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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두통과 짝퉁두통

정치건강취미 내과의사............... 조회 수 6405 추천 수 0 2007.02.07 23: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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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 두통과 관련된 간단한 Q & A

▷ 살아가면서 두통을 겪을 수 있는 확률 : 90% 이상 (사실상 100%)
▷ 최근 1년간 대한민국에서 두통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 : 남자 63% 여자 73%
▷ 그중에서 '나는 두통과 비교적 친근하다.'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 : 남자 13% 여자 25%
▷ 미국 직장인의 실직 사유 제 1위 : 편두통
▷ 두통이 지속되면 꼭 떠오르는 걱정거리 : 혹시 뇌졸중(중풍, 뇌출혈)이나 뇌암(뇌종양)이 아닐까?
▷ 두통 환자에게서 영상의학 검사(CT나 MRI) 시행 시 이상 소견을 보이는 비율 : 약 1-3%

따라서 두통만 가지고 말하자면 제가 밥을 벌어먹고 사는 일거리는 두통 환자 백 명 중 반드시 머릿속 사진을 찍어야 할 두세 사람을 골라내는 일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올리는 저의 첫째 바람은 글을 읽으신 여러분께 두통이 찾아왔을 때 이것이 그저 귀찮고 짜증 나는 두통인지, 심각하고, 무섭고, 위험한 두통인지 여러분께서 최소한의 감을 잡으시는 것입니다. 저의 둘째 바람은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이 있는 현실처럼 의사는 멀고 소염진통제는 가까이 있지만 골치 아프다고 그저 두통약으로 땜빵만 하시다가 '약물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비극이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2. 두통과 "짝퉁 두통".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의 표현 역시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의 주파수 동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엉뚱하게 헤매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요. 예를 들어서 말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의 '배가 아프다.'라는 표현은 사실은 복통일 수도, 어지럼증일 수도, 두통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 살짜리 꼬마가 '배가 아프다'라며 병원을 찾아왔는데 배만 진찰하고서 '괜찮아요.' 하고 돌려보내면 큰일 납니다.

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두통의 계보에 들어가는 병명 말고 환자가 '머리가 아파요.'라는 증상을 흔하게 호소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편의상 '짝퉁 두통'이라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냥 이해를 돕고자 하는 표현일 뿐이니 널리 사용하시지는 마세요.)

'짝퉁 두통'의 1번 타자는 '신경통'입니다. 말 그대로 신경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지요. 신경은 우리 몸에서 전깃줄의 역할을 합니다. 전깃줄을 보면 안쪽에 구리선이 지나가고 바깥쪽을 비닐피복이 감싸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신경도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깃줄이 끊어지면 아예 전기기구가 작동을 안 하겠지요? 마찬가지로 신경이 완전히 절단되거나 손상을 입으면 증상은 그 신경이 담당하는 구역의 운동마비나 감각마비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전깃줄의 비닐피복이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접촉불량이 일어나서 기계가 깜박깜박하고, 누전 현상으로 스파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신경통은 신경이 어떤 원인으로든 부분적인 손상을 받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손상의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혈액순환 장애(예 : 잠자는 자세가 불량하여 신경으로 가는 혈류 차단이 일어나는 경우), 노화 등에 의한 퇴행성 변화 등 다양한 양상을 포함합니다.

아무튼 신경통으로 인한 통증의 특징은 '스치면 으악!'입니다 문제가 되는 신경이 담당하는 부위를 건드리기만 해도 무지무지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의학적 표현으로 '스치면 으악!'을 유발하는 부위를 "방아쇠 영역(trigger point)"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꼭 바늘로 찌를 때 아픈 듯한, 전기에 감전된 듯한 그런 통증이 오지요.

짝퉁 두통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신경통은 "삼차 신경통"입니다. 얼굴부위를 담당하는 감각신경이 삼차신경인데(가지가 세 갈래, 그래서 삼차) 삼차신경이 너덜너덜 해지는 거지요. 이마나 눈 바로 위, 광대뼈 이런 동네의 통증인데 두통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나이든 사람에게서 호발하며, 주로 신경으로 가는 미세 혈류 장애가 원인이 됩니다. 젊은 사람(40대 이하)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뭔가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다발성 경화증 등의 신경변성 질환, 종양 등으로 인한 압박) 정밀검사 대상이 됩니다.

