산이라고는 집 하나인데 셋한테 몇 천만원씩 떼주면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했죠. 차라리 아이들한테 세계일주를 하면서 세상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씨는 세계여행이 무언가 커다란 의미를 전해주리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삶에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이 먹은 후 남편과 단둘이 세계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떠나는 여행이 더 큰 의미가 있겠다는 계산도 섰다. 민정이는 돌아와서 한 학년 차이가 나게 될 친구들과의 관계가 걱정이었고, 민수는 어른스럽게도 돌아온 후 닥칠 경제적 어려움이 걱정스러워 처음에는 여행을 망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의 강요가 아닌 권유에 마음을 열었다.

◇공새미 가족이 유럽의 한 도시에서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세계여행에 사물놀이를 접목시킨 건 김영기씨의 아이디어다. 김씨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연주를 통해 한국을 더 잘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2001년부터 가족이 함께하는 취미 생활로 사물놀이를 시작했고,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장애인시설과 병원 등에서 공연해온 터라 준비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여행 시 사물놀이는 한국을 알리는 데는 물론 가족의 여행에도 큰 도움이 됐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음악 소리에 쉽게 마음을 열었고, 가족들은 공연을 통해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1년간의 여행이다 보니 짐이 만만치 않았다. 짐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여행 코스는 따뜻한 나라로 한정했다. 줄이고 또 줄였건만 그래도 한 사람에 20㎏의 무게를 지고 떠나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여행 경비는 집을 전세 주고 받은 돈 1억원으로 대신했다. 돌아와서 갚아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가족의 마음만은 한없이 가벼웠다.

인도에서 중국, 아프리카대륙에서 다시 유럽을 거쳐 이집트와 터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남미 지역까지 이들은 장장 10개월간 31개국을 돌았다. 지금은 “힘든 거 하나도 없었고 다 좋았어”라고 말하는 현정이는 장염으로 고생깨나 해야 했고,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가족간의 불화가 일기도 했다. 편안한 생활을 하던 민정에게 킬리만자로 등반은 쉽지 않았다. 멕시코 공연 때는 40분 공연을 하루 3번씩 3일 동안 하고 나니 민정의 팔에 쥐가 났다. 한번은 아프리카의 국경을 불법 통과했다 김씨와 강씨가 국경경비대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덩치가 좋은 흑인 2명에게 붙잡혀 차에 실려갈 때, 강씨는 감옥에 갇히거나 추방당하는 게 아닐까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상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에게 힘들었던 기억은 일부에 불과하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은 이들에게 고생길이 아니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우리 음악으로 신명나게 즐기고 사람들도 다 즐거워했죠.” 민수의 말에 민정이가 “나도 자신감이 생겼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꼈다”며 맞장구를 친다. 둘은 여행 전에는 티격태격하는 앙숙이었지만 지금은 둘도 없이 친한 남매 사이가 됐다. 민정이는 세계를 돌며 사귄 30여명의 친구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친구들보다 한 학년이 늦긴 했지만 민정이는 고등학교, 민수는 중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민정이는 밝아진 성격 덕에 오히려 친구들을 더 쉽게 사귄다고 한다. 외국어실력이 부쩍 는 건 아니지만 듣기 능력도 좋아졌고, 외국 사람과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경제적으로 전 상태를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 한 해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받아 생활해야 했고, 전세금을 갚지 못해 집을 놔두고도 작은 집을 얻어 살아야 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상태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후회는 없다. “여행을 가기 전 느꼈던 초조함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했기 때문에 이미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필요없는 거죠. 남들과 비교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표, 내 인생의 시간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겁니다.”

김씨는 비교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을 찾을 수 있는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중형차인데 저 사람은 대형차, 나는 25평 아파트에 사는데 저 사람은 45평에 산다’는 식의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인생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는 것을 김씨는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됐다.

요즘 리더십 강사로 활동하는 김씨는 사람들에게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진정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해봐야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 파랑새는 내 안에 있는데 멀리서 찾으려 해봐야 찾을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글 엄형준, 사진 김창길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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