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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아담한 황토집, 도종환시인을 찾아서

인기감동기타 박진서............... 조회 수 4731 추천 수 0 2006.07.11 19:26:49
.........
출처 :  
http://www.dangdangnews.com/news/read.php?idxno=2630&rsec=MAIN§ion=MAIN

아담한 황토집, 도종환시인을 찾아서

박진서 hansol605@kornet.net

오늘의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돌풍을 동반한 비가 오겠다고 하고
어디라할 것 없이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하는 방송을 듣고
미리 겁을 내어 비옷까지 챙겼다.

홍명희 시인이 도종환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했던 것이다.

청주를 거쳐 보은가는 두산 삼거리에서 꺾어져
피반령고개를 넘고, 쌍암재 고개를 다시 넘으니 법주리 이정표가 나온다.

 

장화를 신고 도종환 시인이 마중나왔다.

 

아담한 황토집이다.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시인을
오늘은 가까이 할 수 있어 한껏 행복하여 두리번 거린다.

가마솥 걸려있는 아궁이를 보니 마치 고향집에라도 온 느낌

입구에는 龜龜山房이란 당호가 걸려있는데
거북이같이 장수하고 느릿하게 살라는 뜻이 담겼다.

집안에 들어서면 발로 칸을 막은 주방이 보이고

옆에 자리한 벽난로가 격을 높인다.

천장은 또 어떻구...

벽의 그림조차 태고를 연상시키는 상형문자(?)

 

집필실을 기웃거렸다.
"선생님도 돋보기를 끼십니까?"
"네.."
"그러면 돋보기를 끼고 집필하시는 모습 찍고 싶은데요."
"에구...그건...싫습니다."

손을 저으며 거절하시는 모습이 또 천진하여 우리는 웃었다.
한 사람으로 하여 우리 모두는 즐겁게 웃었다.

아! 저거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이....

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선남자 선여인이 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이는
 응당 어떻게 마음을 머무르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
하고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네 이제 자세히 들으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일러주리라."
하신 그 대목의 글귀이다.

도종환 선생님께서는 가톨릭신자인데
불교도 공부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문학을 하려면 불교를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하고 오히려 묻는다.

홍명희씨가 준비해온 점심을 차리는 동안
나는 도종환 시인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4년의 칩거가 지루하지 않았느냐
겨울엔 어떻게 지냈느냐
사람이 그립지 않았느냐는 둥....

시덥지 않은 질문을 해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조용하고 다정하게 응답해주는 도종환 시인

밥상머리에서 감탄한 일 하나-
내가 수저 들고난 다음 수저를 드는 시인의 모습에서
長幼有序를 보았다. 예의바른 그의 태도를 엿본 것이다.

밭의 무공해 상추며 풋고추를 따다가 쌈싸 먹고나서
도종환 시인이 뒤늦게 술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데
내 어찌 마다할까? 더구나 귀한 산도라지술인데....

병뚜껑에는 이런 글씨가 씌어있다.               

                 -2005.8.27 토 20시
                 정말로 깊은 산속에서 캐냈음
                 늘 건강하시기를- 

도종환 시인을 사랑하는 이웃이 담근 술인데
어찌 우리가 다 마시랴. 미안해서이기도 했지만
식후에 배가 부르기도 해서였다.

차맛 같은 은은함에 조용히 다가서는 술 기운이 있기는 하지만
술꾼(?)인 나에게는 未及했다. 그래도 특별한 술이어서 좋았다.

홍명희씨의 차분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문학을 하게 된 동기는..?'

집이 가난해서 돈 안드는 사범대학에 가기로 했죠.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당치도 않은 일이라서
선택권도 없이 무조건 돈 안드는 과인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한 거였습니다."

"첫 부임지는...?"
옥천 청산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시낭송을 하실 때 꽤 수줍어하시던데요.."
그거 촌스러워 그런거고, 누구나 단상에 오르면 그래지는 거 아닙니까?

저렇게 즐거워 파안대소하시는 분이
혼자일 때, 어떤 표정으로 온종일을 지낼까 궁금하다.

나도 얼마 전, 2주간 산에 있어봤지만
묵언하고 조용히 지내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더러는 사람하고 대화도 하고 싶고 웃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
사람은 때로 실없는 이야기도 하고
시원스레 웃으며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유리창 밖에서 안을 드려다보았다. 그도 재밌다.

 

 

 

비가 그쳤다.
마당에 나와 잔디를 밟으니 보드랍다.

"이제 선생님 곁에는 선녀만 있으면 됩니다"
"아닙니다. 선녀보다 나뭇꾼이 필요합니다.
 나무를 해야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크게 웃었다.

"적적하신데, 개라도 기르시면 어떻겠습니까?"
"길러봤지요. 산짐승이 내려오고, 메가 날아와서 닭을 잡아가기도 하고....."

 

 

마당의 잔디가 비온끝이라 훌쩍 자란 느낌인데
도종환 시인은 광에서 낫을 들고 나온다.
잔디를 깎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헤어져야할 시간이라는 걸 느꼈다.

"저희들 이제 가겠습니다"하니
그때서야 몸을 일으키는 도종환 시인

문학하는 사람들은 그저 눈만 마주해도 정겨운데
함께 먹고 마시며 대화하였으니 어찌 정감이 오가지 않으리.

앞으로 집필하시겠다던 시와 관련된 이야기와
4년간의 이야기가 출간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기를..."

돌아오는 길에 피반령에서
6.25때 격렬한 전투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쉬었다 가라"는 팻말을 써 놓은 할아버지는
사람이 그리웠던지 우리에게 별에별 얘기를 다 들려주었다.

 

입력 : 2006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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