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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북산편지626] 너희는 먼저 ○○○를 찾아라!

北山편지채희동 최완택............... 조회 수 2508 추천 수 0 2007.09.13 22:57:18
.........
출처 :  
육필로 쓰는 최완택목사의 민들레교회 이야기 제 626호 중에서
北山편지

너희는 먼저 ○○○를 찾아라!

사랑하는 민들레 자매・형제 여러분.
우리는 이제 여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夏至)에 듭니다.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반구에서 하지는 일년 가운데 낮이 가장 긴 절기입니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때입니다. 해가 비추는 낮 시간이 14시간 30분이나 됩니다.
일년을 이십사기(二十四氣)로 하는 이십사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한 것이기에 일년 가운데 해가 가장 높이 한가운데(正中) 있으면서 가장 강렬하게 비추고 가장 오래 비추는 절기인 하지는 더 할 나위 없는 한여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년을 하루로 본다면 바로 정오(正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에 사는 우리의 빛은 해에서 옵니다. 해는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그러니까 하지 절기에 하느님의 빛이 가장 강렬하게 비춘다고 해도 좋겠습니다. 양기(陽氣)가 온누리에 충만한 때입니다.
하느님의 하지의 은총 앞에 서십시오. 해를 보고 사십시오. 그 빛을 보고 사십시오. 그 빛을 찾고 더욱 간절해지십시오.

사랑하는 민들레 식구 여러분.
이제 내가 삼십년 넘게 보듬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예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의 마음속에는 옛날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옛날에 어떤 랍비 한 분이 뿔나팔을 잘 부는 사람을 한 사람 구하려고 했었다오. 그 뿔나팔 소리를 듣고 신자들이 교회당으로 나올 수 있도록, 아주 큰 나팔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고를 작정이었는데, 그 소문을 듣고 뿔나팔을 부는데 자신이 있다는 사람이 다섯이나 나섰다오.
랍비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뿔나팔을 불어보게 하고 나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나팔을 불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소?”
그러자 첫 번째 사람은,
“저는 하느님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사람은,
“저는 이스라엘의 해방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셋째 사람은,
“저는 배고파 굶주리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넷째 사람은,
“저는 고아와 과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오.
이제는 아주 초라한 차림을 한 다섯째 사람만 남았는데, 그 사람은 한쪽 구석에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안하더라오. 그래서 랍비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오.
“당신은 나팔을 불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소?”
그러나 그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가난뱅이에다가 일자무식꾼입니다. 게다가 딸만 넷이 있습지요. 딸자식에게 결혼 지참금을 줄 만한 처지가 못 되니까 과년했는데도 아직 출가를 못 시키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뿔 나팔을 불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가 노예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는 꼴을 보셨을 것입니다. 제발 제 딸년들에게 신랑을 한 사람씩 보내주십시오.’”
그러자 랍비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오.
“내 축복을 받으시오. 나는 당신을 쓰겠소.”

말을 마치고 예수는 베드로를 향해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축복을 받으시오. 나는 당신을 선택했소. 당신은 시방 마음이 먹는 것에만 쏠리고 있어서 음식 얘기를 했지만, 마침내 마음이 하느님께 가 있게 되면 하느님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것임에 틀림없소. 좋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충차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오. 나는 당신을 선택했소. 당신은 사람이 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밀을 가루로 빻는 풍차이니까 말이오.”(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에서...)

사랑하는 민들레 식구 여러분.
시방 그대는 무슨 생각에 사로잡혀 살고 있습니까?
늘 하느님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또는 늘 나라와 민족을 생가하며 통일의 그 날만을 고대하며 살고 있습니까?
또는 농민과 노동자의 딱한 처지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또는 굶주린 사람들, 과부와 고아,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계층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까?
과연 진정으로 그렇다면 여러분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대가 진정 그렇다면 이미 그대는 신앙의 깊은 경지에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대에게 더 이상 할 말씀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다섯째 나팔수처럼 오매불망 제 딸년들 시집보낼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삶의 구체적인 문제로 노심초사하면서, 갈급해 하면서 살아가는 분에게는 나도 카잔차키스의 예수처럼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복을 받으십시오. 하느님이 꼭 당신을 쓰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민들레 식구 여러분.
신앙생활이란 자기의 구체적인 문제를 떠나서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하느님만, 나라와 민족만, 고아와 과부 또는 가난한 이웃만, 또는 이 시대의 고난의 문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성인이든지 위선자든지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가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동안 늘 끊임없이 잡다한 염려와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은 그대로 인간의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교회를 위하여 나팔을 불면서도 딸 자식들 시집보낼 걱정만 했고, 그 기도만 했다는 나팔수의 고백은 진실합니다.
하느님은 사람의 중심, 진심을 보십니다.
삼십여년 전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예수가 나를 찾아왔을 때의 감동을 새롭게 기억합니다. 아아, 나는 그 감동을 새롭게 먹고 싶습니다.
물론 “하느님의 나라와 의”를 찾는 것은 지상과제입니다. 그러나 그런 거대하고 궁극적인 과제를 말하기 전에 밥 한술, 물 한 모금 앞에서 더욱 절실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마침내 밥 한술, 물 한모금 속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나라와 의를 간절히 찾을 수 있게 될 때 마침내 하느님의 임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민들레 식구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께서 하지의 은총으로 충만하게 임하십니다. 일년 중 하느님의 빛이 가장 가깝게, 밝게, 힘차게 임하십니다. 그대의 간절한 소원을 안고 가장 절실하게 그대의 뿔나팔을 부십시오. 하느님의 나라와 의가 깃들이게 될 것입니다.
이슬방울 같이 아주 작은 그대의 간절한 소망 가운데 하느님의 나라와 의가 영동한 보석으로 깃들이는 은총을 맛들이시기를 축원합니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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