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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에 관한 민감한 사안들

목회독서교육 송인규............... 조회 수 3791 추천 수 0 2006.09.07 1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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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헌금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 헌금은 하나님에 대한 헌신의 가시적 표시요, 믿음의 공동체를 그리스도인의 교제[코이노니아]로써 풍성히 하기 위한 수단이건만, 오늘날에는 그저 (주일)예배의 한 순서로 고정된 채 그 찬란한 의미를 잃은 듯합니다.

좀 더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교우들은 직분자로서의 체면과 위신에 얽매여 있고 (또는 앞으로 직분자가 되려면 필수 요건 중의 하나가 헌금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기도 하고), 목회자들은 공동체 운영의 재정적 측면 -- 본인을 포함한 사역자들의 사례비, 건물 임대 및 운영비, 사역에 따른 각종 경비 등 --을 부드럽게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의 헌금 확보를 목표하여 각종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헌금은 어디에 해야 하나?

그 가운데 목회자들이 가장 빈번히 강조하고 또 교우들이 갖는 질문인즉, 헌금을 꼭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직접 연관되는 답변을 성경으로부터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는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말 3:10)라는 말씀에 기초하여, 반드시 자신의 출석 교회에 헌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구약 시대에 십일조와 헌물은 레위인과 제사장들을 위해 예루살렘 성전에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민 18:8-32; 대하 31:4-10 등), "창고," "나의 집"은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는 것이지, 이것을 신자 자신의 출석 교회라고 해석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질문에 답변을 주는 적실한 구절이 나는 고후 8:5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 저희가 먼저 자신을 주께 드리고 또 하나님 뜻을 좇아 우리에게 주었도다" 라는 내용을 발견합니다. 헌금은 일차적으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는 일입니다. 즉, 하나님께 자신을 바친다는 표시로서 헌금을 합니다. 그러나 영이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헌금을 문자적으로 취하시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헌금의 실제 접수자는 사람이며,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헌금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신을 그에게 주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헌신과 헌금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많으므로, 우리는 어떤 대상에게 헌금을 전달할지 결정함에 있어 하나님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헌금을 해야 할 지 하나님의 뜻을 찾는 데 있어서, 첫 번째 고려 대상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공동체에 몸을 담고 그 구성원이 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공동체의 운영 및 활동과 관련하여 재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 한 일입니다. 공동체의 여러 사역을 맡아 수고하는 목회자(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재정적 궁핍을 겪는 이들, 공동체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이루어지는 사역들 … 이 모든 항목들은 재정의 지출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어떤 공동체에 소속될 때 우리는 이미 (비록 묵시적으로지만) 그 공동체의 여러 가지 필요를 채우는 데 한 몫을 하겠다고 헌약(獻約, commitment)한 셈이며, 그 몫 가운데에는 재정적인 몫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헌금에 대한 대상으로서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를 배제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이, 우리가 모든 헌금을 항시 자신의 출석 교회에만 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이 일반적 원칙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예외적 상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헌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장기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다른 교회나 다른 대상에게 전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가 예외적 상황에 들어갈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교회가 헌금의 사용에 있어 어떤 항목(구제, 선교, 장학 등)을 도외시하든지 심지어는 크게 편중된 현상을 보일 때.

<2> 자신의 교회는 재정적으로 상당히 풍성한 데 비해 다른 교회나 다른 특정 영역의 사역자들은 재정적으로 큰 곤란을 당하고 있을 때.

<3> 어떤 교회에 출석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 앞에서 약정한 헌금을 다 납부하지 못했을 때.

목회자들은 일반적으로 <1>과 <2>의 예외적 경우가 일반화될까봐 우려한 나머지, 아예 모든 헌금을 현재 출석 교회에 바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그런 우려도 미연에 방지하고 성도들이 헌금 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자율성도 허용하는 방식으로서 지정 헌금(designated offering)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교우들이 아예 헌금할 때부터 그 헌금의 사용처를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모든 헌금은 출석 교회에 헌납함으로써 그 교회의 수입으로 간주되고, 지정 헌금으로 지목된 것은 지정된 대상에게 보내되 그 교회의 선교비가 지출된 것으로 치부(置簿)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세부 사항과 관련해서는 궁금한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수입의 어느 정도가 헌금으로 충당되어야 하나?