짝퉁 두통의 2번 타자는 '근육통'입니다. 근육이 뭉치는 거지요. 주로 뒷목과 뒷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는데 움직이거나 아픈 부위를 누르면(마사지 효과) 통증이 호전됩니다. 책상 작업을 장기간 지속하면 생길 수 있습니다. 흔한 예를 들자면 PC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낮없이 눈물겹게 생업에 정진하는 차떼기당 알바 여러분에게 주로 나타나는 직업병입니다. (차떼기당에서 산재보험 가입했다면 산재처리를 할 수도 있는 병이지요.)

짝퉁 두통의 3번 타자는 '안구통'입니다. 2번 타자와 같은 이유로 올 수도 있고 난시나 근시 등이 진행하면서 눈의 초점을 유지하고자 하는 과도한 안구운동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구 자체의 문제로 본다면 녹내장도 원인 중 하나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안구통은 시력저하와 동반하여 눈두덩 주위 통증이 유난히 심하다면 의심할 수 있습니다.

짝퉁 두통은 귀찮고 짜증 나는 쪽에 속합니다. 머리의 문제가 아니므로 당연히 비싼 MRI, CT 검사는 필요 없습니다. 증상 완화를 위한 대증 치료를 하거나 안구통의 경우 안과진찰을 한번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단, 젊은 연령층의 삼차 신경통은 예외입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지요.

3. 심각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질병에 해당되는 두통의 양상

ASH님의 명품연작 시리즈를 읽으신 분들은 감을 잡고 계시겠지만 의학에서 질병을 분류할 때 '일차성'과 '이차성'의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일차성은 정말로 지멋대로 그냥 생겨서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 이차성은 뭔가 다른 원인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심각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두통은 이차성 두통이 해당됩니다. 모두 머리가 아프면 걱정하는 그런 병들이지요. 악성고혈압, 뇌출혈(지주막하 출혈, 뇌실질내 출혈, 외상성 두개강내 출혈), 뇌수막염, 뇌염, 뇌종양, 흑색종, 측두동맥염 등의 낯선 듯하면서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또 그러면서도 이름만으로도 의사나 환자들에게 중압감을 주는 진단명들이 이차성 두통에서 등장합니다.

"뇌"라는 장기는 '웃기는 짜장면'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지배하는 절대군주이지만 인내력은 전혀 없어서 잠시만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바로 기능장애를 일으킵니다. 매우 이기적이어서 다른 장기를 다 희생시키면서 자기만 살려고 하는 경향도 강하지요. 또 한 가지 특징은 아픔을 전혀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뇌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구조가 전혀 없습니다. 즉 신체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다른 장기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이어도 뇌는 "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황제께서 침묵을 지키시면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환관들이 황제의 옥음을 빙자하여 온갖 협잡을 다 부립니다. 같은 이치로 우리가 두통이라고 느끼는 감각은 뇌자체의 감각이 아니라 뇌를 둘러쌓고 있는 주변 구조에서 느끼는 통증이지요. 두통을 야기하는 해부학적 구조물들은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경막, 거미막, 연막의 3중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과 뇌에 혈관을 공급하는 뇌혈관이지요.

뇌종양이 두통을 유발할 때는 뇌종양이 크기가 커지면서 뇌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입니다. 뇌가 밀리면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과 뇌를 감싸는 뇌막도 같이 밀려나면서 압력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두통이 느껴집니다. 따라서 뇌종양으로 두통이 발생하려면 크기가 뇌를 밀어낼 정도가 되거나 혈관벽, 뇌막, 뇌신경 등에 생겨야 합니다. 작은 종양이 생겨서 뇌 일부분만을 파먹는 수준이라면 두통으로 증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때는 두통보다는 감각이나 운동이상, 혹은 간질 증상이 먼저 올 수 있습니다. 뇌출혈도 암덩어리 자리에 핏덩어리를 넣고 이해하시면 마찬가지입니다.

