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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아, 권정생(2)

인기감동기타 최용우............... 조회 수 2763 추천 수 0 2007.06.01 08: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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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행복하소서

[가신이의 발자취] “어메 어메” 부르다 가신 고 권정생 선생 영전에

지난해 여름,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밑에 있는 권정생(왼쪽) 선생의 5평짜리 오두막 집을 찾은 김용락(오른쪽) 교수가 대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고인은 자신의 인세를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서에는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평생 무소유…인세까지 모두 기증
“어린이들로 생긴 것이니 돌려줘야
굶주린 북녘 어린이 위해 써달라”

언제까지나 저희 곁에 계실 것 같았던 권정생 선생님께서 기어이 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선생님 동시집 제목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 가셨습니다.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을 사셨던 어머니, 평생을 그리워하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어머니랑 함께 외갓집 가고/ 남사당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어머니와 함께 그 나라에서 오래오래 살았으면/ 오래 오래 살았으면…” (권정생 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중에서)

선생님의 바람대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오랫동안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선생님이 그렇게 못 잊어 한 목생이 형도 함께 하면 더욱 좋겠지요. 전신 폐결핵이 걸려 동생 혼사에 걸림돌이 될까봐 혼사 끝날 때까지 잠시 좀 나가있으라는 말을 듣고 집을 나와 떠 돈지 칠십 평생, 드디어 어머니 곁으로 가시게 됐습니다.

선생님이 의지하셨던 봉화 전우익 선생님도 그곳에 계시고, 선생님의 든든한 후원자이셨던 이오덕 선생님도 그곳에 계시고, 의성 효선리 김영원 장로님도 그곳에 계시니까 별로 외롭지는 않으시겠네요.

지난 4월 2일, 소변에 피가 쏟아져 나오고, 숨이 가쁘고 통증이 온다고 119 구급차 타고 대구 가톨릭병원에 입원해 열하루를 보내고 퇴원하셨지요. 제가 병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병상에 누워 멀리 내다보이던 두류산공원의 활짝 핀 벚꽃을 보고는 “용락아,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도시 사람 정말 불쌍타 그지? 저런걸 보고 조타카이. 우리 집에는 지금 명자꽃이 얼마나 붉게 피고 앵두꽃이 필 텐데...” 하시면서 빨리 퇴원하시고 싶어 했지요. 간병사가 선생님의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고 “(기독교) 믿음 생활 하는가 보죠?”라고 묻자 곧바로 “내가 믿는 하나님과 목사님이 말하는 하나님이 이따금이 아니라 자주 어긋나 낭패”라고 하시면서 “예수님은 줄 만큼 준다고 했는데 요즘 교회는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게 탈”이라고 말씀해 간병사 아주머니를 무안하게 만들고는 미안해 하셨지요. 사실 선생님은 자주 미국의 횡포와 미국문화의 근간이 된 기독교, 부시 미대통령의 폭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셨지요. 아울러 북녘 동포들의 어려움에 대해, 특히 중국 국경 주변을 떠도는 북녘 어린이들에 대해서도 많이 안타까워 하셨지요.

17일 오전, 선생님이 또 다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해보니 산소 호흡기를 달았지만 의식이 있었고, 매우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계셨지요. 저는 선생님께서 곧 일어나실 줄만 알았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선생님은 산소호흡기의 고무 호수가 꽂힌 입을 움직여 무언가 맹렬히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입모양을 보고 그게 ‘어메(엄마)’ 라는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어매’ 소리를 2~3분간 안간힘을 쓰면서 지르시더니 더 이상 입모양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남은 우리는 선생님이 남기신 뜻이 무엇인지 새기면서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어머니 계시는 그 나라에’서 전쟁과 폭력, 가난과 소외, 질병의 고통 없는 그 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김용락/경북외국어대 교수

 

이현주목사님 이야기/

수년 전, 병원에 입원한 전우익 선생을 권정생 선생과 함께 문병갔을 때였어요.

우리 셋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 갔지요.

(권) 불교의 윤회라는 것, 그게 죽음을 통해서 이것도 돼보고 저것도 돼보고

       온갖 사물이 다 되어본다는 것 아닌가? 얼마나 좋아?

       왜 거기서 벗어나 해탈인지 뭔지를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온갖 것이 다 되어보면 뭔가 깨닫지 않겠어?

(이) 뭘 깨닫는데?

(전) 세상 모든 게 별거 아니라는 거!

 

오랜만에(?) 꿈을 주시는군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분에 카네이션 비슷한 꽃이 한 송이 피어 있습니다. 빨간 꽃이에요. 그 화분이 배처럼 둥둥 떠서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화분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저보다 크지만 저하고 모양이 같은 화분에 묻혀 있고, 흘러가는 것은 그것이 묻혀있는 큰 화분이었어요. 설명하자면, 우리가 요지부동으로 가만히 앉아있는 순간에도 지구가 무서운 속도로 운행을 하니 우리는 사실상 그만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붉은 꽃 한 송이 피어있는 작은 화분 자체가 화분처럼 생긴 꽃나무인 겁니다. 혹시, 그 화분처럼 생긴 꽃나무가 심어져 있는 큰 화분도 화분처럼 생긴 꽃나무고, 그것이 심어져 있는 더 큰 화분처럼 생긴 꽃나무가 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거기까지는 확인 못한 채 꿈에서 깨어났어요.