이것 역시 드러내 놓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교우들이 늘 갈등하고 마음속으로 갖는 의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보통 수입의 1/10은 십일조로 따로 떼어놓고 (십일조의 성경적 타당성 문제가 거론될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논의를 피하고 단지 현재 대부분의 교회에서 취하고 있는 방침에 기초해서 설명하고자 함), 주정 (혹은 월정) 헌금 및 기타 헌금은 나머지 9/10 가운데서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목회자들의 설명입니다. 교우들 편에서는 이에 대해 차마 반박은 못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마음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으며 심지어 반발을 하는 수까지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일까요? 불행하게도 이에 대해서는 적실한 답변을 하기가 아주 난감합니다. 모든 것이 다 주의 것이라든지 (대상 29:11; 시 24:1), 재산과 소유를 팔아 공동체를 섬겼다든지 (행 2:45; 4:34-35), 환난의 극한 시련 속에서도 연보했다든지 (고후 8:2) 하는 구절들을 떠올릴 수는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한 질문에 구체적 답안이 되지는 못합니다.

나는 이 문제가 결국 개인의 성숙과 신앙의 깊이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헌금이 하나님에 대한 헌신의 표시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교제의 표현이라고 할 경우, 우리가 수입의 어떤 비율을 헌금에 충당하느냐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성숙 및 신앙의 정도와 함께 간다는 (또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헌금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방침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 Level C/ 초신자나 신앙의 성숙에 있어 struggle하는 이들: 수입의 일부라도 헌금액으로 충당하도록 종용함.

<2> Level B/ 어느 정도 성숙의 도상에 오는 이들: 수입의 1/10 정도는 자연스레 헌납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함.

<3> Level A/ 자신의 성숙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 수입의 1/10 이상을 하나님과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바치도록 함.

Level C는, 처음 헌금에 참여하도록 종용하는 단계입니다. 이 때 헌금이 교회 출석과 관련하여 너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도록 한다든지, 성경적 근거의 명확한 제시 없이 일방적인 강요만 하는 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까딱 잘못하면 헌금 때문에 올무에 걸려 신앙을 멀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Level B는, 어느 정도 그리스도인으로 자리잡아 가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어느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한계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입의 1/10을 떼어서 교회 및 기타 헌금에 충당하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역시 왜 이런 원칙이 필요한 지 설득력 있게 권유할 따름이지, 이것이 "축복"의 통로니, 안 하면 징벌을 당한다느니, 다른 이들과 비교해서 무안을 준다든지, 교회 직분의 획득과 교묘히 연관을 시킨다든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Level A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헌신 때문에 공동체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성숙한 길입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뵈옵고 형제 자매들을 생각할 때, 자원함과 기쁨으로 채택하는 헌금 방식입니다. 수입의 15%든, 20%나 25%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올바른 동기와 자세로써 하나님께 바친다면 이는 무척 아름다운 일입니다. 헌금자는 이 때 실로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고, 자랑이나 공로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며, 또 어떤 대가를 바라며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헌금만이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일"인가?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수입의 1/10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인정하고, 또 그런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런 멘털리티가 지속될 경 우, "1/10은 하나님 것 나머지 9/10는 내 것"이라는 편의주의적 공식을 형성하기가 십상입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하나님께 바치는 1/10은 아깝지만 그래도 9/10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데 위안을 삼습니다. 또 어떤 이는 "십일조의 액수를 5백만원에서 천만원으로 올리게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경건하게 간구하지만, 실은 중이 젯밥에 정신이 팔리듯 그의 마음 역시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9천만원에만 쏠려 있을 따름입니다.

이런 생각은, 실상 자신의 수입과 헌금에 대해 하나님 이외에 또 다른 주권자 -- 자아 -- 를 부당하게 세워 두었다는 표시입니다. 그러나 재물과 관련하여 두 주권자를 인정할 수는없습니다. 즉, 헌금은 주님의 것이고 나머지는 내 것이 아니라, 모든 재정은 철두철미하게 하나님의 것입니다. 단지 하나님의 것을 어떤 부분은 헌금으로 바치고 어떤 부분은 일상 생활에 충당하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재정의 청지기일 뿐 그 모든 소유권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있습니다. 우리가 주일 예배 시에 드리는 헌금만을 거룩히 생각하는 관습은, 다른 모든 재정 사용을 세속적 가치관의 지배 속으로 몰아 넣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조만간 헌금조차 그런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따라서 헌금만이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헌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재정 사용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이루어지면, 그것이 바로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일"입니다. 사실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 보았자 이후에 무슨 가치와 유익을 누리겠습니까? 하늘에서는 이미 그런 것들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자세/동기로 사용한 모든 재정은(그것이 헌금이든 아니든)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것입 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은 헌금을 드릴 때도 하나님에 대한 헌신 을 생각하며 드려야 하듯, 일상 생활에서의 재정 사용도 하나님에 대한 헌신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금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실행은 실상 신앙적 성숙과 헌신의 정도를 여지없이 반영합니다. 모든 헌금은 하나님의 뜻을 좇아 자원하는 심정으로 즐거이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헌금 이외의 모든 재정 사용 역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송인규 교수 (합동신학대학원 /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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