이차성 두통이 의심되면 당연히 CT나 MRI 촬영을 해야 합니다. 비싼 검사를 꼭 받아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 신경과 선생님들께서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① 갑자기 발생하는,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극심한 두통
("thunderclap headache"라는 표현을 씁니다. 천둥을 얻어맞은 듯한 그런 두통...뇌출혈, 특히 지주막하 출혈을 의미합니다.)
② 두통의 빈도나 심한 정도가 수시로 변하는 경우
③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을 보이는 경우
- 신경학적 검사는 신경기능을 보는 진찰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망치로 무릎 쳐보는 그런 진찰.
- 여기서 이상을 보인다면 뇌졸중이나 뇌종양이 있다는 의미이지요.
④ 시시각각, 매일매일 악화일로를 보이는 두통
- 암덩어리나 핏덩어리가 계속 크기를 키워가는 경우입니다.
⑤ 간질이 동반되는 두통
- 아기들이 열경기 하는 것은 별문제 없지만 30대 이후에 처음 간질발작이 생겼다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해야 합니다.
⑥ 혈관 기형을 시사하는 눈 주위의 이상음
- "bruit"라고 하는데 청진기로 들어보면 '슉슉'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혈관기형은 금방이라도 파열하여 뇌출혈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술해서 제거하는 것이 후환을 없애는 지름길이지요.
⑦ 환자가 간절히 원하는 경우
- 비용은 상관없이 왜 머리가 아픈지 꼭 머릿속을 찍어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하는 환자들에게는 찍어주는 것이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두통은 짝퉁 두통이거나 다음 편에서 소개해 드릴 짜증나고 귀찮고 성가신 일차성 두통에 해당합니다. 무시무시한 이차성 두통은 전체 두통 환자의 3%이하라고 처음에 말씀드렸지요? 무서운 질환에 의한 두통들은 일단 두통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며,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순수한 두통보다는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열거한 기준 외에 고열과 구토를 동반하거나, 기침이나 배변, 배뇨시 두통이 악화되는 경우, 기억력 감퇴, 행동이상, 보행장애, 복시(물건이 겹쳐 보이는 것), 고정적으로 한곳만 계속 아픈 편두통 등이 있다면 만만한 두통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일차성 두통의 양상과 대처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골치 아프다고 사*돈, 펜*, 게*린, 팜*린 등의 약들과 함부로 교감을 나누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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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골치 아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40대 여자 네 명 중 한사람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편두통 환자라는 이야기를 신경과 선생님에게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 계신 50대 이상 연령층의 여자분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 열 명 중 한사람 정도는 사*돈, 게*린, 펜*, 판*린 등의 두통약을 거의 입에 달고 지내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심한 경우 핸드백이나 냉장고에 그런 약들이 박스 단위로 비축되어 있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시민단체나 소비자 단체들은 대한민국의 항생제 사용률에 대해서 집요한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소염진통제의 남용에 대해서는 항생제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관심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절대로 아닙니다.) 항생제는 비싸고, 의료보험에서 돈이 나가지만 공식적인 의료서비스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자가진단과 자가 처방으로 소비되는 소염진통제는 가격이 싸고, 의료보험과 무관한 지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사인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문제의 비중은 거의 비슷하거나, 후자가 더욱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 요소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의사들도, 정부도,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는 그냥 "생까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귀찮고 짜증나는, 그래서 삶의 질과 업무수행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편두통을 필두로 한 일차성 두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해당제약 회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인의 두통약 게*린"의 소모량을 줄이는 것이 이 글의 주요 목적입니다.

출연 배우 소개

1. 편두통(migraine)
2. 긴장성 두통(tension type headache)
3. 군집두통(cluster headache)
4. 우발적 편측통(paroxysmal hemicrania)
5. 지속 반두통(hemicrania continua)
6. 신생 매일 지속 두통(new daily persistent headache)

일차성 두통에 해당하지 않지만 우정 출연할 배우 :
- 거대 세포 동맥염 혹은 측두동맥염(giant cell or temporal arteritis)

편두통

편두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뇌혈관의 비정상적인 확장이 두통을 야기한다고 하며, 여러 가지 복잡한 가설로 편두통의 기전을 설명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모른다.'입니다. 그래서 좀 무식한 표현이지만 편두통은 그냥 '체질'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속편할 것 같습니다.

편두통은 여자들의 병입니다. 남자보다 세배 이상 발병률이 높습니다. 주로 20-40대 젊은 여자에게 호발합니다. 그리고 여자끼리 유전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편두통 반열에 들어가려면 두통의 지속시간이 최소 네 시간 이상 3일 전후가 되어야 합니다.