  권 정생 선생이 평생 입고 살던 단벌옷[肉身]을 벗어놓고서 당신 어머니 사시는 나라로 가셨다는 말을 듣고 안동에 갔다가, 빈소에 진열된 거창한 화환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좀 언짢았어요. 저기에 자기 이름과 회사 이름을 큰 글씨로 박아놓은 이들이 권 선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과연 저럴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일면서 괘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떠들썩하게 연출되는 상갓집 풍경들도 저에게는 도무지 어색하기만 하고,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만 빌뱅이 언덕 아래 그 초라한 움집에서 캄캄한 밤중에 아픈 배를 움켜잡고 신음하며 어머니를 부르고 있었을 ‘정생이형’ 생각이 나서 이래저래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입은 한사코 무거워만 지고, 사람들은 저에게 뭐라고 자꾸 말을 걸고, 결국은 도망치다시피 빈소를 떠났지요. 이튿날, 그러니까 어제 아침, 잠시 권 선생 살던 움집 뒤란에 혼자 앉아 있다가 버스 정거장까지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요, 돌아와서 우연히 카페에 들러보니, 빈소의 화환들이나 조객들의 모습에 마음이 언짢았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네 생각 때문이지 조금도 그들 탓이 아니라고, 그들도 너만큼 고인을 사랑하고 그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거라고, 오근선 씨를 시켜서(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린 614번 글, ‘천사의 도움 이후’ 참조), 단호하게 말씀하시는군요.

  다만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네 방식이 그릇된 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의 방식도 그릇된 게 아니라고, 문제는 그들의 방식이 그릇되었다는 너의 판단과 견해에 네 언짢음의 뿌리가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일찍이 너에게, “오직 견해를 멈추라[唯須息見]”고 일러주지 않았느냐고, 말씀이 추상같으십니다.


  그래요. 모든 것이 사랑의 자기-실현입니다. 혹시 내 눈에 병든 사랑이나 잘못 표현된 사랑으로 보이는 행태가 있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게 보는 것이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병든 사람이나 잘못 사는 사람 또한 사람이듯이 병든 사랑이나 잘못 표현된 사랑도 사랑인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진실입니다. 예, 맞아요. 세상 자체가 한 분이신 하느님의 자기-실현이라면, 사랑의 실현 아닌 그 무엇도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 세상에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그래도, 병든 사람은 고치고 잘못된 사람은 바로잡아야지요. 그러기에 경우에 따라 쓴 소리도 해야 하고 권면하는 말도 해야 합니다. 다만 그것을 의원이 환자 대하듯이, 인자한 스승이 덜된 제자 대하듯이, 그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안 그러면 그러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병든 사랑일 테니까요.

  진실로, 세상은 건강한 생명들과 병든 생명들로 가득 차 있듯이, 건강한 사랑과 병든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다른 것은 없어요.


  간밤에 주신 꿈의 메시지를 이제 알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분의 화분에 심어져 있는, 그분의 화분처럼 생긴 꽃나무에 핀 한 송이 꽃입니다. 세상 천지에 꽃은 한 송이뿐입니다. 다른 꽃은 없고, 꽃 아닌 꽃도 물론 없어요.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는 무위당 선생의 붓글씨, 만물일화(萬物一華)가 오늘 새삼스레 활짝 피어나는 듯합니다.


  이렇게 오늘 아침, 선생님은 저에게 말씀하시는군요.


  “세계는 사랑의 자기-실현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는 중이다. 너는 네 몫으로 충분하다. 남의 것을 넘보거나 시새우지 마라.”


  예,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다만 저에게 주어진 길을 걸을 뿐, 상대가 부탁하지도 않는데 그가 하는 일을 비난하거나 함부로 판단하는 짓은 이를 악물고라도 하지 않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것이 오직 사랑으로 살기를 원하는 자의 마땅한 자세겠지요.


  하지만, 언제고 때가 되어 제 주검이 누워 있는 자리에, 전화 한 통으로 즉석 배달되는, 무례하고 괘씸한 화환들이 몰려드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주십시오. 제가 죽었을 때 아직 살아있어서 저의 장례를 치르게 될 분들의 도움을 미리 청해두는 바입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입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자기 죽음을 내다보면서 남긴 유언이 없다면 모르거니와 그런 게 있으면 제발 좀 그대로 해드립시다. 고인이 하지 말라고 부탁한 일은, 그게 아무리 근사한 명분이 있는 사업이라 하여도, 하지 않는 것이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시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망자를 이용하여 자기를 선전한다면 그야말로 파렴치한 짓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 많은 화환들 가운데 보낸 자나 그가 속한 단체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물건을 한 개도 보지 못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일 뿐, 그것을 주장하여 누구에게 강요하는 것은 물론 아니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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