편두통의 '편'이 한쪽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한쪽으로만 오지 않습니다. 20-30%에서는 양측성으로 두통이 오기도 하며, 양쪽이 교대로 아픈 경우도 흔합니다.

어떤 식으로 머리가 아픈가 하는 '두통의 표현'이 오늘 등장하는 출연배우들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편두통은 뇌혈관 확장과 연관이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편두통의 양상은 박동성(pulsitile, throbbing)을 특징으로 합니다. 현장에서의 환자 표현들은 욱씬욱씬, 씀벅씀벅, 지끈지끈, 계속 쿡쿡 쑤시는 두통, 깨지는 느낌, 터진다, 흔들린다. 등등으로 나타납니다.

여자들의 병이라서 그런지 생리주기에 따라서 심해지기도 하며, 피임약 복용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 두통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특정한 향기(술, 초컬릿, 치즈), 수면부족 혹은 수면과다, 특정한 자극(TV. 햇빛, 컴퓨터 게임) 따위로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통증의 강도도 출연배우들을 구분하는데 역시 중요합니다. 주관적 통증을 객관화시키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종이에 수평선을 그으세요. 좌측에 0, 우측에 10이라고 씁니다. 중간에 점하나 찍고 5라고 적으면 더 좋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수직선을 그으셔도 됩니다.)

전혀 안 아프면 0점, '이렇게 아프려면 차라리 죽을래.'면 10점입니다. 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의 아픔은 저 선위에서 어느 정도, 몇 점일까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을 의학용어로 VAS(visual analogue score)라고 합니다. 주먹구구식 같지만 개인별로 적용하면 의외로 신뢰성이 있습니다. 특히 매일 환자를 보면서 통증의 변화를 VAS로 표현하라고 하면 치료에 대한 반응이 즉각 나오지요. VAS로 보았을 때 전형적인 편두통의 통증 강도는 10점 만점에 6-8점입니다. (전편에 등장한 악명 높은 지주막하 출혈의 증상은 예외 없이 10점 만점에 10점을 받는 두통입니다.)

오심과 구토를 동반할 수 있고 빛이나 시끄러운 소리가 두통을 악화시킵니다. 돌아다녀도 두통은 심해집니다. 직장인은 결근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미국에서 편두통 환자가 직장에서 짤리는 이유라네요...) 즉, 두통으로 업무수행이 올스톱됩니다. 가정주부라면 아이들이 웬수가 됩니다. 그래서 편두통이 심한 엄마는 방에 들어가서 문 꼭 걸어 잠그고, 불 끄고, 커튼 치고(빛과 소리 차단), 침대에 들어가서 이불 푹 뒤집어쓰는 '시체놀이' 모드로 가는 해결책을 택하게 됩니다.

편두통에는 두 가지 분류가 있습니다. aura(전조)의 동반유무로 나누지요. 전조는 두통 발생 직전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시각이나 감각 등을 말하는데 사방에서 프래쉬 불빛이 터지는 것처럼 보이거나, 무지개 모양의 띠가 지그재그 모양으로 오가는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두통 시작 전 1시간 이내에 발생해서 두통이 시작하면 말끔하게 없어집니다. 전조 후에는 반드시 편두통 발작이 오므로 전조를 동반한 편두통 환자에게는 전조가 편두통의 예고편으로 인식됩니다.

편두통의 치료는 비약물 요법과 약물요법이 있고, 약물요법에는 발작을 완화하는 약물치료와 편두통 발작 자체를 예방하는 치료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두통약'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비극적인 두통 환자가 되지 않으려면 편두통의 예방치료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비약물 요법은 언제나 의사가 환자들에게 지겹게 반복하면서도 정작 지들은 하나도 지키지 않는 '바른 생활 사나이로 살아가기'에 해당됩니다. 원인이 되는 자극들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지요, 규칙적인 식사, 운동, 금연, 금주 뭐 이런 것들입니다. 편두통 환자의 70% 정도에서 불안증이나 우울증이 동반되어 있다는 사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일련의 행위들(레저, 취미, 운동 등)이 편두통 발작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지요.

약물 치료의 1번 타자는 비특이적 약물 요법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소염 진통제와 수면제로 이용되는 진정제가 동원 가능합니다. 편두통은 뇌혈관 확장과 연관이 있다고 했지요.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신속하게 혈관을 수축시켜서 편두통 증상을 호전시키는 기호식품이 있습니다. 정답은 '카페인'입니다. 커피 한잔으로도 가벼운 편두통에 대처할 수 있다는 거지요.

편두통을 포함한 두통과 이에 대항하는 비특이적 치료 약물의 용량에는 무기 개발사에서 전개되는 전차의 장갑과 대전차포의 구경 간 "업그레이드 싸움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통증이 있어서 약을 먹으면 조금 괜찮다가 두통이 다시 찾아오고, 그래서 약을 올리게 되고, 두통은 또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두통약이 졸본 상단이 꾸리는 보급부대에서 실어 날라야 하는 차원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일반 소염진통제로 약발이 받지 않으면 특이적 약물을 동원합니다. 강력하게 뇌혈관 수축을 일으키는 약들입니다. ergotamine 계열이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는데 (편두통 치료제로 유명한 카*고트라는 약이 ergotamine과 카페인이 짬뽕된 약입니다.) 최근에는 triptan 계열이 뜨고 있습니다. 전편 댓글에 어떤 분께서 한 알에 5000냥짜리 편두통 약을 언급하셨는데 그게 triptan 계열의 약들입니다. 편두통 발작시 두통 억제에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ergotamine 계열과 차이가 없지요. (참고로 ergotamine 계열의 카*고트는 한 알 가격이 73원입니다.)

예전에 감기약 중 PPA라는 성분이 문제가 되어서 전면 시판 금지가 되었지요? 이유는 이 성분이 콧속에 있는 혈관수축을 주작용으로 해서 코막힘을 해소시켜 주는데 혈관수축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에서 일어나게 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치명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rgotamine 계열이나 triptan 계열 모두 약 좋다고 너무 열심히 드시다 보면 역시 혈관수축으로 인해서 유사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카*고트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편두통 치료제는 저녁에는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머리는 아프지 않겠지만 잠을 못 잘 수 있으니까요

커피나 차 한 잔에는 대게 30-50mg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있습니다. 게*린, 사*돈에도 비슷한 용량의 카페인이 들어있지요 쉽게 말해서 카*고트는 "ergotamine 더하기 커피 두 잔(카페인 100mg)" 한국인의 두통약 계열의 진통제는 "타이레놀 한 알 더하기 커피 한잔(카페인30-50mg)"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편두통으로 진단되면 처음에는 아플 때만 약을 먹게 합니다. 소염진통제든지 특이적 약물이든지 "흑묘백묘"의 개념으로 사용을 하지요. (잘 듣는 약이 최고!)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하실 것은 편두통 발작이 최고치에 달한 순간에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입니다. 이때는 약 먹으면서 그저 태풍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하는 도리 밖에 없습니다. 편두통 약물의 사용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발작이 한 달에 두 번 이상, 그 외 약물 남용의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방 치료의 적응이 됩니다.

예방치료는 말 그대로 예방이니까 아프나 안 아프나 매일 열심히 약을 먹는 것입니다. 혈압약에 자주 등장하는 베타차단제나 일단의 칼슘길항제, 그밖에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간질에 먹는 약)등을 사용하는데 대한민국 의사들이 예방 치료로 가장 많이 쓰는 약은 베타차단제 입니다.(가격이 싸거든요. 한 알에 50원 전후인데 반으로 쪼개서 아침저녁에 먹는 것이 기본 용량입니다)

예방치료의 효과가 좋으면 환자의 첫 번째 반응은 '머리가 맑아진다.'입니다. 편두통 환자의 경우 두통발작이 없을 때에도 머릿속이 무겁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 지속된다고 호소하는데 예방치료가 잘 되면 그런 기분에서 해방이 된다는 것이지요. 한 달 약값 1500원으로 삶의 질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가 편두통 예방치료일 것입니다.

예방 치료의 기간은 기본이 5-6개월이고 두통발작이 없으면 갑자기 약을 끊기보다 한 달간에 거쳐서 서서히 줄여가면서 끊게 됩니다.
편두통 하나를 정리하니까 퇴근 시간이 임박했네요..... 쩝.

◆ 세 번째 "골치 아픔" 이야기

천문학자가 화성탐사 우주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호에서 최근에 도착한 데이터를 근거로 화성에 생물이 존재하는지, 화성에 현재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지 등 과학계의 이슈를 가지고 강연을 합니다. 질문 시간이 되면 여러 사람들이 질문을 합니다. 강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라면 질문의 내용도 간혹 천문학자가 보기에 심하게 엉뚱한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처럼.

"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비롯해서 지금까지의 우주탐사는 모두 스튜디오에서 찍은 가짜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구는 둥글지 않다. 편평한 판구조이다. "

" NASA의 비공개 X-파일에 의하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뒤편에는 우주인의 기지가 있다고 한다. 천문학자의 견해는? "

" 1950년대 아담스키 박사는 이미 금성인과 화성인등의 초청을 받아서 그들의 우주선으로 태양계내의 여러 혹성을 여행했다. 베스트셀러인 그의 저서와 저서에 실린 사진들이 증거이다. 그럼에도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

제가 천문학자라면 그런 질문들에는 므흣한 미소로만 화답할 것입니다. 아마 다음 날 조선일보에는

"천문학자 아무개, 공개석상에서 망신당하다 !!" 이렇게 나올지도 모릅니다. 진도 나갑니다.

긴장성 두통(tension type headache)

긴장성 두통은 제목 그대로 긴장과 스트레스가 주요 유발 요인입니다. 주로 오후에 발생합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두통 양상은 '머리에 띠를 두른 듯 아프다.' ' 꾹꾹 누르는 듯 아프다.' '묵직하게 아프다.'등으로 나타납니다. 영어로는 'dull' 'tightening' 'band like' 'tensive' 이런 표현들이 등장하지요.

편두통과의 차이점이 몇 가지 있어서 감별 포인트가 됩니다. 우선 혈관확장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두통의 양상이 박동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욱씬욱씬', '지끈지끈', '펄떡펄떡'이런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 긴장성 두통의 특징입니다.

두통 지속 시간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편두통 반열에 오르려면 4시간 이상 두통이 지속되어야 하지만 긴장성 두통의 진단기준은 두통지속시간 30분에서 7일입니다. 긴장성 두통은 양측성이 보다 일반적이며(60%) 주로 앞머리와 뒷머리에 잘 오는 두통입니다.

하루 종일 후배에게 치받히고 선배에게 갈굼 당하면서 일하는 경우에 긴장성 두통이 오기 때문에 주로 오후에 찾아오는 두통입니다. 그래서 후배를 거느릴 나이가 되어야 오는 두통입니다. 중년 이후에 호발합니다. 반면에 편두통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두통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편두통이 찾아오면 모든 일을 올스톱 하게 되지만(움직이기만 해도 머리가 뽀개지는 느낌이 오니까...) 긴장성 두통은 걷거나 움직이거나 통증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수평선을 긋고 내가 얼마나 아픈지 생각해보는 VAS로 평가해보면 통증의 강도는 5-7 점 정도로 편두통보다는 강도가 좀 약합니다. 구토나 오심은 거의 동반되지 않으며 빛이나 소리가 두통을 약화시키지 않습니다.(하루 종일 치받히고 갈굼당한 마당에 뭐가 들리고 보일 리 없지요.....)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두통이 한 달에 하루 이상, 일 년 총합으로 12일 이상 발생했다면 긴장성 두통의 진단 기준을 충족합니다.

치료는 원인이 그러하니 일단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낫겠지요. 혹시 후배가 퇴근 후에 '충성의 술 한 잔' 쏘거나, 선배가 '사랑의 술 한 잔' 사주면서 면서 좋은 곳(?)으로 모시면 완벽하게 치료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다음날에는 숙취로 인한 두통이 문제가 되겠지만....)

급성기 치료에는 술보다는 가격이 싼 약을 씁니다. ibuprofen(대표 상품명: 부루펜)과 naproxen(대표상품명 : 낙센)이라는 소염진통제가 추천되는 약입니다. 하루 2-3알이면 효과를 봅니다. 여러 소염진통제가 다 효과가 있지만 긴장성 두통에는 이 두 가지가 선호됩니다.(약 선전 하는 것 같아서리...)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성분으로 시판되는 소염진통제도 각각 고유한 특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위의 두 가지는 그나마 소염진통제의 고질적 부작용 중 하나인 위장관 부작용이 적다는 이점이 있지요.

긴장성 두통에도 잦은 재발이 문제가 되면 역시 예방치료를 시도합니다. 편두통 예방 치료에는 베타차단제를 비롯한 여러 요원들이 작전을 뛰지만 긴장성 두통의 경우 가장 유용한 요원은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입니다. TCA는 긴장성 두통환자에게 효과적인 예방치료제이자 급성기 치료에도 효과적인 약제로 알려져 있지요.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사용하는 항불안제, 항우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선입견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독"과 "부작용"이 기피정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신병에 대해서 "미친*"으로 터부시하는 국민정서도 한 몫 할 것입니다.

경찰특공대와 SWAT 요원들이 대테러 작전에 MP5 기관단총과 스턴(섬광) 수류탄을 애용하듯, 의사들도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작전을 뛰려면'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약물요법은 외과의가 아닌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치료수단이지요. 기관단총과 수류탄은 위험한 무기입니다. 그래서 요원들은 부단한 훈련을 반복합니다. 의사가 약물 요법을 시행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정신과 영역의 약이라고 다를 것은 없습니다.

TCA의 예를 들자면 많이 애용되는 성분이 amitriptyline인데 한 알 용량이 10mg 정도입니다. 긴장성 두통의 경우 통상적으로 투여되는 하루 용량이 5-10mg에서 20mg 전후이고, 점진적으로 증량할 때 부작용 발현 용량은 75-150mg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다 민감한 듯하여 신경과에서는 하루 50mg 이상을 쓰지 말라고 추천합니다. 약을 사용했을 때 이득과 위험도의 저울질을 통해서 적정 용량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 의사넘들이 비싼 진료비 받고 병원에서 환자랑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이제 제가 어제 착각으로 잘못 올렸던 내용이 나옵니다. (부끄 & 쑥쓰....) TCA로 예방 치료에 효과를 못 보면 구원 투수격으로 항우울제, 항불안제로 쓰이는 약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뇌신경안에서 신경전달 물질로 쓰이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농도를 올려주는 약입니다. 전체적인 부작용 발현율은 TCA 보다 적다고 하지만(순한 약이라는 의미...) 긴장성 두통의 예방 효과 역시 TCA에 비해서 떨어집니다. 가격도 문제입니다. TCA는 한 알에 10-20원, SSRI는 600-1000원 정도 하니까요.

여담 한마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은 요즘 의학연구에서 아이돌 스타처럼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하나 들지요. 사랑에 달뜬 청춘남녀들과 우울증 환자의 공통점은?

정답 : 세로토닌 결핍.

첫사랑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신다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을 드세요.
사무치는 그리움의 첫사랑 어여쁜 그녀가 더 이상 당신의 꿈에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군집두통(cluster headache)

군집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표현은 '깊이 찌르는 느낌', '후벼 파는 느낌', '도려내는 느낌'입니다 꼭 한쪽으로만 오고 눈 주위와 측두부(옆머리)통증이 흔합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부지깽이로 눈 속을 후벼 파는 느낌"으로 압축됩니다. 영어로는 "deep", "boring", "piercing" 류의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두통의 지속시간은 15분에서 세 시간으로 짧은 편이지만 대신에 군집두통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8번까지도!) 올 수가 있습니다.('고통의 신'은 공평한가 봅니다...) 수평선을 그어서 보여드리면서 '얼마큼 아프세요?'라고 묻는다면 거의 8점 이상의 심한 두통을 호소합니다.

군집두통의 또 다른 양상은 자율신경 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입니다. 아픈 쪽의 눈이 붓거나, 충혈 되거나, 눈물이 나기도 하며, 코가 막히기도 합니다. 자율신경 증상은 군집 두통 진단에 있어서 의미가 크지요.

편두통이 여자들의 병이라면 군집 두통은 40-50대 남자들의 병입니다. 악화요인 중에는 수면도 있어서(잠자면 아프데요...)잠을 자다가 새벽 1-2시경에 눈이 빠질 듯한 두통으로 잠이 깨어 구토 등의 증상이 함께 옵니다. 게다가 눈 붓고, 눈물 나고, 코 막히고...결국 환자는 응급실로 옵니다.

군집두통의 급성기 치료는 '산소흡입'입니다. 산소마스크 씌우고 분당 7L의 속도로 산소를 틀어주지요. (참고로 통상적인 산소 흡입 치료는 분당 2L의 속도이지요.) 마스크 쓰고 10-15분 사이 10명 중 8-9명 정도가 증상의 호전을 보입니다.(밤에 졸면서 응급실 지키는 병아리 의사가 명의가 되고, 자기가 입은 가운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에피소드가 됩니다...^^) 약물치료로는 편두통에서도 작전을 뛰는 ergotamnie을 사용합니다.

우발적 편측통(paroxysmal hemicrania)

우발적 편측통은 군집두통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통증의 양상이나 자율신경 증상 동반은 똑같은데 지속시간이 짧고(2-30분), 짜증나게 자주 옵니다.(진단기준 : 하루 최소 5회 이상) 5회 이하로 와도 하루 총 두통지속 시간이 30분 이상이면 진단이 가능하지요.

군집두통과 또 다른 차이는 여자들에게서 많고, 치료에 있어서 "indomethacin"이라는 소염진통제 성분에 극적으로 반응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진단 기준에 indomethacin 투여로 호전되는 가의 여부도 포함될 정도이니까요. 군집두통이나 우발적 편측통은 한번 발생하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또 하루에도 여러 번 습격하는 '징헌 놈'이기에 일단 진단이 되면 수주에서 수개월간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하라고 권합니다.

지속 반두통(hemicrania continua)

제목 그대로 지속적으로 반쪽 머리가 아픈데 역시 indomethacin에 잘 듣는 두통입니다.(병의 정의 자체에 "responsive to indomethacin"이라는 구절이 있네요...) 중간 정도의 통증이(그러니까 그나마 버티겠지요...) 쉴 새 없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가끔 가다 심하게 악화됩니다. 군집 두통/우발적 편측통과 같이 자율신경 증상도 동반됩니다.

신생 매일 지속 두통(new daily persistent headache)

두통의 양상은 긴장성 두통과 유사한데 매일 발생하며 두통이 없는 기간이 3일 이상 간격이 벌어지지 않는 두통입니다. 3개월 이상 월 15일 이상의 두통이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불행하게도 신생 매일 지속 두통 환자는 이미 마지노선을 돌파하신 분들입니다. 가방 안이나 냉장고에 "한국인의 두통약"과 판*린을 박스 단위로 비축해두신 상태까지 가신 것이지요.

개인병원 수준에서 치료하려고 덤빌 두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치료의 처음 시작은 박스단위로 비축한 약을 서서히 감량하면서 끊고, 예방 치료약을 먹는 것인데(한마디로 선수교대이지요.) 이 과정은 마약을 끊는 것과 같은 수준의 고통을 수반합니다. 예방치료제의 효과가 나오는 시기도 박스 단위로 오랜 기간 먹던 약의 축적효과가 사라지는 순간부터입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한 달이상은 걸립니다. 한마디로 외래치료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두통 전문 클리닉에서 입원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대 세포 동맥염 혹은 측두동맥염(giant cell or temporal arteritis)

일차성 두통은 아닙니다, ASH님 글에 보면 면역질환이라는 개념이 잘 나옵니다. 옆머리(안경을 쓰면 안경테가 지나가는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측두 동맥에 면역질환이 발생하는 원리와 비슷하게 염증이 생기면서 두통을 유발하지요. 거대세포 동맥염이라는 병명은 동맥을 조직검사 해보면 무지 큰 세포(그래봤자 현미경 시야에서...)가 동맥벽에서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이 세포도 면역세포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70대 이상이 노인에게서 흔하고 옆머리나 눈 주위가 아프다고 하는데 측두동맥 주위의 조직이 위축되어서 혈관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입니다. 하루 종일 펄떡거리는 두통이 지속되고, VAS 점수는 7-8점 정도로 강도가 센 두통입니다. 환자는 두통의 진행에 따라 시력저하를 호소합니다. 죽는 병은 아니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실명하므로 빨랑 병원에 가서 면역억제 치료제의 1번 타자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거대 세포 동맥염은 이렇게 보인다는 거지요...

주제 하나를 잡으면 한편에 끝내지 못하는 고질병은 어쩔 수가 없네요. *.zip 파일 생성 능력이 애당초 저에게는 없나 봅니다. 여러 책들을 짜깁기해서 어설프게 올리는, 의학을 소재로 한 잡설 수준의 글이지만 언제나 우리 주위를 배회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못살게 구는 두통을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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